바이올린 이야기 #18
메이플은 스프러스보다 단단한 경목재로 분류된다. 악기에서 메이플은 옆판과 뒷판에 쓰이면서 악기 몸통을 지지하는 것과 동시에 에프홀로 소리를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메이플도 음향목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스프러스처럼 소리와 공명하게 되면서 울림이 커지고 트이게 된다. 다만 트이는 시간이 연목재인 스프러스보다 길 뿐이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스프러스가 5년이면 어느정도 트이지만, 메이플은 50년 이상이 걸린다는 평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난 악기는 모던~올드 악기라고 해서 더 나은 소리를 내게 된다. 악기 시장에서 올드 악기가 꾸준히 인기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세계 메이플 원산지 중 유명한 지역은 캐나다도 있지만, 현악기에서는 동유럽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메이플(크로아티아 동부, 보스니아 헤르치코비나 서부)과 동유럽 카르파티아 산맥(루마니아 동부) 산지를 꼽는다.
흔히 바이올린을 구할 때 뒷판(메이플) 무늬를 살펴본다. 혹자는 호랑이 무늬, 불꽃 무늬로 불리는 이 무늬에 따라 좋은 목재, 나쁜 목재로 구분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메이플의 무늬는 음향학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는 평이고, 오로직 심미성에 있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메이플 무늬가 뚜렷하거나 독특할 경우 가격이 더 나가게 된다.
메이플의 이러한 무늬는 특정 바이러스로 감염된 메이플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악기에서는 일반적으로 Flame 무늬가 선호되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다른 무늬는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악기 평가가 절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급 메이플 목재의 조건은 높은 해발고도 지역에서 생장했고, 촘촘한 나이테를 가지고 있고, 오랜기간 없이 쪼개짐 없이 잘 건조된 것이다. 1등급 Extra 또는 마스터급으로 30년된 건조된 보스니아 메이플은 대략 200~300유로 수준이다. 1등급 중 AAA급의 30년 건조 보스니아 메이플은 170~190유로 선이다.
통상적으로 좋은 목재를 쓴 악기는 값이 더 나간다. 하지만 목재 등급이 최고라고 해도 최고의 악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나무가 뛰어난 제작자를 만나 완벽에 가까운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악기가 명기로 인정받는 것이다. 아울러 최고의 나무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악기인 것은 아니다. 제작자에 따라 아주 좋은 목재가 아니더라도 명기로 인정을 받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이탈리아 토리노의 위대한 제작자 Rocca는 좋은 목재를 구매할 돈이 없아 토리노 다리에서 뜯어온 목재로 훌륭한 악기를 만들었다.
따라서 좋은 목재는 좋은 악기의 기준 중 한가지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님을 염두하자. 그래도 자신이 사용하는 악기가 좋은 목재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악기의 가치면에서나 기분 측면에서나 좋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