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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Nov 03. 2020

좋은 소리를 찾아서

바이올린 이야기 #16

◆악기와 좋은 소리의 관계 연구     


     가끔 보다보면 좋은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을 쓰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들은 좋은 소리 기준을 말할 때 ‘울림’, ‘음색’ 등으로 나누는 편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세 가지 기준을 추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기준은 ‘볼륨’, ‘울림’, ‘직진성(프로젝션)’, ‘위상’, ‘음색’ 이렇게 다섯가지로 기준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볼륨이란, 말 그대로 악기 소리의 크기다. 아무리 좋은 소리더라도 소리 자체가 작으면 한계가 뚜렷하다. 실내악으로 사용한다면 크지 않은 악기 볼륨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 넓은 홀이라면 분명 문제가 되겠다. 그래서 바로크 바이올린이나 7/8사이즈 바이올린이 대규모 오케스트라나 솔리스트에게 메인으로 사용될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악기 크기가 곧 볼륨 크기와 비례하기 때문에 작게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하다.

 

    두, 세 번째는 ‘울림’과 ‘직진성’. 울림을 이야기할 때 함께 거론되는 것은 ‘직진성’이라고 본다. 두 가지는 동시에 충족하기 조금 어려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간혹 정체불명의 올드악기를 테스트하면 울림은 좋은 것 같은데 직진성이 크게 떨어지는 악기가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악기의 두께를 지나치게 얇게 재가공한 것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울림은 분명 커지지만, 멀리서 들으면 정확한 음정이 잘 안들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잘 모르는 연주자 입장에선 울림이 좋으니 자신이 연주할 땐 세상 좋은 악기같이 느껴지지만, 청자가 5m, 10m 멀어질수록 무슨 연주인지 잘 안들리게 된다. 쉽게 비교하자면 사람 중에서 목소리 울림은 우렁우렁한데 입 주변에 맴 돌아서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리는 것과 같다.

 

    악기 판을 얇게 치는 것은 올드악기 문제만은 아니다. 현대 악기들도 악기 판 두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정석대로라면 적당한 두께로 악기를 만들고 악기 소리가 틔이는 미래를 기약해야하는데, 당장 만들어진 악기 소리는 다소 무겁도 답답한 경향이 있어서 구매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그렇다고 악기 판을 얇게 쳐 당장 좋은 소리를 추구한다면 일시적으로 팔리기는 하겠지만 미래의 잠재력을 잃는 것이다.

 

    반대로 직진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울림이 부족하고 찌르는 듯한 프로젝션만 강해진다. 보통 이런 악기는 평범한 새악기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개인적으로는 울림이 강하고 직진성이 부족하면 비전 티타늄 솔로 같은 현으로 보완하고, 반대라면 에바피라찌 같은 울림이 좋은 현을 사용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또 앙상블용, 합주용이라면 울림이 좋은 악기가 더 선호되고, 솔로용이라면 직진성이 더 선호되는 듯 하다. 물론 울림과 직진성 모두 균형있게 갖추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악기겠다. 유명 가수를 보면 목소리의 울림도 훌륭한데 직진성도 뛰어나서 저 멀리 있는 사람도 들을 수 있는 것과 같다

 

    네 번째는 ‘위상’이라고 생각한다. 위상이라고 하면 무슨뜻인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청자가 무대 위에 있는 연주자를 등지고 악기 소리를 들었을때, 연주자가 어디에 서있는지 정확하게 느껴질 수록 위상이 좋은 악기라고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유명 솔리스트를 떠올리면, 관객석에서 눈을 감아도 정확하게 솔리스트 위치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유명 솔리스트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위상까지 가진 악기가 많다고 본다. 


    의외로 위상이 좋은 악기는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만나도 엄청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연주자가 바로 느끼기 어려운 것이라, 오히려 음악을 녹음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아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음색. 음색이야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부분이다. 근래 이탈리아 크레모나 악기처럼 뭔가 기름지고 예쁜 음색이 있는 반면, 조금 거칠어도 개성있는 소리도 있다. 이건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 아닐까 한다.

 

    다섯가지를 모두 갖춘 악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찾아도 일반인은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저 다섯가지 중에서 2~3개만 갖춰도 충분히 좋은 악기라고 생각한다. 충족하는 기준이 많을수록 좋은 소리를 지닌 악기고(가격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감), 0개면 구매를 피해야 할 악기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악기별로 예를 들어보자. 마틴스완이라는 외국사이트에서 지금도 프로들에게 주로 사용하는 바이올린을 소리에 따라 분석해 놓은 글이 있었다.



    구분을 보면 색깔이 진할수록 가장 좋은 소리로 평가한다.


    국내 악기상에서도 종종 보이는 프랑스 메장 악기에요. 메장가문은 대를 이어 악기를 만들었다는데, 각각의 악기 소리는 모두 다르다. 선대 메장 악기의 소리가 더 좋다고 평가를 받고, 후대로 갈수록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선대 메장의 경우 악기의 소리 편차는 적은 편인데, 후대 메장의 경우 편차는 제작자가 같아도 큰 편.



    이탈리아 나폴리의 니콜로 갈리아노 악기 소리 평가다. 갈리아노 가문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유명한 제작자다. 전반적으로 평가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위 평가는 프랑스의 명장으로 꼽히는 뷔욤. 뷔욤은 힐러리한이 사용하는 악기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이건 의외로 독일 모던악기인 로스. 물론 지금 만들어지는 로스 악기는 공장형 로스 공방에서 대량 생산되는 악기다. 하지만 로스가 살아있을 시절에 제작한 악기들은 평가가 생각보다 좋다. 물론 이 시기에 제작된 로스 악기는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뷔욤, 갈리아노보단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경매가 기준 뷔욤은 ‘억’ 소리 나지만 로스는 1000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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