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팅세트 관련 글은 한 편으로 정리하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길어져 두 편으로 늘어났다. 이번 편에선 흔히 쓰이지 않는 피팅세트 목재와 예술성을 올린 피팅세트를 알아보도록 하자. 다만 잘 쓰이지 않는 피팅세트이기에 글쓴이도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점이 아닌 간접적인 경험에 의한 서술임을 밝힌다.
■페르남부쿠 피팅세트
오토템펠 사의 페르남부쿠 피팅세트
바이올린 활의 핵심 목재로 유명한 페르남부쿠 나무로 만든 피팅세트다. 페르남부쿠 나무는 브라질 페르남부쿠에서 자생한 나무를 말하며, 정확히 '브라질나무'이며 콩과 식물이다. 중국에서 주장하는 페르남부쿠는 중국에서 자라는 브라질나무지만 유사종으로 생각하면 된다.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나무 답게 페르남부쿠 피팅세트 또한 고가를 자랑한다. 페르남부쿠 피팅세트를 사용하는 연주자들은 음색이 에보니와 로즈우드 중간에 있고, 소리의 탄성(?)도 느껴지면서 독특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페르남부쿠 나무는 단단함은 물론이거니와 특유의 탄성이 훌륭한 목재이면서 현악기의 활을 제작할 때 절대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재료다. 현악기의 활은 페르남부쿠와 비(非)페르남부쿠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며, 가격도 큰 차이를 나타낸다.
■스네이크 우드와 대추나무 피팅세트
스네이크우드 피팅세트(왼쪽)와 대추나무 피팅세트를 사용한 밍장주909 모델(오른쪽)
미리 언급하자면 두 목재의 피팅세트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언급하기 다소 조심스럽기도 하다. 두 목재 역시 경도성이 좋은 목재로 분류되며, 스네이크 우드의 경우 독특한 무늬가 가진 정체성으로 악기에 사용되는 편이다. 물론 클래식보단 일렉기타 같이 락&메탈용 악기에 더 쓰인다.
딱 한 번인가 스네이크 우드 피팅세트를 사용하는 연주자를 본 적이 있었다. 남자 연주자였는데, 옷차림새부터 개성이 남달랐다. 그래서인지 스네이크 우드 피팅세트를 사용하는 연주자는 개성이 남달라야한다고 믿고 있다. 소리는 로즈우드의 비슷하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다.
대추나무는 주로 중국에서 자생되면서 중국에서 제작한 중저가의 바이올린 피팅세트로 쓰이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밍장주 909모델 바이올린의 피팅세트가 이 대추나무 재질이다. 사용자의 입을 빌리자면, 대추나무 피팅세트는 박스우드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으며, 박스우드 처럼 오염에도 취약하다고 했다.
■ 그 외
간혹 바이올린 E현 부분의 모습이 다른 테일피스를 사용하는 연주자들이 있다. E현 부분이 더 긴 형태의 테일피스를 사용하는 목적은 애프터랭스(after length)를 조절하는 용도다. 사진처럼 E현 부분의 애프터랭스가 짧게 되면 그만큼 현의 텐션은 더 커지게 된다. E현을 더욱 당긴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E현의 텐션을 강화시키면 그만큼 현의 울림이 커지게 된다. 보통 악기 E현의 울림이 다소 아쉬울 때 사용하는 테일피스다. 잠깐 언급했듯이 피팅세트보다 브릿지와 사운드포스트, 애프터랭스 등 '세팅'이 주는 소리의 영향이 더 크기에 소리의 차이점은 꽤 느껴지는 편이다.
다만 이같은 테일피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악기 성능이 아쉽다는 반증이고, 각 현의 밸런스가 좋은 악기에서 비대칭의 테일피스를 사용하는 것은 자칫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비대칭의 테일피스는 마지막에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뷔욤(Vuillaume)의 피팅세트
The 1716 'Messiah' violin by Antonio Stradivari, Jean-Baptiste Vuillaume carved tailpiece
현악기의 피팅세트를 조각해 예술성을 높히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앞서 다룬 프랑스의 위대한 제작자 뷔욤(Jean-aptiste Vuillaume)은 피팅세트를 깎아 예술품으로 만드려는 시도를 했고, 특히 테일피스에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은 성인(Saint)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상 1716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메시아' 바이올린에 뷔욤이 제작한 테일피스를 장착한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St. Marc' violin(왼쪽), 'St. Jean' violin(오른쪽), by J.B. Vuillaume
'St. Luc' cello(왼쪽), 'St. Mathieu' viola(오른쪽), by J.B. Vuillaume
뷔욤은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에 자신이 조각한 피팅세트를 쓰는 일이 많았다. 이와 같은 피팅세트는 단순한 부속품을 넘어서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늘날 뷔욤의 피팅세트를 모방한 조각된(carved) 피팅세트는 쉽게 구할 수 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조각 피팅세트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 이런 저렴한 조각 피팅세트를 호기심에 사용하는 연주자를 간혹 보긴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어색함을 느낀다.
'St. Cecil' J.B. Vuillaume(왼쪽), 공장제 카브드 피팅세트(오른쪽)
개인적인 생각으론 험하게 굴리는 여분의 악기에 이같은 저렴한 조각 피팅세트를 써보는 것은 괜찮아도, 소중한 악기에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혹은 뷔욤이 제작한 피팅세트는 아니더라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 조각된 피팅세트를 구해 착용하는 것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