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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Feb 23. 2022

어떤 피팅세트 고를까(上) - 주로 쓰이는 목재들

바이올린 이야기 #19


◆어떤 피팅세트 고를까 (1)

오토템펠 사의 '플레임 박스우드(Flame Boxwood)' 피팅세트


 현악기 피팅세트에 대해 알아보자. 현악기 피팅세트는 현의 장력을 고정시키는 펙(pegs)과 테일피스(tailpiece), 그리고 턱을 기대는 턱받침(chinrest)으로 구성돼 있다.

 피팅세트의 역할은 현과 신체의 고정이라는 기능 이외에 악기의 소리와 미관에도 영향을 준다. 먼저 피팅세트가 악기 소리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악기제작계에서도 뜨거운감자이다. 물론 악기에 '걸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리에 일정부분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대체적으로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지만, 일각에서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도 많다. 음향기기로 비유하자만 피팅세트는 케이블과 같이 소리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악기, 활, 현, 브릿지와 사운드포스트에 비해 약하다라는 생각이다. 글을 쓰는 나도 피팅세트가 소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그럼에도 피팅세트는 음향적으로나 미관적으로나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기에 목재를 중심으로 종류별 특징과 예술성을 극대화한 사례 등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피팅세트의 목재는 크게 에보니(흑단나무 Ebony), 박스우드(회양목 Boxwood), 로즈우드(자단나무 Rosewood), 페르남부쿠(Pernambuco wood)로 나뉜다. 때로는 아프리카블랙우드(Blackwood), 스네이크우드(Snakewood), 호두나무 등도 피팅세트로 사용되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목재 활용도에 비해 크게 밀린다. 피팅세트에 사용되는 나무의 공통점은 밀도성이 좋은 단단한 목재라는 점이다.


에보니 피팅세트

 역사적으로 에보니는 귀중한 목재로 가구와 공예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됐다.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나무의 심이 칠흑같은 것이 특징이다. 단단함은 모든 목재 중 최고에 속한다. 이렇게 때문에 에보니는 피팅세트 이외에도 현악기 지판에도 쓰인다. 또한 나무 밀도가 우수하기에 음향목 역할도 훌륭하게 해준다.

에보니(흑단나무) 단면


 여기서 잠깐 의문이 들 수 있다. 음향목으로 훌륭한 에보니가 바이올린 몸통의 재료에는 왜 쓰이지 않을까. 역시 밀도에 있다. 너무 밀도성이 좋기에 음의 전달을 오히려 방해하게 된다. 일부 이론가는 에보니로 제작한 악기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떠한 목재로 만는 악기보다 좋은 소리를 낼 거라고 생각하지만, 에보니 소리를 틔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피팅세트로서 에보니는 가장 많이 쓰이는 목재다. 흔히 바이올린을 생각하면 검은색의 펙과 테일피스, 턱받침을 떠올리는데 바로 그게 에보니다. 단단하기 때문에 내구성 측면에서 훌륭하고, 오염에도 강하다. 또한 특유의 무늬 때문에 미관적으로도 훌륭해 피팅세트로 사랑받는 목재다.

게바 사의 에보니 피팅세트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에보니 피팅세트를 사용하는 연주자들은 악기 소리가 정갈해지고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에보니의 특징이 밀도가 치밀하고, 무게도 다른 목재에 비해 크기 때문에 소리를 잡아준다는 의견이다. 밀도와 무게가 클 수록 소리를 단단하게 잡아준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테일피스와 현이 맞닿는 부분은 동물의 뿔로 제작되는 편이다. 테일피스에 보이는 흰색 또는 검은색 계열로 된 가로선이다. 검은색은 주로 버팔로의 뿔, 흰색은 메머드의 뼈로 제작된다. 흰색의 경우 과거에는 코끼리의 상아로 제작됐지만, 상아를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메머드 화석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에선 상아 재질의 피팅세트, 심지어 메머드 뼈 재질의 피팅세트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 세계를 돌아다니는 연주자에게 곤란한 상황을 주기도 한다.


아프리카 블랙우드 피팅세트


 유명 피팅세트 제조업체 중 하나인 보가로 앤 클레멘테(bogaro&clemente)에서 아프리카 블랙우드로 제작한 피팅세트를 판매한다.

보가로 앤 클레멘테 사의 블랙우드 피팅세트


 우선 블랙우드는 에보니와 '다른 나무'다. 블랙우드는 흑단이 아닌 '자단속'에 있는 나무며 정식명칭은 '아프리카황단'이다. 하지만 블랙우드의 모습이 에보니와 흡사하기 때문에 차이점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블랙우드의 나뭇결이 에보니보다는 로즈우드에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나무의 경도와 밀도도 흑단(에보니)보다는 자단(로즈우드)에 가깝다. 즉, 에보니보다 내구성이 약하며 소리는 반대로 덜 무겁다는 의미다.

 어째서인지 보가로에선 블랙우드를 에보니와 크게 구분짓지 않고 은근슬쩍 에보니 같은 목재로 밀고 있는 모습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연히 블랙우드와 에보니는 다른 목재임을 다시 한 번 알아두자. 이처럼 블랙우드가 에보니 대체제로 나온 것은 품질이 좋은 에보니의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에보니 중에서 상위 품질로 치는 것이 인도산 흑단나무(Indian Ebony)인데, 지나친 벌목으로 보호대상이다. 하지만 에보니의 수요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블랙우드가 쓰이는 것이다.

 악기 제작자나 연주자 중에선 블랙우드가 더 낫다고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지 블랙우드가 좋은 소리에 미치는 영향은 검증된 것이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박스우드 피팅세트

정원에 있는 박스우드(회양목)와 톤우드 사의 박스우드 페팅세트


 에보니 다음으로 널리 쓰이는 피팅세트 목재라고 할 수 있다. 박스우드(회양목)는 사진과 같이 정원이나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다. 정원용 박스우드는 저렇게 아담하지만, 야생의 박스우드는 4~5m는 거뜬히 넘어간다. 그리고 주로 추운 북부 지방에 자생하는 경우가 많아 크리스마스 나무로 떠올리는 그 나무가 박스우드다.

 박스우드로 만든 피팅세트의 특징은 밝은 색상과 비슷하게 음향을 밝게 바꿔주는 편이다. 소리의 품질을 더 좋게 만들기 보다는, 소리의 느낌을 웜톤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같은 악기더라도 에보니 피팅세트를 사용할 때와 박스우드를 사용할 때를 비교하면 꽤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지금도 수 많은 연주자들에게 사랑받는 피팅세트이기도 하다.

 흔한 나무라고 해서 저렴한 것은 절대 아니다. 어째서인지 에보니 피팅세트보다 더 비싼 값을 자랑한다. 특히 사진처럼 '플레임 박스우드'라고 해서 불꽃무늬가 있는 박스우드 피팅세트는 정말 비싸다. 세트로 100만원 이상. 게다가 피팅세트 공임비는 다른 목재보다 더 많이 받는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악기의 소리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할 때 박스우드 피팅세트로 보완하는 편이다. 반면에 가벼운 소리를 내는 악기에 박스우드 피팅을 하면 소리가 붕붕 날아가는 것을 느낀다. 또한 미관적으로도 아름다운 편이라, 화려한 악기 모습을 좋아하는 연주자에게 선호되곤 한다.

 다만, 밝은 색상 특성상 때나 화장품 등의 오염에는 취약한 편.


■로즈우드 피팅세트


 로즈우드는 동양에선 '자단'이라고 해서 동양에서 '황제의 나무'로 불렸다. 로즈우드는 중국 남부에서도 자생하는데, 단단하고 아름다워 중국 황실의 가구용으로 많이 사용돼 황제의 나무로 여겨졌다.


로즈우드(자단나무)의 단면


 로즈우드가 왜 로즈우드인지는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무 심이 장미꽃처럼 화려하다. 또한 특유의 붉은 갈색을 띄면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자단나무로 꾸민 실내공간과 오토템펠 사의 로즈우드 피팅세트


 그럼에도 피팅세트로서 로즈우드는 활용도가 감소하는 추세다. 로즈우드 피팅세트의 특징은 앞서 언급한 블랙우드와 같이 에보니와 박스우드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귀에 띄는 소리의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혹자는 로즈우드만의 부드러운 소리가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또한 내구성 역시 에보니와 박스우드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도 에보니와 박스우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요를 차지하는 것이 로즈우드 피팅세트이다. 또한 붉은 갈색이라는 중간적인 색상으로 어느 악기에나 잘 어울리는 편이다. 가격 또한 에보니와 박스우드에 비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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