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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Feb 25. 2022

바이올린 활의 세계

바이올린 이야기 #21

◆바이올린 활의 세계


Henryk Kaston 작, 베토벤·하이페츠·브람스·레오폴드 등의 역사적인 작곡가와 연주자 초상화가 양각된 바이올린 활


바이올린을 포함한 현악기 활 만큼 원 자재 대비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물품은 드물 것이다. 현악기 활은 외관상으로 그저 나무막대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이올린 활을 기준으로 쓸만한 것은 최소 50만원 이상이고,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활의 경우 '억' 소리는 우습게 난다.


 현악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이올린의 활의 가격을 들으면 항상 놀라곤 했다. 현악기 연주자가 아닌 다른 악기 연주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바이올린 활이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이유는 어떻게 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성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외관상으론 작디 작은 나무막대기지만, 좋은 활은 악기의 아름다운 소리를 극대화 할 뿐더러 연주자 손에 착 감기면서 연주 스킬에 도움을 준다.


 어느정도 실력이 쌓인 연주자가 형편없는 활로 '스피카토'나 '소티예' 등의 보잉 스킬을 할 때 쉽게 팔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둔탁한 소리를 내곤 한다. 하지만 같은 연주자가 좋은 활을 쓸 때는 정반대로 피로감을 덜 느끼거나, 깔끔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바이올린 활이 내구성도 약할 뿐 더러 소모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바이올린 활을 땅에 떨어트리거나 힘을 주면서 연주를 할 때 활의 '헤드' 부분이 또각 부러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또한 팔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분인데다가 나무라는 특성상 활이 휘는 등 변형이 오기도 하며, 같은 맥락으로 수명이라는 게 없다시피하는 악기 몸통과 달리 활은 오래 사용할 수록 탄성 줄어들며 소모된다.


헤드가 부러진 바이올린 활의 수리 과정. 접착제 이외에도 헤드 내부에 철심을 넣어 내구성을 보강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에 빠질 필요는 없다. 수 많은 연주자와 제작자들이 좋은 활을 오래 쓰기 위해 부러진 활을 고치는 방법을 개발했고, 활의 곡도와 탄성을 맞아 수명 또한 최대한으로 늘리곤 한다. 적어도 연주자의 수명이 먼저 다했으면 다하지, 잘 관리한 바이올린 활은 생각보다 오래 쓸 수 있다.


 현악기의 활은 우리가 흔히 아는 나무로 된 몸통 부분과 활털, 손잡이 역할을 하는 프로그, 활털과 몸통을 연결해주는 팁 등으로 구성된다. 활 몸통 목재로는 브라질산 페르남부코(pernambuco) 나무가 사랑받는다. 정식명칭 브라질나무인 이 목재는 브라질의 도시 페르남부쿠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최상품으로 치며, 특유의 단단함과 탄성으로 바이올린 활에 적격이다.


 오늘날 현악기 활은 페르남부코로 만는 활과 비(非) 페르남부코로 나뉘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페르남부쿠 나무는 멸종위기종으로 목재 공급 또한 부족하기 때문에 페르남부쿠 재질의 활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나가는 편이다.


가공 전 페르남부코 활의 모습과 일반목과 페르남부코(오른쪽 아래) 목재의 차이


 연습용 악기를 살 때 끼워주는 일명 '번들활'은 페르남부코일 가능성이 없다. 대부분 잡목으로 만들어진 활이다. 가끔 '브라질우드'나 중국제 페르남부코라는 이름으로 활이 나오곤 한다. 브라질우드는 앞서 언급했듯 브라질나무는 맞으나 페르남부쿠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자생된 나무를 말하며, 중국제 페르남부코 역시 중국에서 자생하는 브라질우드일 뿐이다. 둘 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대 위치하며 초보 연주자가 그럭저럭 사용할 만 하다.


 팁은 과거 코끼리 상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밀렵 문제로 상아 반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동물의 뼈나 매머드 화석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그 마저도 공급이 부족해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뼈로 제작된 활 팁(tip·왼쪽)과 상아로 만들어진 활 프로그(frog·오른쪽)


 프로그는 보통 에보니(흑단나무)로 제작되나 다양한 나무, 동물의 뼈, 상아, 거북 등껍질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이곤 했다. 또한 프로그는 바이올린 활에 미적인 역할을 크게 하고 있어 예술적인 가치를 더한다. 이 때문에 프로그도 활 제작자가 만든 '진품'인지 따지게 되며, 파손 또는 분실 등으로 프로그를 교체할 때 활 전체의 가치가 하락하기도 한다.


 활 털과 손가락이 닿는 부위를 감싸는 가죽, 은사 등은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


바로크 스타일의 바이올린 활(왼쪽)과 아르쿠스 사의 카본 활(오른쪽)

 바이올린 활의 모양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해왔다. 바로크 시대의 활은 지금의 활 모습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시대연주를 할 때 바로크 양식의 활이 쓰이곤 하지만, 일반 연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오늘날 바이올린 활은 신소재에 도전을 받고 있다. 비교적 내구도가 약하고 수명도 있는 목재에서 넘어 탄소섬유(카본), 금속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곤 한다. 카본으로 된 바이올린은 아직 대중적이지 못하지만, 카본 활은 오늘날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혹자는 카본 활이 나무 활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드활이 더 널리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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