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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Jul 24. 2022

준거집단이 주는 영향력

작년에 채용 목적으로 컨설팅 회사 4-5년 차 분과 깊게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준거집단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분은 사용하는 언어, 생각하는 방식, 가치관 등 컨설팅 업계의 표본과도 같은 분이었다. 물론 나쁜 의미는 아니다. 컨에서 모범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분이고 대화가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나와는 다른 분이라는 느낌은 강하게 받았다. 대화를 마치고 그 차이가 신선해, 근처에 사는 친구를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컨설팅 업계에서 1년 만에 도망쳐 나와서 스타트업으로 넘어온 친구이다.


그 친구의 얘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본인에게 컨설팅에서 스타트업 업계로 넘어온 결정은 단순한 이직을 넘어서 삶의 양식,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2년을 채우지 않고 1년 만에 도망 나온 이유는, 스스로 컨에서 2년을 버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컨에서 2년은 커리어상 의미 있는 분기점이다)


어떤 업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건, 나와 맞다 / 안맞다를 넘어서 실제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큰 영향을 주는 듯하다. 시작은 작은 차이였을지라도 나는 스타트업에 있는 시간 동안 더 스타트업스러운 사람이 되었고, 그 분도 컨에 있는 동안 더 컨스러운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인생 계획을 세우다보면 종종 '나는 결국에는 스타트업을 할건데, 당장은 경험이 부족하니 일단 대기업에서 5년 정도 경력을 쌓고 적당한 아이템을 찾아서 창업 할거야'와 같이 최종 목표로 가기 위한 경로를 최적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나와, 중간 갈림길에서 선택을 내리는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 일 수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분명 창업이라는 최종 골을 위한 수단으로 대기업 5년을 선택했지만, 대기업에서 5년을 일해버린 나는 더 이상 창업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돌고 돌아 20대 초반에는 매우 싫어했던 말이지만 스타트업 인재는 스타트업에서 길러진다는 말이 다시 생각난다. 커리어는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고, 그 안에 머무르면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영향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결국 가고 싶은 업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돌아가지 말고 직진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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