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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Aug 04. 2022

불확실성을 대하는 태도

마지막 반발짝 내딛기

지난 1년 간 회사가 커짐에 따라 새로 합류할 멤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을 보냈다. 여러모로 괜찮은 포지션을 열게 되어서 많은 시니어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사실 다른 조건들은 전부 맞출 수 있는데, 초기 기업이 가지는 근원적 불확실성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그 사람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초기 스타트업은 태생부터 불확실하다. 이건 단순히 어렵다가 아니고 정말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평가는 결국 그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기반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위험기피적인 성향이 있지만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는지, 혹은 얼마나 큰 기회를 포기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많은 시니어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불확실성에 두는 가중치가 생각보다 높음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경험이 많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정교해지고 높아진다. 그리고 손에 가진  많아진다. 물론 경험이 쌓이는  좋지만 종종 독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새로운 기회가 생겼을  이를 평가하는 기준은  깐깐해지고 선택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점점 커진다. 결국 항상 기회가 오면 잡겠다고 하지만 잡고 싶은 기회는 평생 나타나지 않는, 항상 창업을 준비하지만 끝내 시작하지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지기 쉽다. 물론 잘못된 선택은 전혀 아니다. 안될 이유가 뻔히 보이는데 무작정 시작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의미이고, 열정으로 모든  잡아먹기에는 이제 성숙해졌다는 의미이다.


비용-편익 분석은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상에 가장 부합하는 의사결정 방식이지만, 한 가지 큰 가정을 함의하고 있다. 비용과 편익에 대한 모든 가능성(확률 분포)을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이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하고(정보 부족), 설사 알더라도 이를 분석할 역량이 부족하고(인지능력 한계), 둘 다 가능하더라도 물리적ㆍ시간적 제약으로 적시에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맞닥뜨리는 불확실성이란 주로 계산 범위 밖에 존재한다. 아무리 깊게 고민하고 많은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도 설명할 수 없는 근원적 불확실성이 마지막에 남는다. 만나 뵌 대부분의 분들이 유능하고 똑똑하고 앞으로 커리어도 탄탄하게 쌓아나갈 분이지만, 사업의 영역으로 들어오려면 마지막 반발짝의 결단이 필요하다. 때로는 낙천적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때로는 초연하게 (안되면 어때) 그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택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에 내 몸을 던지는, 역설적으로 이성의 끝에서 비이성이, 계산이 아닌 선택이 필요하다.


새삼 지난 몇 년 간 불확실성에 대한 역치가 크게 올라갔단 생각이 든다. 막막한 상태로 사업을 시작했고, 매년 조금씩 구체화시켜나간 경험들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은 모르지만 곧 답을 찾을 거다라는 마음이랄까. 노력으로 해소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불확실성이 주는 결과까지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야 말로 가장 어렵고 필요한 역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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