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분께 일은 재밌으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저냥 할만하다고 답했는데, 사실 일하면서 재미를 고려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직장인에게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이상을 쏟는 일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본인이 업으로 삼은 일이 얼마나 재밌고 의미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만약 하는 일에 충분한 가치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때로는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는 도전이 필요할 수 있다.
나 역시 삶에서 재미와 행복에 큰 가중치를 두는 사람으로서, 성인이 된 이후 모든 선택에 재미는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20대 초반 수없이 해 온 사이드 프로젝트, 외주 개발, 대기업에 가지 않은 이유 그리고 창업에 이르기까지 재미를 쫒아 살아온 인생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회사를 시작하고 어느 순간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할 건데?'라는 되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나를 믿고 기존 직장을 포기하고 따라와 준 초기 멤버들, 회사의 성장에 베팅한 투자사들, 좋은 제품을 기다리는 고객사들 등 이들에게 '여러분 이제 일이 재미가 없네요. 전 다른 일을 찾아 떠납니다. 안녕~'이라 말하는 선택지가 나에게 있는 걸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지금 하는 일이 재밌어?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는다. 그 질문의 답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질문은 아닐 것이다. 또 비슷하게 이 일이 내 성장에 도움이 될까? 라는 질문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도 '여러분 이건 제 성장에 도움이 안 되네요. 전 다른 일을 할게요~' 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4-5년간 내가 해온 일이 다 재미없었다거나 하기 싫은 일이란 의미는 아니다. 힘들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크게 성장한 나 자신에 놀랄 때가 많다. 다만 설사 나에게 재미가 없더라도,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필요한 업무이고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하는 게 창업자의 도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