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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Jun 03. 2023

당신의 선택은 항상 옳다

걱정이 많은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일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어떤 전공과 직업을 선택할지, 더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살지까지 우리 인생은 선택으로 시작해 선택으로 끝난다. 그러나 항상 선택의 순간 앞에 서면 조금 불안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잘 못된 선택을 내리진 않을까.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머뭇거리다 아무런 선택을 내리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부추김에 등 떠밀려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의 선택은 항상 옳다.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경제학은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문장에서 시작한다. 과연 인간은 합리적인가라는 비판도 많이 받지만, 그럼에도 경제학의 비용-편익 분석은 사회를 설명하는데 꽤나 좋은 툴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합리성은 때로 세상 모든 일에 정답이 있다거나, 자기 이익만 좇는 이기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주관적이고 따뜻한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적 합리성의 근간을 파고 들어가면 그 기저에 효용함수(utility function)가 있다. 효용(utility)이란 모든 인간이 얻는 주관적 만족을 통칭하는 말이다. 주관적이란 의미는 같은 상황에 놓여도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감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주관적 만족감을 정량화시킨 게 효용함수이다. 즉 모든 사람은 각자의 효용함수를 가지고 살아간다.



효용함수와 합리성의 관계

쉬운 예로, 같은 가격의 초코우유와 딸기우유가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초코우유를, 어떤 사람은 딸기우유를 골랐다. 둘 중 누구가 더 합리적일까? 정답은 둘 다이다. 초코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은 초코우유를, 딸기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은 딸기우유를 고른다. 우유가 주는 '주관적 만족감'이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선택을 내렸을 뿐이고, 두 선택 모두 합리적인 선택이다.


조금 더 가보자. 만약 초코우유 1개 가격에 딸기우유 2개를 준다면 어떨까? 그럼에도 초코우유를 고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오 저 사람은 초코우유를 많이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초코우유 1개 가격이 딸기우유의 10배인데 그럼에도 초코우유를 골랐다면? 아마 누군가는 뭐야 10배 차이면 당연히 딸기우유 골라야 하는 거 아냐?라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선택을 '비이성적인,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본질은 동일하다. 그냥 그 사람의 효용함수가 그렇게 생겨먹어서, 딸기우유 10개보다 초코우유 1개가 더 좋다는데! 그 사람에게 다른 어떤 선택지도 초코우유 1개보다 합리적일 수 없다. 사실 경제학의 비용-편익 분석은 모든 주관적이고 개인화된 영역을 효용함수를 통해 정량화시키고 그 위에서 합리성이란 도구를 활용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내 선호가 분명하다면, 나와 다른 사람의 선택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물론 비교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내 효용함수가 사회의 일반적인 규범에 비춰봤을 때 얼마나 대중적인지 혹은 유별난지 살펴보는 것뿐 선택의 합리성과는 무관하다. 즉 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지 판단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나 사회의 시선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고민의 본질은 정보의 습득이다

그렇다고 아무의 의견도 듣지 않고 독고다이로 결정하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고민스러운 상황에 자주 놓인다. 우리가 선택 앞에서 고민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고민의 본질은 정보의 습득에 있다. 내 상황에서 가능한 선택지를 나열하고 각 선택에서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정리하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실제 상황은 초코우유, 딸기우유처럼 딱 정해진 선택지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잔뜩 낀 선택지들이 대부분 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확실하지만 낮은 리턴, 불확실하지만 매우 높은 리턴, 어쩔 때는 좋지만 최악의 경우가 너무 낮은 리턴 등 어느 것 하나 명료한 일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의견을 묻고,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 살피며 과연 내가 가진 선택지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즉 이 불확실성을 최대한 이해해 보기 위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란 의미이다.


가령 내가 국가고시를 준비할지 고민 중이라면, 나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친구들이 고시를 도전했을 때 얼마나 성공하는지, 준비 기간은 평균 얼마인지, 고시에 붙고 나서의 삶은 어떤지, 고시에 떨어졌을 때 나에게 남는 선택지가 뭐가 있는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숱한 정보를 검토한 뒤 고시를 준비하기로 선택했다면, 누가 뭐라고 하든 그 선택은 옳다. 설사 고시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이미 그 리스트 마저 감수한 선택이기에 당신은 여전히 옳다.



흔히 하는 실수들

합리적 선택과 효용함수, 불확실성과 정보 습득의 관계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들을 피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고민을 길게 하면서 신중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가 없다면 한 달을 고민하나 한 시간을 고민하나 다를 바가 없다. 고민은 내가 가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시간이나 노력을 들여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군생활 2년 동안 누워서 생각해 본 진로 고민이 실익 없는 이유이다.


좋은 선택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다. 좋은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선택은 불확실성을 통해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과보다 선택에 집중해야 한다. 결과에 집중하는 순간 근심과 후회만 가득한 인생이 펼쳐진다. 결과론적 사고는 '그때 그걸 했어야 하는데'라는 과거에 대한 사후적인 비평만 있을 뿐 오늘의 선택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좋은 선택이란 최악의 결과가 나왔더라도, 다시 돌아가도 동일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선택이다.


정밀 고민되는 문제는 역설적으로 아무거나 선택해도 무방하다. 고민을 충분히 했음에도 여전히 망설여진다는 건 압도적으로 좋은 선택지가 없다는 의미이다. 51대 49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51을 정확히 찾아내려는 시도는 종종 소모적인 노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대충 골라도 된다는 의미이다. 그냥 동전을 던져서 결정해도 좋다.


세상에는 고민이 의미 없는 선택도 있다. 어떤 선택은 원초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에 고민이 필요 없을 때가 있다. 가령 카지노에서 주사위의 홀수 짝수를 맞추는 게임을 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결과에 영향이 없는 것과 같다. 물론 그 선택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세상에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선택지는 없다. 만약 있다면 그건 고민의 영역이 아니기에 우리의 선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좋은 점이 있으면 당연히 안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선택의 순간에서 개인의 효용함수에 따라 좋은 점이 주는 효용이 안 좋은 점이 주는 효용보다 크기에 내리는 것뿐이다. 부정적인 면을 외면한다고 없어지지 않으며, 일이 벌어진 뒤에 후회하는 건 한심스러운 일이다.



고로 당신의 선택은 항상 옳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상황을 마주하고, 고민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내게 주어진 선택지를 나열하고, 그 선택지 중 나의 효용함수가 가장 만족하는 선택을 내리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물론 인생은 혼자 사는 게 아니기에 남들과 다른 선택을 내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로서 살아간다. 만약 내 효용함수가 사회의 일반적인 분포를 매우 벗어나 있다면, 그래서 아무도 당신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선택은 여전히 옳다. 그 누구도 당신의 선택이 잘 못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당신은 남들의 등쌀에 떠밀려 그럴싸한 선택을 내린 사람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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