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탈출기

by 최선화

꼰대 탈출기

우리 직원 중 한 사람과 내가 같은 폰을 거의 동시에 구입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안 사실은 나는 아직도 그 폰을 몇 년 동안이나 그대로 쓰고 있는데 우리 직원은 벌써 세 번이나 바꾸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아직도 별문제 없이 잘 쓰는데 직원은 왜 그리 자주 바꾸었을까? 월급도 내가 더 많았고 생활도 내가 더 넉넉한데... 막상 여러 가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다 고르고 골라 말했다. ‘자네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고 나는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했다’고.

그게 사실이었다. 그 사람이 돈을 어떻게 쓰건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린 문제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당장 꼰대 소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잘 터지지도 않는 폰을 인내심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은 폰의 활용도가 낮고 잘 다루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몇 푼 아끼겠다고 구닥다리 폰을 가지고 다니며 잘 터지지 않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민폐다. 그런 구시대적 발상은 당연히 꼰대나 하는 짓거리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에게 돈을 아껴라, 그래서 언제 집 사냐? 그러니 맨날 부족하지 라며 잔소리를 해댄다. 폰값 아껴 집을 살 수 있기나 한가? 평생 아끼고 줄여서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지금의 만족감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처럼 항상 다음으로 모든 기회를 미루고 유예하며 살아온 삶이 그렇게 자랑스럽고 잘한 일인가? 그 어느 것도 확실치 않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그들대로의 판단으로 그들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간다. 살아온 시대와 여건이 다른데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고집하고 가르치려 드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 지금의 여건은 그들에게 더 익숙하며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을 믿고 지켜보도록 하자.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이것뿐이다. 내 경험이 마치 다 인양 고집하며 주장하다 꼰대로 밀려나느냐 아니면 그들을 믿고 불안감을 넘어서 우아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어른이 될 것인가?

나이 든 것만도 서러운데 나잇값을 하려니 정말 힘들고 억울하다. 내가 먹고 싶어 먹은 것도 아니고 떠밀려온 것뿐인데 어르신 어르신 하며 마치 위해주는 것처럼 우아하게 코너로 몰아버린다. 싫다고 뿌리치지도 못하게 말이다.

그러니 우리도 옅은 미소로 품위를 드러내며 걸어가는 도사처럼 우아하고 조신하게 행동할 수밖에,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서. 그래, 너네도 몇 년 남지 않았을 것이니 그때가 되어야 지금의 내 심정을 이해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래도 결코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그런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마지막 자존심이기에...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해 보았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세월이 많은데 이러고는 안 되겠기에 공존을 위한 법칙을 찾아보기로 했다. 모두가 이기는 법칙, 모두가 여유롭게 승복할 수 있는 길, 서로에게 품위와 용기를 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그래서 참 어른이 되고 어른다운 품위와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진심으로 찾고 싶다.

그것은 서로가 그리고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길이다. 꼰대니 요즘 것들이니 하는 비아냥이 아니라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함께 공존하며 어른 다움을 전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진심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젊은이들의 가슴에는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고 싶은 갈망으로 그들도 목말라 있을 것이다. 어른이 먼저 어른 다울 때, 그리고 젊은이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포용해주고 인내해줄 때, 꼰대도 요즘 것들도 아닌 상호존중과 애정 어린 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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