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기억들

앵무새와 카나리아

by 최선화

앵무새와 카나리아

어릴 적 어느 날 무슨 마음에서인지 아버지가 앵무새 1쌍과 카나리아 1쌍을 사 오셨다. 오늘이 어제 같은 농촌에서 우리 새의 등장은 그 자체로 사건이었고 순식간에 화제의 초점이 되었다. 나는 심심하던 차에 그림으로만 보던 예쁜 이국적인 새를 직접 키우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슨 특권을 누리는 것 같아 좋았다. 작고 예쁜 새들이 새장 안에서 이리저리 뛰노는 모습이며 고운 소리로 노래하는 것 모두 마음에 들어 처음 며칠은 자다가도 일어나서 들여다보기도 했다. 우리 새는 나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학교 갔다 오며 친구들을 데려와서 모이를 주며 과시하기도 했다.

언니와 나는 새장을 청소하고 모이 주는 일이 재미있어 시키지 않아도 우리가 먼저 나서서 정성을 다했다. 동네 사람들도 앵무새가 말하는 것이 신기해서 우리 집 앞을 지나는 길에 수시로 들러 구경하곤 했다. 이렇게 우리 새는 온 동내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우리 가족과 함께 잘 살았다.

그러든 어느 날 우리가 새장 청소를 하기 위해 문을 열어놓은 틈을 타서 그만 날아 가버렸다. 언니와 나는 새를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빈 새장을 본 아버지는 집에서 기르던 새는 야생에서 살아날 수 없다며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면 곧 죽을 거라고 했다. 그 말에 놀란 우리는 울면서 새를 찾아서 온 마을과 뒷산을 어둠이 내릴 때까지 헤매고 다녔고 그날은 저녁밥도 먹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장 문을 열어두고 모이도 뿌려놓고서 우리 새가 집을 찾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날 이후 나는 새를 찾아다니는 꿈을 자주 꾸었다.

빈 새장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었고 그 예쁜 새가 어딘가에 죽어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마당의 감나무에는 참새와 까치가 여느 때나 다름없이 날아다니고 재잘거리며 노는데 우리 작은 새들은 어디에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산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소름이 끼쳤다. 그러다 문득 새장에 갇힌 우리 새가 마당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노는 저 잡새들이 부러워서 달아나 버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처음부터 그런 새들을 잡지도 말고 새장에다 가두어 팔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냥 자연에서 참새나 제비처럼 스스로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았다.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특히 어린 나를 위해서 새를 사 오신 마음은 고맙지만 그래도 애초에 사지도 말았어야 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빈 새장을 보며 아버지에게 다른 새를 또 사달라고 졸라보겠다는 마음을 스스로 접기로 했다.

그 대신 새장을 아예 없애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빈 새장을 보면 새한테 미안하고 내 실수가 생각나서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가족들이 없는 틈을 타서 헛간에 팽개쳐진 새장을 아무도 모르게 고물 장수에게 넘겨버렸고 엿도 받지 않았다. 그게 우리 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 같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입장에서 새들을 이뻐하고 귀엽게 여길 줄만 알았지 갇혀 지내는 새는 얼마나 갑갑하고 자유롭게 훨훨 날고 싶었을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바로 옆 나뭇가지에 앉아 노는 새들을 보며 어떤 심정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때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새 편에서 살필 줄 몰랐다. 작은 새도 그들만의 본능과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다.

내가 우리 동네에서 우리 식구들과 함께 살고 싶은 것처럼 새도 그들이 태어난 곳에서 자기네 식구들과 함께 살고 싶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마도 새들이 그렇게 울어댔는데도 나는 그 소리가 마냥 예쁘고 귀엽다며 재미있어했던 일이 후회되었다. 새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리 새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잘 살기를 정성을 다해 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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