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에는, 어릴 적 유달리 심성이 곱고 어느 면에서는 마음이 약해서 힘들게 사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애 어른으로 자란 딸들이 있다. 이들은 힘들게 사는 엄마를 돕기 위해 애쓰며, 자신의 욕구는 억누르고 다른 가족들 챙기며 자란 착한 딸로 엄마에게는 고마운 딸이다. 그런데 이들이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우울증이나 심하면 자해하는 경우조차 있다. 아마도 어릴 적 부모의 적절한 보호를 받기보다는 도리어 다른 사람을 보호하느라고 스스로는 희생하며 자라다 보니 자존감이 낮고 타인의 욕구에는 민감하지만 본인 자신을 돌보는 일은 억누르고 무시해 온 결과로 여겨진다. 타인은 모두 중요하게 생각되지만, 자신은 중요하지 않으며 모든 잘못이 나의 불찰과 내 탓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람은 약한 존재로 다른 사람을 돌보기도 하지만 그러기 전에 먼저 돌봄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욕구가 적절히 충족되어야 한다. 특히 어릴 적 성장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이기적인 것은, 자신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차츰 성장함에 따라 공존을 위해서 양보하고 서로 돕는 사회성을 배워나가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되면 특히 어릴 적에 그런 결핍이 생기게 되면, 그 부작용이 어딘가에서는 나타나게 된다. 그럴 경우는 어느 정도 성장해서라도 다른 사람이 내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가난한 살림에 자식 키우느라 몸이 닳도록 희생한 여성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몸과 마음이 건강할 리 없다. 그래서 가슴에 한을 지니게 되며 죽어서도 한을 품은 원혼들이 나타나서 괴롭히는 이야기들도 생긴 것 같다. 이런 엄마와 주변 여성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자란 교육받은 요즘 젊은 여성들은 자신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가출이나 가족에 대한 방임 또는 이혼 등의 다른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그런 선택권이 주어진 만큼 사회가 여성에게 더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섣부른 선택과 무책임한 행동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남기며 마음의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런 여성들에게는 자신을 닮은 어린 딸이 많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을 그것도 자신의 소중한 딸을 다시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스스로 어려움과 마주해서 해결해 나가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감으로써 자신과 딸 모두의 삶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편이나 다른 가족에게 의지하지 못하는 여성이 딸과 연합하고 딸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며 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딸은 자신의 삶을 희생당하기도 하고 엄마와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모녀가 서로 마음의 의지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쳐서 서로 얽혀서 서로의 삶을 방해하고 독립적인 각자의 삶을 가로막는다면 문제가 된다.
성공한 딸에게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하는 부모 또한 이런 잘못된 형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딸이 성공하도록 뒷바라지하고 도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부모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능력이 있다고 해서 자립하지 못하고 의존한 사람 중에 잘 된 사람은 드물다.
부모의 능력이 자신의 능력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이미 소비 수준은 높아졌지만, 본인은 그것을 감당할 수 없기에 항상 불만스럽고 불행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점을 명심해서 키워야 하고 경제적인 독립과 자립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세상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에는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생존에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환경과 배경을 바탕으로 적응해 나간다. 그래서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건강성과 건전성이 중요한 자본이 되고 있다.
가족 중에서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보면, 대게 그 사람이 가족 중에서 가장 양심적이고 온순한 사람이다. 그래서 가장 착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심리적인 독립성이 부족하거나 분화가 덜 이루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누가 뭐래도 내가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감정적으로 더 분화되어 다른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정서적으로 독립적으로 분리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치만 살피며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이, 오히려 착한 딸로 미화되기도 한다. 그러니 다른 가족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지도 말고 눈총을 주며 억압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래야 가족과 주변 모두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자신의 발로 당당하게 살아가며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