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혹

by 최선화


나에게 상담을 받으며 비교적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당사자가 느끼기에는 자신이 좀처럼 변하지 않아서 갑갑하다며 공중파에 나온 어떤 사람과 직접 전화 상담을 했다고 한다. 그 상담가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획기적인 방법이 있다며 거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두 달 안에 확 달라지는 변화를 장담했다고 하니, 아마도 그분은 내가 모르는 어떤 신통력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사람의 마음과 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의 이해와 통찰을 통해서 서서히 바뀌어 가며 익혀나간다. 그렇게라도 바뀌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빨리 변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과 당사자 자신의 노력이 아닌 어떤 다른 힘으로 쉽고 편하게 바뀌기를 바란다. 당사자야 급하고 답답한 마음에 그런 마음도 가져보겠지만 그들을 단시간에 바꿀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의 능력과 자신감을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며 신뢰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렇게 정도와 바른길로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치유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방법이 아니라 단기 속성반이나 족집게 과외를 받음으로써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일은 드물다. 물론 특별한 축복이나 은총이 주어질 수도 있고 문득 깨우침을 얻는 일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기적 같은 일도 당사자 속에서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만큼 준비되어 있을 때 일어나는 축복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렇게 장담하는 사람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쉽지만 그럴 수 있는 판단력조차 흐릿한 사람도 많고, 상황이 힘들고 어지러운 사람도 많은가 보다.


KakaoTalk_20211204_205422680.jpg

암 치료를 받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많은 유혹과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숨기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약이나 방법으로 돈벌이 기회로 활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의 다급하고 여린 마음을 이용해서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을 벌이며 돈벌이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이 공중파에 등장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무조건 신뢰해 버린다. 그들이 돈을 요구하는 경우조차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이지 본인이 취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그 말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구라고 말하면 다 알 수 있는 사람 중에도 뛰어난 말재주와 허황하고 황당한 환상으로 마치 자신이 무슨 신통력을 가진 사람처럼 행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신과 같은 존재라면 우리 모두도 그렇다. 인간 모두가 신성을 가졌다는 것은 종교계에서만이 아니라 보편적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축복 아닌 축복을 받기 위해 엄청난 돈을 기꺼이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같이 세상이 시끄럽다 보니 사람들이 혼란을 겪으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틈을 타서 특별한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나 구원자로 자칭하는 사기꾼들도 판을 치며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미혹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곳곳에서 낚시질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집안에 우환으로 생사가 달린 문제가 생기거나,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주변에서 목격하고 있다.

KakaoTalk_20210902_망초.jpg


중병을 앓던 사람도 의사의 예후와는 달리 자연 속에서 완치되는 일도 일어난다. 이런 경우는 그야말로 자연치유로 좋은 공기 마시고 세상일 모두 벗어버리고 나니,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연 속에서 단순하고 정갈한 생활을 한 결과다. 이들조차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운동과 섭생을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자연치유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지 쉽게 돈으로 때워 버린 것은 아니다.

기도를 통해서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이런 경우도 기도를 통해서 불안에서 벗어나서 믿음을 가지게 되면 마음의 균형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당사자의 믿음과 그 위에 영적인 축복이 더해질 수도 있다. 그들도 이런 축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당사자들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순전히 그들의 힘만으로 몸과 마음의 병까지 모두 고칠 수 있다고 하니, 고개가 갸우뚱해지며 그들의 정체가 아리송하다. 더욱이 그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요구한다니 더욱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만약 그래서 낫지 않으면 돈을 돌려줄 것인가? 아니면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질 것인가?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조차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면 우연히 병이 나으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또 다른 방편을 둘러댈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어리석음에 빠져드는지 모른다.

그러면 전문가들의 말은 다 믿을 수 있는가? 과학적 접근을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조차도 전적으로 믿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른 경우도 많고 전혀 상반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이 엉터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 가지는 변수가 복합 다단하며, 전문적 지식과 이론은 일정한 조건과 전제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 자신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자신이 함으로써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내 몸은 내 것이며 누가 뭐라 해도 마지막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그들이 나를 책임져 줄 수는 없으며 참고사항일 뿐이다. 어느 책임 있는 사람이 다른 누구를, 가족이라 해도 책임질 수 있는가?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 물은 스스로 마셔야 한다. 그리고 성인들이면 내 삶도 결국은 내가 선택하며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겨진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