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축복을

by 최선화

크리스마스가 되면 자주 연락하지 않던 사람을 포함해서 생각나는 모두에게 진심 어린 축복을 보낸다. 지금은 그런 인사를 나누는 시기가 아님에도 더 절절한 마음으로 매 순간 모두에게 축복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가까이는 산불로 모든 것을 잃고 절망 속에서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멀리는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두를 위해서. 아마 지금은 대부분이 이런 심정으로 하루하루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더 가까이는 질병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언제든 내게도 발생할 수 있기에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내 친구 찰스와 노마는 시애틀에 살고 있으며 나와 인종과 국적이 모두 다르다. 그래도 우리는 친족 같은 가까움을 나누는 사이다. 찰스의 부모님은 스탈린이 국영농장을 만들어 가던 시절 우크라이나의 동토를 맨발로 도망쳐서 미국에 이민 온 가족이다. 노마는 시어머니의 구두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했다. 한겨울 추위 속에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올 때 겪었던 추위와 동상으로 평생 고생했고 그래서 신발에 대한 트라우마로 지하창고에 300켤레가 넘는 신발이 쌓여있었다고 한다.

찰스와 노마는 20대에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와서 그 당시 오지였던 거창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심장병으로 고생하던 가난한 학생을 미국으로 보내 심장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런 인연으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한국에 관심이 많다. 딸 헤더는 한국에서 임신했기에 자신을 한국산이라고 부른다. 둘 다 사회복지를 공부해서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평생을 일하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아직도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고 한국에 관한 뉴스를 챙겨 보고 있다.


이렇게 먼 옛날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이 지금 바로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나에게는 더 가깝게 느껴지며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런 개인적인 연결이 없는 사람들조차, 멀리서 일어나는 전쟁에 많은 한국인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하는 것은, 한국전에 대한 기억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으로 인해서 바로 지금 내 재산과 생활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기에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만은 없다.

이렇게 세상은 국경과 인종 그리고 국적 등으로 구분되고 갈라져 있음에도 거미줄 같은 보이지 않는 연결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요즘은 특히 인터넷과 줌을 통해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너와 내가 그리고 이웃이 마치 적이고 원수인 것처럼 여기는 낡은 사고와 의식이 이런 분열과 고통을 만들고 있다.

당장 유럽의 식량창고인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곡물가가 올라가고 바로 내 밥상에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의 송유관이 닫히면 유럽 사람들이 모두 추위에 떨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두 하나임에도 함께 지내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있다.


모든 종교에서 공통되게 ‘세계는 하나’라고 하지만 진정한 하나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나로 되는지를 모르기에 이런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속에 있는 분리와 장벽부터 먼저 없애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수용함으로써 진정한 하나 됨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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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페이스북에 한 미국 친구가 동영상을 올렸다. 그것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듀엣으로 기타를 치며 사랑과 평화에 관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평범한 시민으로 달콤하고 감성적인 느낌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그들이 언제 다시 그렇게 노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누가 뭐라 해도 지금 그들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많은 이들이 그들의 용기에 박수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비록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 않지만, 세상 모두의 비난을 받고 고립된 또 한 사람은 푸틴일 것이다. 그를 위한 기도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옳고 좋아서가 아니라 그가 바른 선택을 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그의 선택이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기에. 개인적인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비록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그를 위해서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도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태양이 모두에게 온전히 구분 없이 비치는 것처럼. 그들과 우리 모두를 위한 염원과 기도가 절실해진다. 이런 절실한 간구 앞에서 모두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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