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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Oct 25. 2022

상호존중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던 내담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늘 부족하고 모자라는 존재라 여기며 열등감 속에서 지냈다. 어릴 적 부모는 생활고로 일에 지쳐 자식에게 큰 관심을 주지 못했고, 자라서는 공부를 못해서 대학도 다니지 못하고 잘난 사람들 밑에서 치이고 이용당하며 살았다. 

 그러다 아이를 갖게 되자 아이만은 그렇게 살게 할 수 없다며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다 그만 지나쳐 아이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서 나를 찾아왔다. 잘해주고 싶은데 자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다 보니 아이도 눈치만 살피고 자신처럼 주눅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상담을 해도 입을 열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흘렀다. 내담자 안에 있는 ‘우는 아이에 대한 접근’을 통해서 차츰 회복되어 가며 아이와의 관계도 개선되었다. 애초부터 아이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단지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과잉 의욕이 발단이었고 더 깊은 내면에서는 엄마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와 불행했던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자신을 괴롭히고 옥죄며 그 결과로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던 내담자가 밝은 표정으로 눈물 없이 입을 열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말을 경청해주고 관심 가져주며 저를 위로해주고 지지해 주는 분을 만났어요. 저를 존중해주는 분을 통해서 제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도 스스로 존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이의 생각도 존중하고 아이의 영역도 존중해주자 관계가 많이 편안해졌어요.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그 사람의 말에 ‘그렇게 말해주니 저도 제가 하는 일에 더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저를 더 존중하게 되네요. 그리고 다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더 존중하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하자 ‘제가 선생님을 도울 수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모든 관계는 상호적이며 상담도 내담자와 상담가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녀의 순수한 표정에서 눈물이 걷어지고 미소가 번지는 모습이 참 예뻤다. 이렇게 내담자와 함께 상담가도 성장하며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더 큰 사명감도 가지게 된다. 

    

 상호존중은 꼭 상담 장면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국면에서 누구와의 관계에서도 유념해야 할 덕목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됨됨이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자신을 대하는 태도며 타인에 대한 친절과 존중은 바로 나를 존중하며 내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타인과 이웃을 대접하라고 했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호혜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채워주며 키워주는 밑거름이 된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문제 대부분이 해결될 것이며 아예 문제가 되지조차 않을 것이다. 많은 문제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에서 생겨나며 인류가 처한 지금의 위기도 자연 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인사하는 것, 먼저 상대방을 생각하며 친절을 베푸는 것,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태도 이 모두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것이 자연과 후손 그리고 신에 대한 존중이며 내 삶에 대한 깊은 존중이다. 


 부모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아이가 스스로를 존중하고 친구를 배려하며 그래서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본보기 교육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태도가 그물망처럼 서로 얽혀있고 상호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니 나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가벼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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