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선화 Dec 11. 2022

평상심

 여성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내 마음 둘 곳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남성들도 비슷하겠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이런 말은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실망이나 배신 등을 경험하고서 고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 둘 곳이 어디인가? 유명한 소설 ‘냉정과 열정’에서는 ‘내 가슴속’이라고 한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내 가슴속 경이로운 이에게, 내 안에 흐르는 강물, 그것도 아니라면 생명의 근원에 둔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곳이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전한 곳이다. 그 외의 어떤 곳도 결국은 세월에 의해서 퇴색될 것이다. 특별히 나를 실망하게 만든 어느 모자라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자리를 믿어버린 내 잘못이 더 크다.     

 내 안의 근원으로 돌아오면 그곳은 마치 저울과 같이 모든 것이, 언제나 0으로 회귀하며 순수하다. 무엇이 놓여도 무엇이 달려도 그 순간만 지나면 다시 흔적 없이 본래 상태로 돌아가서 비어있는 정갈한 공간으로 열린 자세가 된다. 

 연어만 고향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의 가슴에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는 것은 결국은 본향에 그리움이다. 그렇게 텅 빈 영점인 근원으로 돌아옴으로써 주어진 순간순간을 온전하게 수용하게 된다. 이런 마음 상태가 평상심 아니면 평정의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일반적으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는 순간은, 평상심에서 벗어나 심리적으로 격앙된 상태다. 분노, 짜증, 집착, 욕심 등등에 묶여 있거나 쏠려있을 때는 다른 품성이 드러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마음자리’의 중요성을 알기에 평상심 또는 무심을 강조한다.      

 평상심은 균형 잡힌 상태로 특정 감정이나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충분한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 누리는 상태다. 그래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서 자극받기보다는 너그럽게 살피며 더 나아가서는 순간적인 지혜와 유머 감각을 발휘하게 된다.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평온한 상태에서는 부정적인 자극도 별문제 없이 넘어가지만 내가 불안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모든 게 문제가 되고 핑곗거리가 된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다툼과 싸움이 쳐다봤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람은 작은 ‘나’가 살아있는 한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고 결정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남아있다. 그러기에 이런 반복적인 사슬에서 벗어나는 길은 마음의 바른 사용법과 기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을 내 욕망의 도구가 아니라 근원적 힘이 이 땅에 드러나서 행할 수 있는 통로로 사용하는 것이, 바른 용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근본적인 마음의 평정이 자리할 수 있다. 사람의 의지력과 반복 학습으로 구속하고 제한함으로써 또 다른 생각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바른 사용법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서 쥐고 있던 것들을 모두 놓아버림으로써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적으로 온전히 내어 맡기며 믿게 된다.


 피리는 속이 비어있기에 아름다운 선율을 전할 수 있다. 피리 속에 다른 이물질이 붙어있다면 잡음이 날 것이다. 우리 마음도 이처럼 비어있고 깨끗이 정화됨으로써 아름다운 천상의 음악을 원음대로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리즈를 마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