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선화 Jun 04. 2023

내 마음의 샘물 28

 살다 보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상처 입거나 다치는 일이 일어난다. 이렇게 생긴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제약을 받기도 하고 삶을 움츠려 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치면 우리는 영원히 희생자 처지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과연 그래야만 할까? 삶이 그렇게 좁고 궁색한 것일까?   

   

 일본에서 보물로 여기는 도자기 한 점을 본 적이 있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단순한 모양의 다완으로 세월을 지나다 보니 한쪽이 깨진 것을 금박으로 다시 붙여놓았다. 그런데 그렇게 수리한 것이,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디자인한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데 일조하는 것 같았다. 

 금은 사랑의 상징으로 상처 난 마음도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게 되면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더 빛나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우리는 힐링을 넘어서 성숙이라고 한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았다면 다른 상처 난 영혼들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그런 아픈 과정을 넘어서 일어났기에 그들을 기꺼이 따뜻하게 품어주며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시끄러운 세상과 저잣거리를 벗어나서 내 안의 고요와 평정의 품으로 돌아오면 작고 부드러운 생명의 속삭임이 들려오며 잔잔한 물가로 인도할 것이다. 부드러운 사랑의 손길과 품 안에서 다시 영혼에 물기가 돌기 시작하며 세상을 채우고 있는 현존에 눈 뜨게 될 것이다.  

   

 삶에 이런 초월과 성숙의 과정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무겁고 우리는 얼마나 상처투성이가 될까? 그건 삶이 아니라 죽음이고 고난의 행군이다. 삶은 어떤 무엇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조건과 상황을 넘어서 초월할 수 있고 그래서 진정한 생명과 사랑을 누리고 나누는 과정이다. 그런 기착점에 이르는 과정이 성장이고 성숙이다.     

 삶의 강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안에서 쉼 없이 흐르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노래를 들려주며 귀 기울이게 한다. 그래서 상처와 제약을 넘어서, 아니 그러기에 더 그 모두를 초월해서 의연하게 자신에게 부여된 생명의 비밀과 신비를 드러내게 한다. 그러기에 살만하고 사는 과정이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의 샘물 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