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붕깐주에 위치한 푸톡사원은 절벽에 있어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과 동굴, 바위 등의 7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불교 세계관의 영적 7단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랜선으로 이곳을 따라가면서도 가파른 나무 계단과 좁은 동굴 틈을 지나 낭떠러지의 허술한 잔도를 아슬아슬하게 따라갈 때는 가슴이 조여왔다.
이렇게 험난한 길을 모두 통과해서 마침내 다다른 종착지는, 영감으로 가득 찬 사원이나 의미심장한 그 무엇을 기대했건만, 기대와는 달리 자연 그대로의 하늘과 나무, 풀이 자라는 익숙한 산정의 특별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사원을 만든 분들의 지혜가 느껴져 엄청난 깨달음과 함께 무한한 자유와 유머감각에 통쾌함을 느꼈다. 지혜의 길에서 마지막은 더 이상은 사원도 부처도 모두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 된 참 존재인 내가 두 발로 우주에 우뚝 선 느낌이었다.
그동안 의지하던 사원이나 부처라는 대상이 더는 필요치 않으며 바로 내가 그 진리와 지혜와 하나 된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 순간 느끼는 무한한 자유와 통쾌함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고, 인간 존재의 무한한 팽창과 사라짐 속에서 이미 나는 내가 아니며 세상 모두가 나로 느껴졌다. 랜선 여행에서 이런 엄청난 경험을 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는 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헛고생했다는 허탈함과 속았다는 배신감과 실망에서부터 자연 속에서의 무위자연이라는 가르침, 운동 한번 잘했다는 생각과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각오나 다짐 등등 자신의 존재와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그 모두가 다 옳으며 어느 것도 틀린 것은 없고 다 좋다. 각자 준비된 만큼 알 것이고 배울 것이며 깨달을 것이다.
도력이 높고 불심이 깊은 선사들은 바로 이렇게 스스로 한발 한발 걸어가는 과정을 선물한 것으로 그럼으로써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고 참 자아와 우주를 찾아 나서 만나는 법을 말 없는 말씀으로 경험하며 배우게 한 것이다.
마치 화두를 붙들고 있다가 어느 날 마침내 깨친 것 같은 후련함과 자유 그리고 가까이 존재하는 해탈과 극락세계로 익살스럽게 인도된 것 같았다. 이렇게 깨달음과 수행의 과정은 스스로 한발 한발 걸어야 하며 장자의 말씀처럼 길은 걸어가야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