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주

by 최선화

백진주(미운 아기오리 재해석)

‘야! 너는 먹기 전에 손부터 씻고 와!’라고 친구가 소리쳤어요.

‘난 벌써 씻었어’라고 진주가 기어드는 작은 소리로 겨우 대답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더러워? 때가 있잖아?’

‘이건 때가 아닌데... 내 손은 원래 이런데...’

‘더럽잖아! 내 옆에 앉지 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니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씻는데....’ 진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요.

두 친구의 다툼을 들은 선생님이 다가와서 진주는 피부색이 원래 조금 검다고 말해주었어요.

사실 진주는 어린이집에 가기 전부터 자신의 얼굴색이 다르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리고 엄마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숨기고 싶었어요.

‘엄마, 나도 다른 아이들과 같은 얼굴색이면 좋을 텐데, 왜 난 달라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피부색이 있단다. 그리고 너도 예쁘단다.’라고 위로해주었지만

‘그래도 난 다른 아이들처럼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세수도 열심히 해서 흰색이 되려고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어요.’

진주는 검은색은 모두 싫어했어요. 밥에 넣은 검정콩도 먹지 않고 검정깨도 먹지 않았어요. 하얀 두부와 흰쌀밥만 먹었어요. 그렇게 하면 자신의 피부도 밝아질 것 같아서.

엄마는 진주가 잠들기 전에 태평양 바다에 있는 아름다운 섬나라 얘기를 해 주었어요. 진주는 밤마다 기도했어요, 자신의 피부가 하얀 진주같이 되기를.

꿈속에서 진주는 백설공주 같은 흰 피부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 속에서 자랑스럽게 춤을 추며 즐거워했어요. 그러다 깨어나서 검은손을 보면 실망해서 울기도 했어요.

한 번은 엄마의 화장품으로 검은 피부를 가려보려다가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어요. 자신을 더럽다고 말하는 친구도 싫었고 검은 피부가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사람들을 피해 다녔어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은 진주를 위해 동물원 놀이를 했어요.

여러 가지 동물 중 오골계를 보여주며, 비싸고 귀한 닭이라고 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시커멓고 징그럽다 했어요. 진주는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서 더 속이 상했어요. 집에 오자마자 표백제로 얼굴을 씻다가 그만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어요.

사실 엄마는 진주조개가 많이 나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공부하러 왔다가 아빠를 만나서 진주를 낳았어요. 엄마는 고향의 아름다운 바다와 진주조개를 그리워하며 딸의 이름을 진주로 지었어요. 엄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진주인 셈이죠.

진주가 학교에 가기 전에 엄마는 진주를 데리고 고향으로 가서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랑하고 싶었고 다양한 색깔의 예쁜 진주도 구경시켜주고 싶었어요. 엄마는 진주에게 저 먼 태평양 바다에 있는 진주조개가 어떻게 진주를 만드는지 얘기해 주었어요.

엄마는 진주는 조개의 눈물이라서 그렇게 우아하게 빛난다고 했어요. 진주조개는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품어 아름다운 진주로 만드는 마술사라며 사람도 누구든 가슴속에 아름다운 진주를 키우며 살아간다고 했어요.

그날 이후 진주는 자신이 품고 키워야 할 진주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러든 어느 날 꿈에 바닷속 용왕님을 만났어요. 그런데 용왕의 딸인 공주가 자신과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것을 보고 놀랐어요. 그래서 공주에게 물었어요.

‘난 내 피부색이 싫어! 넌 괜찮니?’ 그러자 공주는 놀라며

‘왜 이 피부가 어때서? 난 용왕님께 특별히 부탁해서 이 색을 골랐는데, 예쁘지 않니?’라고 말했어요.

‘난 솔직히 내가 용왕의 딸이라면 눈같이 하얀 피부를 원했을 거야’ 그러자 용왕의 딸은

‘우리 언니는 희고 내 동생은 노랗고 나는 검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색을 좋아해. 우리는 모두 똑같이 소중하니까.’

이때 용왕님이 나타나서 진주에게 상자를 하나 선물로 주었어요. 기뻐하며 열어보니 오색찬란한 진주 목걸이가 들어있었고 그 가운데에 잘 익은 포도알 같은 진주가 우아하게 달려있었어요. 진주는 그렇게 아름다운 진주는 처음 보았다며 큰소리치다 그만 잠에서 깨어났어요.

‘엄마! 용왕님이 주신 진주 목걸이가 너무 예뻤어요, 가운데 달려있던 흑진주는 정말 아름답게 빛났어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그러자 엄마는

‘너도 그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진주가 될 수 있단다. 피부색은 아무것도 아닌 겉포장이란다. 네 속에서 진주만큼 아름다운 꿈을 키워갈 수 있어. 너도 진주조개처럼 다른 사람의 오해와 편견이라는 아픔과 상처를 진주로 만들어 갈 수 있단다.’

그날부터 진주는 바닷속 공주님처럼 당당하게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어요. 더 이상 고개도 숙이지 않고 피해 다니지도 않았어요. 그러자 친구들과도 더 친해졌어요.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진주는 친구를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엄마한테 배운 영어 노래를 부르자 친구들이 모두 귀를 의심했어요.

‘진주야! 너는 노래자랑에 나가도 되겠어! 영어는 언제 배웠어?’ 친구들이 모두 진주를 부러워했어요.

‘영어는 엄마한테 배웠어. 우리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거든. 엄마는 어릴 적 가수가 꿈이었데. 그래서 나도 가수가 되어보려고.’

‘너 정말 대단하구나! 한 곡 더 불러봐!’

노래하는 진주의 모습은 바닷속 공주님처럼 사랑스럽게 빛났어요. 친구들은 모두 진주를 부러워했어요.

‘내가 바로 백진주다!’ 라며 마음속으로 자랑스럽게 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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