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교육

by 최선화

일상이 교육

자주 가는 해안 산책로에 모두가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그네 의자로 그 자리에 앉아서 넓게 펼쳐진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할 일 없이 흔들거리다 보면 마치 어릴 적 요람 같은 편안함과 함께 세상 근심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든다.

화창하게 갠 아침 산책길에 한 의자에 앉아서 멍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멀리 시골에서 오신 것 같은 노부부들이 내 앞으로 오면서 그네를 타고 싶은 눈치를 보였다. 사실 내 옆 그네는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한 가족이 차지해서 놀고 있다가 마침 어린아이가 혼자서 타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아이 쪽으로 가서 기다리기보다는 일종의 압박을 가하며 뒤에 서서 타고 싶은 눈치를 계속 주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본 척도 않고 내릴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할 수 없이 내가 타시라고 일어섰다. 어르신들은 할머니를 부르며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어린아이들처럼 신나게 타고 놀았다. 그러다 한참 후에 아이가 내리자 아이와 함께 온 할머니와 아빠가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렸다. 순서를 기다리던 할머니들은 실망과 약간의 분노를 느끼며 할 수 없이 할아버지팀과 합류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할머니와 아빠는 아이에게 참 교육을 직접 전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서로 양보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함께 사는 법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흘려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비싼 돈 주고 학원에 보내며 아이 교육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학원이나 학교가 아이를 교육하기보다는 부모의 일상적인 행동과 태도가 아이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산 교육이다. 왕따 당하지 않고 사회에 적응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지혜를 전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설령 아이가 어린 마음에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잘 타이르고 설득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고 교육이며 더 큰 사랑이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 앞에서 아이보다 더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면 아이는 어디서 바른 태도와 행동을 배울 것인가? 책으로? 학원에서? 아이는 자신의 이기적이고 욕심 어린 행동의 정당성을 이미 확보했으며 당분간 어디서나 그렇게 행동하며 그게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좋은 태도와 예의를 보여주는 것이 본보기 교육이다. 어릴 적 부모의 행동이 아이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 아이가 다른 기회를 통해서 다시 배우기까지 아이 편에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타인이 내 아이를 교육시켜 줄 것이라 여기며 돈으로 때우려는 태도는 직무유기다. 아이 교육의 주체는 부모며 나머지는 보조에 불과하다. 더구나 돈으로 아이가 훌륭한 인격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는 지식 습득 이전에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상호 의존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타인을 무시하고 나만을 생각하면 다른 타인의 똑같은 태도에 의해서 나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교육이 교실에서 책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생활의 현장에서 가족 특히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좀 억울하다고 느껴지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학생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모들이 대학에서 선생들은 무엇을 가르쳤느냐고 따지고 들 때가 있었다. 다 큰 청년들에게 대학에서는 전문지식을 가르치며 기본적인 소양과 문화 및 철학을 가르친다. 스스로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배워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미 성장 과정에서 상처 받을 대로 받고 자아형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학생들을 대학에서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가 않다. 본인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한 경우가 아니라면 섣불리 접근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부모님들이 비싼 등록금 주고 보낸 대학에서 왜 아이들을 똑바로 가르치지 못했느냐고 물을 때는 정말 할 말이 없게 된다. 마음속으로는 부모들은 그동안 뭘 했느냐고 되묻고 싶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며 참게 된다. 부모로부터 기본 교육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늘어가는 현실이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본보기가 될만한 어른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 또한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대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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