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의 마법
나는 평생 식목일이 다가오면 감기몸살을 호되게 앓는다. 사람마다 앓는 시기가 다 다르지만 나에게는 항상 식목일 전후다. 이 지독한 마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의사들의 견해로는 내가 추위에 약해서 겨울 동안 체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봄이 되면 재적응하느라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릴 때는 환절기마다 보약을 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들어 알게 된 사실은 우리 몸이 과거의 기억들을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억을 재입력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팔이 아팠던 사람은 아플 때의 기억으로 팔이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팠던 기간의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재입력해주어야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말을 나에게 적용하면 봄마다 내 몸은 앓아야 한다고 입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조정한다. 그러나 의식 수준에서 제어해 나갈 수도 있다.
단순히 몸살을 앓는 것에서 벗어나서 인류의 기억 속에는 수많은 경험들이 저장되어 있다. 융의 말대로 집단 무의식 속에는 인류가 지나온 경험들이 오롯이 저장되어 개인의 무의식과 함께 지금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무의식적 영향과 조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인류의 스승들은 먼저 깨어있으라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분노와 두려움에 휘말리지 말고 깨어있음으로써 벗어나라고 한다. 정말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분노하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고 그랬던 것 같다. 매 순간 깨어있어 자신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휘말리지 말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범죄가 충동적으로 일어나며 불쑥 올라오는 감정에 의해서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 순간에 멈추고 바라보는 것 그래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무의식이라는 과거의 잡동사니 저장소의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한다. 과거에 대한 기억과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물게 되면 지금 주어지는 축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은 불안도 분노도 없는 공과 비움의 세계로 그 순간에야 비로소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볼 수 있게 된다. 이곳은 우리 존재의 피난처와 같은 곳이다. 그러면서 모든 짐을 믿고 맡기며 자기 작동적인 수고에서 벗어나서 지금 주어진 평화와 축복을 누리게 한다.
자연계의 동식물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살아간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순간순간 주어지는 삶의 충동에 따라서 이동하고 먹이 사냥을 하며 살아간다. 유독 인간만이 이런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나 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에 지배당하거나 불확실한 미래의 일로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을 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내 안에서 올라오는 과거의 삿된 기억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무의식을 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더러운 물이 고여있을 때, 맑은 물을 계속 붓게 되면 서서히 정화되는 것과 같다. 정화를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감사하는 것, 비판하지 않는 것,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천국은 아주 가까이 있다고 한다. 그런 천국은 다양한 양상을 띠겠지만 가장 가까이에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그대로를 옳다 그르다는 판단 없이 수용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화이며 천국이다. 내가 판단한다고 달라지지도 않고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서 유지되지도 않는다. 더 큰 조화와 질서에 따라서 변할 것은 변하고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중립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믿음을 갖는 것이 일이 바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무의식의 조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