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왜 이렇게 퇴사자가 많은 지 모르겠다. 코로나 전이라면 시월은 웨딩 시즌이었다. 신랑이든 신부이든 가족이든 친구나 동료든 하루에도 두 탕씩 결혼식 뛰기 바빴다. 이제는 코로나로 결혼식이 줄어서 그런지 줄줄이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 흔치 않게 보이는 퇴사자 소식은 우리네 회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탓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한 직원들의 퇴사 결정이 잦아진다. 또한 직원을 채용한다 하더라도 단시간만에 퇴사 의사를 밝히는 직장인이 많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번듯한 정규직 직장을 그만두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500개사 '1년 이내 조기퇴사자'현황을 조사한 결과 49.2%가 조기 퇴사한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왜 굳이 힘들게 들어간 곳을 박차고 나오는 걸까? 간절하지 않은 것일까? 혹은 단지 시대의 변화인가?
[요즘 신입] ①철밥통 걷어차는 2030, 아시아경제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보다 더 많은 대한민국의 치킨집
격변의 시기를 겪은 50~60대 세대는 안정적인 게 무조건 최고였다. 편안하게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 받으면서 때가 되면 승진하는 안정과 정년보장을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니는 회사이기에 낙도 없었으며 그저 애들을 바라보며 매일 고난의 출퇴근길을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회사에 끌려다니다 보면 어느새 퇴직을 맞게 된다. 퇴직 이후에는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만만한 치킨집을 오픈한다.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보다 많은 한국의 치킨집은 퇴직자들의 가장 장벽이 낮게 도전할 수 있는 창업이었다.
MZ세대들이 퇴사하는 이유
삶의 낙도 없이 억지로 회사 다니다가은퇴 후엔 할 일이 없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직장에만 목매는 선배들의 인생을 본 MZ세대들은 현실을 더 두려워한다. MZ세대의 조기퇴사의 이유는 개인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여서, 참을성이 부족해서, 시대변화에 기업이 따라가지 못해서, 호불호에 대한 표현이 분명해서, 조직 내 불공정을 참지 못해서가 주 이유이다. 인사 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직원들의 퇴사 이유는 직무적성이 안 맞아서, 조직문화 불만족, 높은 근무강도에 비해 낮은 연봉의 사유가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옮겨 다니는 잡호핑족을 철밥통보다 더 선호한다. 수직적인 문화를 싫어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요구한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워라밸과 취미생활을 위해 칼퇴를 하고 선배의 급작스러운 번개 회식에도 먼저 가보겠다고 인사를 한다. 팀장급 세대는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볼 수 있겠다. 복장 자율화나 회식 자제는 어찌 보면 당연한데 '내가 신입일 땐 안 그랬어.'라는 꼰대 말을 내뱉으며 복종을 강요한다. 왜 퇴사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게 문제다.
잡호핑족: 고액 연봉이나 경력 개발을 위해 2~3년 단위로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이들을 뜻함
"먼저 가보겠습니다.", "어? 그래.." - 커피 칸타타 CF
회사가 절 책임져주진 않으니깐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주변의 퇴사자들을 보면 의사결정자들의 꽉 막힌 사고, 시대의 흐름을 타지 않는 안일함, 회사에 비전이 없어서 등의 연유로 퇴사를 한다. 이미 벽보고 소리친 지 오래이고 벽보고 소리쳐봤자 바뀌는 것도 없으니 지쳐서 쉬고 싶다는 의견이 많다. 회사는 직원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특히 나하나의 개인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이는 50~60대 세대나 MZ세대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추구한다면 지금 회사에 남아서 불행하게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는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박차고 나오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정년을 계산해보면 우리는 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등의 재앙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돈벌이만을 위해 살 것이냐 아니면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이냐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퇴사자가 눈에 띄어 일 하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지만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특히나 나의 정신건강 따윈 안중에도 없다. 결국 우리는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지만, 나 자신을 떠나진 못할 것이다. 회사가 책임져주지 않는 나 자신을 더 소중히 돌보고 뒤돌아도 후회 없다 생각하면 과감히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을 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