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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Oct 30. 2021

퇴사를 하고 싶은 결정적인 이유

조직이 통제한다고 느낄 때

10여 년 다닌 회사에 매너리즘을 느낄 때쯤 만난 실천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한달어스 플랫폼을 내 삶을 바꿔놓았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점차 익숙해지는 업무와 여러 가지 사건들로 회사를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혼자 해서 두 번이나 떨어졌던 브런치 작가도 되었고, 꾸준한 글쓰기 습관, 독서방법의 변화,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익혔기 때문이다.


3기수와 3일 독서에 열심히 참여한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세상에 이렇게 열심히 살고자 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퇴근 후 나름 책도 읽고 여러 가지를 배우는 나를 회사 사람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았지만 이곳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구나를 느끼게 해 줄 만큼 발 빠른 시대변화에 맞춰 열심히 성장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루즈해져 가 직장생활을 벗어나 활력을 찾았다고나 할까? 매일 기록하고 인증하면서 따뜻한 응원을 주고받는 동안 생활의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 기수는 서포터스로 활동하면서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신기하게도 내가 더 힘이 났다.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건 결국 자신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삶을 바꾼 한달어스의 직원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변화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다. 그러다 깨달은 몇 가지가 있어 퇴사/이직에 대한 마음이 확고해졌다.




내가 퇴사나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회사에서는 Notion을 쓰지 않는다.


"노션이 얼마나 좋은데요." 한달어스 직원분이 놀랐다. 얼마 전 퇴사한 멤버의 회사나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노션의 'N'자도 모른다. 한글과 컴퓨터의 한글파일만 주야장천 바라보며 회의를 할 때 나무에게도 미안하게 프린터를 잔뜩 해 손에 쥘 수 있는 회의자료를 만들어야 시작하게 된다.


연차가 얼마 안 된 신입직원에게 물어봐도 노션을 모른다. 회사에서 쓰지 않으면 문서작업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공문 작업 상 '한글과 컴퓨터'를 선호하고, 또 교육과정에서는 한글 프로그램으로만 교육하니 다른 프로그램을 접할 이유조차 없는 것이다. 얼마 전 개선한 전자결재 시스템에 오류가 나서 정보화본부로 연락을 했다. 최근 한글과 컴퓨터 버전을 업그레이드했냐고 물어봐서 그랬다니깐 현 전산 시스템은 상위 버전을 수용하지 않아 디그레이드를 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가 앞을 향해 업그레이드할 때 디그레이드 하는 세상이라. 이런 조직에 몸담고 있으니 나도 점차 뒤로만 갈 수밖에 없다.



2.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


mbti가 유형인 요즘 회사 동료의 mbti도 맞추는 시간이 있다. 내 유형은 ENTJ유형으로 대담한 통솔자 유형인데 나와 같은 사람이 거의 없다. 순환 근무로 직원이 자주 바뀌는 조직이라 부서를 옮긴 직원의 mbti도 유추해보다가 나온 말인데 나와 비슷한 한 명이 생각났다. 다른 동료가 말하길 우리 조직에 책 읽는 사람 딱 두 명 있었는데 둘 다 ENTJ였다고. 그 둘만 퇴근 후 운동하고 책 읽는다고.


회사일도 열심히 했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시대에 뒤쳐지는 거 같고 책을 읽고 운동을 배우고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이 ENTJ이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다른 직장인이 보기엔 회사 끝나고 가서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자꾸 무언가를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쉴수록 더더욱 불안감을 느꼈다.



3. 현실에 안주한다.


회사가 정년을 보장한다는 것은 큰 메리트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가 다니는 직장이 좋다고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몇 해 전 인턴 학생이 나에게 한 말이 내 머리를 울렸다. "선생님, 여기는 왜 똑똑한 사람들 뽑아서 바보 만들어요?" 매의 눈으로 지켜본 그 학생의 말은 Z세대를 대변하는 것이다.


채용시스템에서는 가장 똑똑한 사람, 스펙 좋은 사람을 뽑아놓고는 최신 트렌드에 발맞추기는커녕 디그레이드 하라고 강요하는 회사인 것이다. 그 똘똘한 학생은 해외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공부 중이다. 나 또한 이 우물 안에 있으니 이러한 현실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노션이 뭐예요? 한글만 하면 되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손해인 곳이란 사실을 깨닫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다.



4. 교육 프로그램이 old 하다.


회사에서도 교육을 진행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하지만 매우 올드하다. '행정문서 바르게 알고 쓰기 과정', '기획보고서 작성', '인포그래픽:파워포인트 정보 시각화 과정', '소통과 배려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80~90년도의 행정 교육과 비슷하게 달라진 점은 거의 없으며 21세기에 20세기 교육을 다시 시행 중이다.


물론 해당 교육 내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업무를 할 때도 내가 익숙한 단축키나 기능만 쓰는데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노션이나 슬랙을 업무에 도입한 기업이 가득하고 또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삭제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곳은 더 양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5. 조직이 보호가 아닌 통제를 하고 있다.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이잖아?라고 다독이며 다닌 게 10여 년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참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답답함을 털어놓으려 만난 사람의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조직이 본인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내 답변은 전자였다. 조직이 나의 창의성과 의지를 꺾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허나 조용히 잘 다닌 지난 몇 해 동안은 조직 안에서 보호를 느꼈을 것이다.


조직을 떠나면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이다. 물론 이 조직 안에서 보호받고 성장하면서 배운 점도 많다. 조직에 소속되어 있어서 조직의 이름을 빌려 경험한 것도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그런 조직이 나를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대에 발맞추지 않고 오히려 관행대로만 일하다가 정년을 맞이하게 되면 잘 버텼다 정년식을 치러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이런 조직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앞으로 지금 걸어온 회사원의 길보다 더 많은 세월을 직장에 몸담아야 하는데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에 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할머니가 되더라도 그 시대에 맞는 또 다른 기기와 프로그램에 대해 적어도 알고 있었으면 하고 또 써보자고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조직에 10여 년 근무했더라면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서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한 업을 확고하게 명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조직에서는 더 나아질 수 고 또 발전할 수도 없다. 나 자신이 원하는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런 곳으로 가야 한다.


이제 나는 시멘트를 바른 곳에 빠진 내 발을 두 손으로 꺼내려한다. 시멘트에 빠진 발을 꺼내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딱딱하기 굳진 않았기에 두 손과 온몸의 힘을 사용해서 뒤로 누우면 발을 꺼낼지도 모른다. 내 발목을 잡는 것들은 이제 툴툴 털고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당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라. 거기서 오랫동안 머물러라. 당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당신의 습관과 정체성을 만들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더 굳기 전에 발자국만 남기고 떠나려 합니다. @phoedobus,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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