甘呑苦呑 (감탄고탄)
주말 여유를 즐기며 책을 읽고 있었다. 입이 심심해 눈앞에 보이는 사탕을 뜯어 입안에 넣었다. '사탕 하나에 이렇게나 행복하다니. 달달하다 정말. 아껴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천천히 녹이며 달달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달다. 달다. 참 맛나고 달다.' 그러나 그때였다. 책 속의 반전 내용에 놀라 헉소리를 내다가 사탕을 꿀꺽 삼켜버렸다.
얼마 먹지도 않은 사탕을 삼키니 식도를 따라 커다란 돌멩이가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어쩌지? 꺼낼 수도 없고 계속 찝찝한 기분과 걱정이 지속되었다. 안 녹으면 어쩌지? 식도나 위 부위에 드라이기라도 갖다 대야 하나?? 뜨거운 물을 벌컥벌컥 마셔볼까? 그러다가 식도가 데이면 어쩌지? 하.. 어떻게 녹이지? 막막하다 정말.
눈앞에 펼쳐진 달콤함의 유혹에 못 이겨 손을 뻗는다. 내 손으로 직접 까서 입안으로 달콤함을 넣는다. 달달함이 바로 전해진다. 그래 이맛이지! 이 순간만큼 인생은 참으로 달달하다. 달달함을 느끼려 기분 좋게 뜯은 사탕 봉지 하나를 단맛에 못 이겨 삼켜버렸다. 달면 삼키라 했는데 왜 이렇게 끝맛은 쓴 것이지?
좋아하는 일을 해라. 마음이 내키는 일을 하라. 열정이 따르는 일을 찾아라!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열정과 내 가슴이 쿵쾅 뛰는 곳으로 향하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어떠한 강점이 있는지 남들과 차별화된 어떤 재능이 있는 지를 아는 사람은 행운아일 것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아는 것도 능력인 것이다. 좋아하는 일 혹은 열정이 따르는 일만 해야 할까?
재무학을 전공하고 증권회사로 들어갔지만 예상치도 못한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지난 4년 동안 재무회계를 공부하며 적성이라 생각했던 전공은 현실에서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소질이라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퇴사를 하고 휴식을 거쳐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국제협력 업무가 주어졌다. 국제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쓰디쓴 일이 주어진 것이다.
꼼꼼히 기획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는 행사는 예상외로 적성에 잘 맞았다. 큰 그림을 보고 또 그 안에서 행사 운영이 잘 되게끔 디테일하게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에서 소질을 느꼈기 때문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성공적으로 잘 치른 결과물을 보면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마저 느끼게 되었다. 이게 내 적성이었나? 할 정도로 잘 맞는 업무 매 순간을 즐겼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내키지 않던 일도 생각보다 즐거웠던 일이 꽤 많다. 봉사활동 일정을 늦게 확인해 고육지책으로 노동강도가 큰 '사랑의 집짓기 - 해비타트'에 참여했다. 자원봉사자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타 봉사활동에 비해 추운 야외에서 집을 짓는 활동이라 더욱더 힘들었다. 하지만 참여해보니 예상 밖의 기쁜 일이 가득했다. 집 짓는 과정 전반을 경험해볼 수 있었으며 추운 날 고된 노동 끝에 먹는 밥과 국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또한 이곳이 완공되는 장면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집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거실은 이곳이겠지? 여기는 고슬고슬한 저녁밥을 짓는 부엌이 되겠구나. 하루의 끝에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저녁을 함께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따뜻한 곳이 바로 여기가 되겠구나. 필요로 하는 어느 가정에 작은 손길이라도 뻗칠 수 있음에 감사함이 가득 전해졌다. 쓴맛인 줄 알았는데 삼키고 보니 단맛이었다.
이후로 나는 어떤 일이든 그냥 한번 해보기로 했다. 단거에 이끌려 옳고 그름이나 신의를 돌보지 않고 자기의 이익만 꾀하는 甘呑苦吐(감탄고토)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끌린다는 건 순간적인 감정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 단맛만 생각해 해비타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쓴맛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단맛을 경험했겠지만 노동의 값진 경험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 그리고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함께 만드는 봉사자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못 만들었을 것이다.
甘呑苦吐 (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사리(事理)에 옳고 그름을 돌보지 않고, 자기(自己) 비위(脾胃)에 맞으면 취(取)하고 싫으면 버린다는 뜻.
단 것을 경험하고 직접 겪으면 생각지도 못하게 쓸 때가 있고, 써서 내키지 않는 일도 하다 보면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던 일도 열정은 이내 사라지고 과정 속에서 힘든 점이 분명 생기기 마련이다. 달달한 사탕도 순식간에 삼키면 금세 사라져 버린다. 달콤함은 이내 잊히고 쓴맛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내키지 않아 겨우 시작했던 일을 해보며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어느 길로 가던 배울 점이 있고 과정을 통해 무엇이든 즐기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도전하고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내 안의 열정은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오게 되어있다.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면서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나가는 방법이 지혜롭다. 그러다 보면 귓가에 열정이 다가와 '이제 준비됐어'라고 속삭일 것이다. 열정이 나를 따르게 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팀 페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