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롤모델 작가는 누구입니까?
1. 그 작가는 어떤 주제를 가진 사람인가요?
- 제이민: 여행
- 김영하: 소설가
2. 그 작가는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나요?
- 제이민: 여행작가. 네이버 파워블로거. 포스트 스타 에디터. 뉴욕주 변호사
- 김영하: 소설가
3. 만약 그 작가가 쓴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인가요?
- 제이민: 미식의 도시 뉴욕, 프렌즈 뉴욕, 미국 서부 100배 즐기기, 호주 100배 즐기기
-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아랑은 왜 (2001): 경남 밀양의 아랑전설을 소재로 한 소설,검은 꽃 (2003): <제35회 동인문학상> 수상작,빛의 제국 (2006): <제22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등
4. 그 작가의 어떤 면을 닮고 싶나요?
사진 한 장이 주는 힘이란 무한하다. 사진은 시각적 측면에서 글보다 더 쉽게 눈이 간다. 때론 사실적인 한 장의 사진이 어느 시나 소설보다 훨씬 큰 감동을 자아낸다.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 '퓰리처상'은 본래 언론을 위한 상이지만 예술상 역할도 겸비한다. 퓰리처상이 어떤 상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래의 사진을 보여주면 모두가 이해하는 '사진 한 장의 힘'이 나타낸다.
소이탄 세례가 작렬하는 마을에서 불이 붙어 타들어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옷을 모조리 찢어벗어던져 나체가 된 아이가 울부짖으며 달리고 있다. 공습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이 사진은 전쟁의 폐해와 그들에게 뻗어야 하는 도움의 손길을 이끌어 내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이 사진의 소녀 '판'은 사진기자의 도움으로 17번의 걸친 수술을 받아 살아남았고, 캐나다로 귀화해 평화를 호소하는 UN의 명예대사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사진 한 장은 현 문제점을 알리고 많은 이들을 행동으로 촉구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제이민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다. 여행 후 사진이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감탄하는 것을 담지 못해 아쉬운 적이 많다. 선명한 색감을 자랑하는 건축물이나 밝게 떠오르는 태양, 노을 지는 황금빛의 석양을 사진으로 찍으면 감탄사를 다시 자아낼 만큼 그 절묘한 맛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필터나 포토샵으로 손을 대는 건 자연 미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제이민 님의 글은 사진으로 눈길이 먼저 간다.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중 꼽은 3가지 사진- '전차', '금문고', '언덕 위의 기울어진 집' 은 낭만의 도시를 압축하여 표현한다. 단 3장의 사진이지만, 도시의 핵심과 본질을 담고 있기에 이 사진으로 많은 것이 파생되고 연결된다. 작가님은 '여행 포스팅을 더 주목받게 하는 색다른 촬영법 5가지'를 소개하면서 마음껏 재능 기부를 한다. 선한 영향력이다.
닮고 싶은 또 다른 작가는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소설가 김영하 작가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장으로 '지식의 저주' 없이 가독성이 좋다. 알쓸신잡 출연 이후 대중적으로 유명해졌고, '일상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을 끄집어내어 전개하기에 능하다'라는 평이 있다. 그의 작품은 또한 해외 번역가들 사이에서 번역하기 편한 글로 손 꼽히기도 한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 중, 리파리 섬에 대한 설명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만약 내가 리파리 섬에 갔다 온 소감을 글로 남긴다면, "리파리 섬에 갔는데, 저는 돈이 없어서 요트를 못 탔어요. 아쉬워요. 그래도 뭔가 하고 싶어서 스쿠터를 빌렸는데 재밌더라고요. 강추요!" 이런 정보도 감정도 없고, 또 읽고 나서 가고 싶지도 않게 만드는 감상평이라고도 부끄러울만한 후기를 남겼을 텐데, 작가는 역시 다르다. 물을 만난 생선처럼 펄펄 뛰는 그의 묘사에 풍덩 빠져 보자.
'리파리는 두 얼굴의 섬이다. 잠깐 왔다 가는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얼굴과 오래 남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얼굴이 있다. 리파리의 숨은 얼굴을 보기 위해선 두 가지 옵션이 있다. 부유하다면 요트를 빌려 바다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느긋하게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수만 년의 지각변동이 만들어낸 아찔한 절벽과, 하도 삭막하여 차라리 아름다운 희고 메마른 채석장, 비치파라솔이 즐비한 해수욕장을 요트의 갑판 위에서 감상하는 방법이다. 지중해의 햇볕에 얼굴이 그을린 선원들이 만들어주는 파스타를 얻어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저렴하고 멋진 옵션은 역시 귀엽고 깜찍한 스쿠터를 빌리는 것이다. 햇볕에 달궈진 뜨거운 안장에 엉덩이를 얹고 총 연장 10여 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해안 도로를 질주하거나 산으로 올라붙는 것이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복복서가
리파리가 두 얼굴의 섬이라 지칭하면서, 잠깐 왔다 가는 관광객에게는 낯가린 모습을 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얼굴은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표현하였다. 또 이 섬을 돌아보는 두 가지의 방법도 소개한다. 자칫 놓칠법한 '아찔한 절벽', '채석장', '해수욕장'의 광경이 작가의 손에서 곱게 다시 피어오른다. 그는 또 다른 방법으로 스쿠터 빌리는 방법을 소개했는데, '햇볕에 달궈진 뜨거운 안장'이라는 비유는 마치 그 장소에서 작가와 함께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을 자아낸다.
제이민 작가가 나에게 사진이 주는 감동, 재능 기부, 선한 영향력을 알려 주었다면, 김영하 작가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장, 가독성 좋은 문장, 사소한 것을 피어나게 만드는 전개 방식을 닮고 싶게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애정 하는 문단을 공유하고 싶다. 여행과 글쓰기가 닮은 점은 내가 경험했던 찬란한 행복을 회상하는 내면으로의 항해이기 때문이다. 오직 당신만이 경험한 그 특별한 이야기에 돛을 달고 애정어린 애칭을 붙여주어 힘차게 항해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나는 시라쿠사의 퇴색한 석회암 계단에 앉아 저 멀리 희붐하게 빛나는 지중해의 수평선을 보며 열아홉 살의 봄에 경험했던 찬란한 행복을 회상했다. 모두 같은 색의 티셔츠를 입고 손을 높이 쳐든 채 [젊었다]를 부르던 그날을. 그럴 때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갈 데 모를 방랑이 아니라 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내면으로의 항해가 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타오르미나의 그리스식 극장에 앉아 나는 그때의 노래를 소심하게 웅얼거린다. 간단한 가사를 계속하여 반복하던, 그래서 신입생들도 쉽게 따라 배울 수 있었던 그 응원가는 이렇게 끝난다. 그대여, 그대여어어, 너와 나는 태양처럼 젊었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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