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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Feb 13. 2022

행복한 만남과 불행한 만남은 약속 때부터 정해져 있다

될성부를 관계는 만남 약속에서부터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연락이 오겠지? 하고 기다린다. 한데 연락처를 가져간 누군가가 연락이 없다. 왜지? 연락을 기다리다 못해 먼저 해볼까? 싶다가도 바쁜 거 끝남 보내겠지 하고 또 기다린다. 드디어 연락이 왔다. 만날 약속을 잡기 위한 온라인상 대화가 이뤄지는데 뭔가 꺼림칙하다.


카톡에서 통성명을 하고 인사는 주고받았다. 다른 얘기만 할 뿐 만나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주말도 다가오고 친구와의 약속도 정해야 하는데 안부인사만 묻고 만남에 대해서 진행되는 게 없다. 허나 벌써 연인이라도 된 듯 끊임없는 TMI가 이어진다. 굿모닝이라는 아침인사부터 시작해 점심때 뭐 먹는지 사진까지 찍어 보내고 또 퇴근하고 있다고 보고까지 한다. 그런데도 만나자는 약속은 선뜻 먼저 꺼내지 않는다. 


약속을 조율할 때도 뭔가 께름칙하다. 집이 어디 쪽이고 회사가 어디쯤이라고 얘기했는데 전혀 다른 곳에서 만나자 얘기한다. 뭐지? 가운데 지점도 아니고 가본 적 없는 동떨어진 곳을 언급하니 서로 불편할 것 같아 슬쩍 다른 장소를 말해봐도 못 알아듣는다. 


한번 만나기 위한 약속을 잡는 게 이렇게나 힘들일인가? 


또 다른 경우로 만날 약속을 제대로 잡지 않는다. 주말에 일정이 있는데 잘 몰라 나중에 연락하겠다고만 하고 대화가 끊겼다. 당일이 되어 연락이 없어 바쁜가 보다 하고 친구들이랑 노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우리 집 근처를 지나간다고 잠깐 나오라고. 

아니 약속 잡는 게 뭐 이리 힘들어? @thomascpark, Unsplash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만남 약속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만남 약속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행복한 만남은 서로를 배려하며 장소를 정하고 또 만날 당일에 다시 한번 가능한 지 확인을 한다. 만약 급히 사정이 생기더라도 정중히 사과를 한다. 급한 상황이 끝난 이후 바로 연락을 주거나 아님 며칠 이후에는 괜찮을 거 같다며 약속을 바로 잡는 성의를 보인다. 


하지만 불행한 만남 약속은 정할 때부터 무언가 꺼림칙하다. 만나자는 얘기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만날 장소를 정하는 거 자체가 기운 빠지는 일이 된다. 사회생활 이 정도 했으면 수많은 만남 약속을 잡았을 텐데 왜 이 건은 이렇게나 힘든 거지? 


약속 잡을 때부터 삐그덕 거리면 벌써부터 나가기가 싫어진다. 마음에 안들 경우가 많으며 만나더라도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인연은 만나봐야 알겠지만 만나기 전부터 약속을 조율하기 힘들다면 뭔가 인연이 아닌듯한 기분이 든다. 주선자에 대한 배려로 나가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경우도 있고 또 예상대로 아닌 경우도 있다.



뭐든 내가 정하고 너넨 돈만 내 


이런 약속은 이성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동성친구나 선후배와의 약속 또는 동료와의 약속도 유독 힘겹게 잡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가기 전부터 진이 빠진다. 예전 친구와 여러 명이 약속을 잡던 때가 기억난다. 평일 저녁 자기 회사 근처로 장소를 정했으며 꼭 가보고 싶었던 고깃집을 언급했다. 그리 멀진 않았기에 정하고 가보니 그리 맛있진 않았으며 양이나 질에 비해 가격만 비싼 곳이었다. 


몇 개월 이후에 다시 약속을 잡으려 했는데 또 그곳을 가자는 것이다. 저번에 갔었고 다른 친구들의 접근성을 생각해 모두가 오기 좋은 곳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러더니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몇 군데를 보내주는 것이다. 고기를 좋아하는지 다 고깃집이었고 보내준 곳들은 유행하는 맛집이어서 기다릴 것 같아 다른 곳을 추천하니 갑자기 "내 말에 사사건건 시비 걸지 말고 그럼 가고 싶은 곳을 말해." 라며 화를 하는 것이다.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멋대로 정해 오라 하고 맘껏 시키면서 나눠 내자 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다 남이 시비 건다고 또 다른 시비를 거는 여자였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저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누가 시비를 먼저 걸었는데 내가 시비를 건다고 되받아 치는 거지? 각자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동성친구여도 약속을 잡을 때 삐그덕 거리면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에 반해 업무상으로 또는 다른 약속을 잡을 때 배려가 있으면 나가기 전부터 기대가 된다. 바쁜 세상인 만큼 만남의 시간이 변동될 수도 있고 장소가 바뀔 수도 있지만 미리 연락을 주고 또 예의 바르게 양해를 구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만남과 불행한 만남은 약속 때부터 정해져 있다. 바쁜 세상 소중한 시간을 내어 만나는 만큼 서로에 대한 예의는 필수다. 좋은 만남이 되려면 서로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시간도 황금 같음을 잊지 말자. 

내 시간만큼 네 시간도 소중해! @hellorachaelcrowe,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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