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잠을 잘 못 자 생긴 이명. 귀에서 삐 소리가 그치지 않아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청력검사는 물론 콧구멍 안쪽 귓구멍의 솜털까지 모조리 구경했으며 초점에 문제가 없는지 눈동자까지 검사했다. 의사 선생님의 상담 진료는 계속되었다. "평소 귀 자주 후비시죠? 귀 많이 후비는 귀인데요?", "아.. 네 그런데 요즘은 별로 안 후볐는데요."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자주 후비면 더 안 좋아져요. 아직 청력이 나빠질 나이는 아니라 다행히 청력은 정상이네요. 근데 1년 전에도 같은 이유로 오신 거 아시죠?" 진료기록을 쭉 보시더니 그때부터 귀를 자주 후벼 왔고, 이번에는 고막에 이물질이 붙어 치료 후 약을 주신다고 했다.
1년 전? 맞다. 그때도 왔었는데 말이다. 그때도 의사 선생님이 귀 가려우면 차라리 병원을 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다. 갑자기 감추고 있던 방패를 꺼내 방어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근데 가려우면 어떻게 해요? 가려울 때 후비라고 판매하는 면봉이나 귀이개도 있지 않나요? 엄청 가려운데요?" 선생님은 옹고집 환자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웃으시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 그렇게 안 건드려요."라고 나지막하게 답변하셨다.
대부분? 그럼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란 얘긴가? 자존심 상하는 말이었다. 나 자신이 대부분이라는 그룹에 속하지 못한다는 평가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의 나쁜 버릇을 알려준 것이다. '너 그런 버릇 있어. 알고 있어?'라고. 가려움을 참지 못해 손으로 계속 귀를 혹사시켰는지 나 자신만 알지 못했다. 귀를 후벼도 시원치 않은 탓에 후비고 쑤시고 했더니 내 귀도 이제 폭발해 버럭 화를 내는 것이다.
내가 가진 버릇을 고치기 위해 어딘가를 찾는다. 주로 그곳은 병원이다. 나쁜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평생 고생할 거라고. 너는 다시 병원을 찾을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드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버릇을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나에게 전해준다. 절대로 나 자신의 잘못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누군가의 말에 빌어 못된 버릇을 알게 된다.
병원을 다녀온 후 귀를 건드리는 일은 극히 줄었지만 아직도 가려움은 참을 수 없다. 허나 청력이 상실되는 무서운 꿈까지 꿀 정도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래서 이제 귀를 건드리면 10만 원의 벌금을 내기로 선언했다. 1년 전의 나도 비슷한 다짐을 했을 것이다. 다짐이 과연 얼마나 갈지 궁금하다. 평소대로 돌아가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똑같이 후비게 된다면 2023년 1월에 또다시 이비인후과를 찾게 될 것이다. 나쁜 습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를 짓누르게 된다. 고치지 않으면 똑같은 병이 아니 더한 병을 얻을 것이다.
귀가 나빠진다는 얘기보다 대부분의 사람에 내가 속하지 않는다 말, 평균보다 못하다는 말이 귀를 더 후벼 팠다. 보통과 다르다는 말이 건강을 잃는 것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대부분에 속하기 위해 귀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귀가 나빠지는 것도 그렇거니와 대부분의 사람 카테고리에 속하지 못하는 게 더 자존심상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년 1월에는 이비인후과를 찾지 않도록 대부분의 사람에 속하도록 내 못된 습관에게 굿바이를 외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