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분리하자
직장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예전 상사 한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누구에게나 좋은 평가를 받는 그분. 겪은 사람이면 누구나 존경하는 분이셨다. 그분의 실력과 배려심, 겸손까지 본받고 싶다는 직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나 좋은 평가를 받는 분이었지만 소수의 사람에게는 최악의 상사였던 것이다. 관계는 사람마다 일대일이고 또 각자가 겪은 게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최고의 사람이 되고 누구에게는 최악의 인간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상당히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아가기에 상황에 따라 또 내 기분 상태와 상대방의 기분 등 많은 변수들이 가득하기에 이에 개개인이 겪는 경험은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상황에 따라 또는 나의 상황에 따라 그 사람의 최악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또 최상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누구나가 다 나를 좋아할 순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또 모두가 나를 싫어할 수도 없다. 각자 겪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관계는 그와 나와의 관계이기에 일대일의 경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에 동의를 구하려 직장동료나 지인에게 물어봐도 별거 아니라고 넘어가라 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깐 남이 나를 싫어하던 말던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던 안 좋아하던 그런 마음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아들러는 또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타인의 ‘인정(認定)’을 얻으려는 ‘인정 욕구’를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 누구도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나만큼 오래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미움받을 용기> 중 '인정 욕구를 포기하고 과제를 분리하라'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과제의 분리'가 있다. 수많은 부모들이 언급하는 '너를 위해서'라는 말을 분리를 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제의 분리는 부모 자식 관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부당하게 화를 내는 상사라면 화를 내는 건 그 상사의 과제고 어떻게 반응할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과제이다. 내 안에 일어나는 기분은 내가 어쩔 수 없지만 태도나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꽃을 봐도 인식하는 주체의 시선이 다르고 그 순간의 감정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 사람의 근본적인 성격, 삶의 환경, 신념이나 철학 정보에 따른 지식이 다 달라서 같은 사물을 봐도 다 다르게 느끼기 마련이다.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주변인과 좋은 관계가 유지되려면 어느 누구도 나의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또 나 역시 타인의 과제에 눈감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과제를 분리하면 마음이 한껏 편하다. 친하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선을 넘는 행동은 누군가에게 지나친 오지랖이 될 수 있다. 과제의 분리가 가능해지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또 인간관계도 여유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