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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Feb 10. 2022

인생 만렙 8살 조카의 시

이런 삶 저런 삶이 있는 거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조카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창궐하는 코로나로 외출하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게 안됐었는데 어디서 듣고 배운 건지 시를 쓴 것이다. 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보통이 아니다. 이 아이는 벌써 인생 2회 차던가? 남모르게 이것저것 느낀 게 많은 굴곡진 여덟 살의 삶이었던가? 사회생활이라곤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학교와 방과 후 수업뿐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정말 많은 걸 느끼고 깨달은 모양이다.




                           박시현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고
여러 삶이 있지

어느 날은 기쁘고
어떤 날은 슬프고
어떤 날은 화나고 짜증 나고

이런 삶
저런 삶이 있는 거지

백세시대라 생각하면 아직 절반도 살지 않은 나도 이제야 깨달을 법한 삶에 대한 이치를 여덟 살의 나이에 이미 깨달은 조카의 시 <삶>이다. 여덟 살이 고려 때 하여가(何如歌)를 알리가 없는데 벌써부터 삶에 대한 고찰이 남달라 보인다. 행복도 슬픔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벌써부터 몸소 익힌 모양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을 되돌아보며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 걸 다스리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인 모습이 놀랍다.




하루  
                     박시현 제작

아침엔 따뜻한 햇살
점심엔 뜨거운 햇살
저녁엔 은은한 달이 비추네

이렇게 하루가 가네
이렇게 시간이 가네

해가 떴다 졌다
달이 뜨고 지네
이렇게 하루하루 가네

아침에는 따뜻한 햇살이 눈부시게 잠을 깨우고 점심에는 뜨거운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옴을 느끼고 쓴 시 <하루>다. 해가 지고 나면 저녁에는 은은한 달이 깜깜한 저녁 하늘을 비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해와 달을 집안 창문에서 바라보며 하루가 지나가는 아쉬움을 가득 담은 시다. 뛰어놀지 못하는 하루가 지나가는 게 서운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애틋한 그 마음을 고이 담아 시로 표현했다. 해가 뜨고 지고 또 달이 뜨고 지는 하루를 온전히 바라보고 쓴 조카의 시각이 감동을 준다.



일 년
                                        박시현

벌써 2022년이네라고도 생각하지만
겨우 이제 2022년이라는 사람도 있지

어떨 때는 빠르고
어떨 때는 느린 시간

여러 가지 사람처럼
느끼는 시간도
가지각색

여러 가지 도형같이
이름같이 다른 시간

일 년에 대한 여덟 살의 시각이다. 시간 참 빠르다고 흐느끼는 게 어른의 일상인데 여덟 살의 눈에는 시간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어른들이 이렇게 보이나 보다. 한 명 한 명마다 다르게 체감하는 시간을 일 년에 비유했다. 어떤 이에게 주어진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말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지루하고 느리게만 흐른다 말하는 걸 본 모양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각자 다른 도형과 같이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기에 느끼는 시간의 개념도 다 다른 것이다. 다르게 생긴 도형과 같이 주어진 각자의 이름과 같이 시간도 같게 흐르지 않는다.


시를 썼다길래 귀여운 글씨체를 볼 겸 들여다봤는데 보통이 아니다. 적어도 인생 2회 차를 사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그녀에게 이런 시련을 남겼나? 안타깝기도 하고 어른들에게 초등학생 어린이에 불과하지만 자기가 겪은 세상의 전부에서 느낀 바를 압축한 시로 담아낸 게 놀라울 따름이다. 아직 무늬만 어른인 사람도 깨닫지 못한걸 8년의 인생에 알아차리다니 기특하고 장하기만 하다.


우리는 이름도 다르고 도형같이 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른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점은 철 안 든 어른인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군가를 친하다는 이유로 바꾸려 하거나 가족이라는 이유로 선을 넘지 않았나 혹은 존중하지 않는 모습은 없었나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하루가 흘러감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여야겠다. 물론 우리네 인생살이가 슬프고 화나고 짜증 나는 날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기쁜 날도 있고 행복한 날도 있는 게 아닐까? 조카의 시선에서 바라본 하루와 일 년이라는 시간과 또 삶에 대한 고찰은 대단하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조카가 문인의 길을 걷는 걸 응원하고 싶지만 이런 삶 저런 삶이 있기에 그녀가 가고 싶은 미래가 어떻든 이 자리에서 힘껏 응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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