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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Mar 06. 2022

파혼하고 괜찮은 사람, 안 괜찮은 사람의 차이

마침표 잘 찍기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일이라면 똑 부러지게 잘하는 진하경 과장이 주인공이다. 기상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내연애로 10년 사귄 남자 친구와 곧 결혼도 할 예정이다. 그런데 남자 친구가 자꾸 연락을 피한다. 결혼식장 예약금도 입금하지 않고 다른 것도 기한 내 송금하지 않아 줄줄이 취소가 된다. 싸한 느낌은 파혼으로 이어진다. 그가 바람이 났다.   


남편을 잃고 혼자 두 딸을 키우던 친정엄마는 속이 탄다. 첫째 딸은 이혼해 다시 친정으로 들어와 같이 살고, 둘째 딸도 파혼을 당했다. 두 딸을 결혼시켜야 하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품고 점까지 보러 간다. 잘나고 똑똑한 딸이 다시 좋은 남자 만났으면 하는 바람에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가지만 집안의 재력을 따지는 어이없는 등급 양식에 완패해 8등급을 받게 된다.


먹는 거라도 잘 먹여야겠다. 기운 빠져하는 둘째 딸에게 추어탕을 끓여주기 위해 첫째 딸과 마트로 향한다. 요즘 어플로 맛있는 추어탕을 뜨끈하게 배달할 수 있지만 손수 끓여주기 위해서다. 이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주민과 만난다. 반갑게 인사하는 주민은 딸이 미국에서 출산해 산후조리를 도와주고 왔다며 안부를 되묻는다. 갑자기 기억난 둘째 결혼식 얘길 꺼내며 청첩장 받고 못가 미안하다며 축의금을 건네려 한다.

안 갔어, 우리 딸. 파혼했다고, 그냥..


"아니 사위가 같은 직장 다니는 공무원이라고 그렇게 자랑하더니 무슨 일이야? 왜 문제라도 있었어?"놀람과 동시에 끊임없이 팩폭을 하는 아줌마 때문에 연이어 펀치를 맞는다. 그래도 우리 딸 잘못은 아니라며 편을 든다. "뭐 살다가 안 맞으면 이혼도 하는데 뭐. 그쪽이 너무 아닌 거 같아서 내가 엎었어. 걔가 아니라 내가 엎었어."


누구네 집 딸은 미국으로 시집가 잘 살고 또 딸도 낳았는데 질까 봐 내가 엎었다고 한다. 보기에 남자가 아닌 거 같아서 내가 엎은 거라고. 진심인지 속을 긁는 건지 덧붙이는 위로로 속은 더 뒤틀린다. "자기 속도 말이 아니겠다. 큰딸도 이혼당했는데 둘째까지 파혼당하고." 자기라 불렀지만 그런 호칭이 오늘따라 거슬린다. 그리고 마지막 위로 같지 않은 위로에 완패를 당한다.


그런 일 겪고도 멀쩡해 보여 다행이다. 나 같으면 앓아누웠을 텐데.


참다 참다 눈이 돌아간다. "내가 엎었다니깐!!" 지지 않으려 목소리가 높아진다. 첫째 딸이 겨우 말려 뒤돌아 추어탕에 넣고 끓일 미꾸라지 쪽으로 향한다. 안 그래도 속이 상하는데 거기다가 왜 그렇게 멀쩡하냐고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송곳 같은 말에 얹어 드릴까지 나섰다. 이 정도면 마음에도 구멍이 뚫리다 못해 아주 너덜너덜 해진다.



마침표 잘 찍기


진 과장은 과장으로까지 승진했겠다 열심히 일에 매진한다. 전 남자 친구와 바람난 여자가 신혼부부가 되어 속을 긁어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에서 결투를 벌인다. 가려했던 스위스 주재원도 가지 않기로 한다. 정면 대응하기로 한 거다. 살다가 안 맞으면 이혼을 할 수도 있다. 진 과장 엄마 말이 맞다. 파혼하느니 이혼이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조상이 도와준 것일지도 모른다.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 적령기에 맞춰 결혼을 하더라도 분명 또 다른 난관과 봉착하게 된다. 파혼을 하더라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안 괜찮은 사람이 있다. 무슨 차이일까? 어떤 일이 있었든 과거의 일을 잘 정리하는 사람, 즉 점을 잘 찍는 사람은 금세 괜찮아진다. 과거에만 얽매여 내가 왜 파혼을 당했을까? 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겼을까? 라는 생각에 몰두하기보다는 오히려 점을 찍고 챕터(장)를 아예 넘겨버리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지 않고 계속 그 장에 머무르다 보면 앞으로 올 내 미래도 늦춰지게 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지나간 과거에 굿바이 인사를 하고 잘 넘어가는 사람이 진정 이기는 것이다. 너와 나의 인연도 여기까지, 어찌 보면 더 이어지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내가 했던 결정이나 모든 일이 완벽할 수만은 없다. 그 당시에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도 있었을 테고 만약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비슷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교훈을 안겨준다. 무언가를 잘 마무리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마침표를 잘 찍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지나고 나면 다 나에게 필요한 공부가 되곤 한다. 그때 그런 힘든 일을 겪었기에, 힘들게 하는 사람과 부딪쳤기에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고 또 지금 잘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지나간 일은 다 나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니 후회 없이 꿈을 꾸었고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새로운 꿈을 꾸는 게 나에게 어떤 나쁜 일이 있었던 다음 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걱정 말아요, 그대> 중
새로운 챕터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MCCAIG,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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