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가 물었다. "한국어로는 'Hi'와 'Bye'가 같다며?"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지만, "응 맞아!"라고 답했다. 두 개의 차이가 뭐냐 물어봐서 생각해보다 "흠.. 글쎄 그냥 똑같아." 그러니깐 옆의 한국인 친구가 "아냐 달라. 만나서 하는 건 안녕? 짧게 말하는 거고, 헤어질 때 안녕은 안녕~좀 길게 해야 해. 길이와 억양이 달라."라고 답했다. 만났을 때의 인사말과 헤어질 때의 인사말이 같은 언어는 한국어와 불어 밖에 없다.
안녕하십니까?
'How are you?'의 사전적 정의는 1. 안녕하십니까? 2. 처음 뵙겠습니다 두 가지다. 어떻게 지내? 라기보다는 그냥 형식적인 'hello'의 의미인 것이다. 스페인어로 '¿Cómo estás?' 도 'How are you?'의 개념이다. 매우 잘 지낸다는 답변으로 'Mucho muy muy muy muy bien'으로 재미있게 답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어의 '안녕(安寧)'은 명사로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란 뜻이다. '安寧히'는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게'라는 뜻으로 안부를 전하거나 물을 때 쓴다.
식사는 하셨나요?
한국어의 특이한 점이라면 인사말로 식사에 대한 예의가 꼭 들어간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밥 먹었어?', '밥 한번 먹어야지.' 등 유난히 밥을 챙기고 식사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이 많다. 한국어 공부 사이트에 따르면 전쟁 이후 음식 구하기가 힘들어 安寧을 걱정하는 뜻으로 '식사는 하셨나요?'를 먼저 묻는다고 한다. 식량이 풍부한 오늘날, 영어로는 'How are you?' 또는 'Did you eat?'로 번역된다. 영어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We should get together.(우리 한번 뭉쳐야지)'라 하지 상대방의 식사 여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길거리나 계단에서 대충 한 끼를 때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냥 대충 한 끼 때우는 거지 뭐 @shironosov, iStock
밥은 먹고 다니냐?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건으로 유명한 지강헌 일당이 탈주 7일째 네 번째 가정집에 침입했다. 아버지의 첫마디는 "밥은 먹었냐?"였고, 부인에게 밥부터 차리라고 했다. 어머니는 고추장찌개를 대접했고, 지강헌 일당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이내 따뜻한 집밥에 지강헌 일당들은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애드리브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너 같은 살인자도 밥은 먹냐?'와 갑자기 연민을 느끼며 '배는 안 고프니? 밥은 먹었니?'의 두 가지 의미이다. 한국인은 처음 보는 사람이나 애증 관계의 사람에게도 밥을 챙기는 습성이 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드세요. 잘 먹었습니다.
한국인은 식사를 대접한 이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유치원 때부터 군대 또는 직장에서까지 '잘 먹겠습니다.'를 외친다. 또 상대방을 배려하는 뜻으로 '많이 드세요'를 번역하면 'Bon appetite.', 'Have a great meal.'이지만 영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이 또한 전쟁 이후에 식량부족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모습이라 설명한다. '잘 먹었습니다'는 문자 그대로 'I ate well.'이지만 어색하고, 대접한 음식에 대한 감사는 'The meal was good.' 또는 'Thank you.'로 간단히 감사를 표현하면 된다.
나도 먹고 너도 먹고 우리 함께 살자
우리 민족은 추수가 끝난 후 벼이삭을 남겨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으로 삼게 했고, 까치나 날짐승을 위해 '고시레'하며 음식을 남겨둔다. 공동체라는 의식이 강하고, 살아있는 이웃이라 생각해 먹을 것도 나눠준다. 또 소중한 친구나 아끼던 사람의 묘지 방문에 외국은 대부분 꽃을 사가지만 한국은 생전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식이나 술 등을 가져간다. 하늘에서만라도 그동안 좋아하던 음식을 맘껏 먹으라는 배려심이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그리운 그가 하늘에서 부디 건강히, 마음 편안하게 쉬라고 安寧을 바라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