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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따먹기를 지나치지 않을 용기

어른이라는 딱지

by 스윗드림 Apr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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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얇아진 옷차림에 햇살도 빨리 나와 맞이하라 듯 함께 산책하자는 소리가 들린다. 약간 쌀쌀해진, 조금은 따뜻해진 날씨에 아직 못다 핀 꽃봉오리들을 보며 산책하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아직은 피다 만 꽃봉오리가 활짝 필 순간을 기다리며 말이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볼까?

왠지 새로운 길로 가면 재미난 일이 있을 것 같아 열려 있는 초등학교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릴 땐 그렇게 크게만 보이던 학교가 이제는 작아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 흩어지는 기억을 부여잡으며 그 시절의 나를 끄집어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본다.


'언제 이만큼 컸을까? 분명 나도 초등학생이었던 적이 있었을 텐데.'라 흘러간 세월에 놀라며 학교를 찬찬히 한번 둘러보았다. 그때 무언가 재미있는 바닥을 발견했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종일 하던 땅따먹기(사방치기)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와! 요즘 아이들은 이게 무슨 놀이인 줄 알까?'


큰 돌 하나를 주어 모래바닥에 쓱쓱 그리며 하던 땅따먹기가 이렇게나 예쁘게 그려져 있다니. 땅따먹기 놀이는 땅에 여덟 개의 칸을 그린 뒤 1단부터 돌을 넣고, 2단·3단·6단은 한 발로, 4단과 5단, 7단과 8단은 두 발로 밟으며 되돌아오며 돌을 줍는 놀이다. 8단까지 성공하면 젤 위칸 '하늘'로 갈 수 있는데, 이 하늘을 밟으면 놀이에서 이기게 된다.


옛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나고 친구들과 해가 지도록 땅을 밟으며 놀던 그 시절 생각날 무렵, 앞에 걷던 부부 중 한 분이 땅따먹기판에서 신나게 뛰기 시작했다. 땅따먹기의 1번과 2번에 두 발을 닿게 한 후, 3번엔 한 발로, 또 4번과 5번을 함께 밟고 난 후 6번으로 계속 옮겨가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재밌겠다.'라 생각을 할 무렵 내 발걸음도 땅따먹기 앞에 멈췄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에 잠시 멈칫거렸다. '아냐. 난 이제 어른인데. 어른은 이런 거 하면 안 되지.' 어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그저 할 수 있는 건 오랜만에 만난 땅따먹기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다시 바라보니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솟구쳤다. '아무도 없는데 그냥 한번 뛰어볼걸 그랬나?'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되면 모르는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으며, 또 어떤 일에든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무서운 것도 많으며, 쌓인 경험과 걱정으로 용기 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어릴 적 나는 어른을 아마도 슈퍼히어로라고만 착각했던 것일까?


이쯤 되면 놀라는 일도 흔치 않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낯선 일이 가득하다. 땅따먹기를 뛰는 사소한 일에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만끽하기보다는 누군가가 보진 않을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타인의 시선에 길들여진 게 아닐까?


이제 어른이라는 딱지를 땅따먹기 앞에서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 어른도 좋아하던 놀이 앞에서는 어린이가 될 수 있다. 어른도 어릴 적엔 어린이였지 않가? 땅따먹기 앞에서는 해맑게 웃는 어린이가 되고 싶다. 사소한 일에도 까르르 웃으며 무엇이든 즐기고 매 순간을 행복해하는 어린아이가 되어 오늘 하루 정말 잘 놀았다 만족하며 잠자리에 들고 싶다.


어린 시절이 행복한 사람이 평생 행복하다.
- 토머스 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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