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처럼 살고 싶어서>를 읽고
내 인생 내 맘대로 접고 펴고, 종이접기처럼 살고 싶어서
종이접기처럼 살고 싶어서
안송이
유쾌하고 발랄한 영글음 작가님의 종이접기 에세이다. 핸드메이드 글로벌 마켓 엣시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종이접기를 선물하고 있다. 종이접기 하듯 마음껏 접고 펴고 오리고 피면서 나답게 사는 법을 추구한다.
종이접기로 고객 감동에서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기절까지
진실을 고백하자면 오히려 고마운 건 내 쪽이었다. 그녀가 자세하게 요구한 덕에 나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드레스를 다양하게 업그레이드했고 그것은 숍에 정식 제품을 올릴 때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에게 처음으로 사진을 보내준 덕에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결혼사진과 비슷하게 접어주기’라는 제품 콘셉트를 정하게 되었다. 메간뿐 아니라 초창기 나의 종이접기를 보고 뭘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했던 고객들 모두 소중한 피드백을 준 고마운 분들이다. - p46
요구사항이 끊임없는 고객을 만나면 어떨까? 하나부터 열까지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기분까지 맞춰주려니 진이 빠지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작가님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성냥개비에 한 올 한 올 펜으로 색을 칠해 촛대를 만들고 종이를 감싸 백합꽃을 만들었다. 와! 이게 진정한 한국인의 정신승리인가? 고객만족을 넘어 두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 치다가 고객 기절할 때까지! 밤샘 작업을 해가며 정성을 쏟았을 작가님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혀진다.
그러다가 종이접기를 시작하고 나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그토록 줄이고 싶었던 완벽주의가 이 일과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구김이 가서 다시 접어야 하는 일은 언제나 수고롭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질이 높아진 완성품이 내 앞에 나타났다. - p58, 완벽주의의 재발견
완벽주의 면 결과물을 맞기 어렵다. 뭘 해도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완벽주의가 어떤 분야에서는 장점으로 돋보이기도 한다. 그게 바로 종이접기였다.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며 조금이라도 깔끔하게 접는 완벽주의에 가까워지는 것. 어디에서 마주하면 단점이 될 어떤 게 종이접기에서는 엄청난 장점이 된다.
결국 창의성을 키우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 부지런하고 성실해야 한다. 몸을 직접 움직여 남들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아니면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이든 마찬가지다. - p53
창의력을 돈 주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창의력을 발휘할 순간이 오면 무언가 나의 한계를 느끼고 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깐. 그저 다시 태어나야 하나? 이생망 떠오르곤 한다. 창의력과 실행력이란 이 두 개를 한꺼번에 높이는 방법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퐁당 빠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덕질을 하면 무언가 밤새 보고 또 빠져서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내가 빠져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실행하게 된다. 찾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게 돈 버는 것과 연결된다면 더 좋다.
나타샤, 꼭 재미있게 살아라. - 할머니 -
할머니가 손녀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꼭 그 당시의 나에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짧은 문장 하나가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나타샤, 꼭 재미있게 살아라. - 할머니 -'-p78
생각지도 못하게 사람에게 상처받을 때가 있다. 갑자기 훅 들어온다고 해야 하나? 예상치도 못한 행동과 말에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나쁜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쯤 인류애를 잃으며 혼자 있고 싶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사람에게 애정을 얻을 때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간 카페에서 누군가의 다정한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우연히 지나가던 행인에게 위로를 받기도 한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
인생 선배라 불리는 할머니께서 사랑스러운 손녀딸에게 하고 싶은 단 한마디 말은 그저 재미있게 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재미있게. 업무가 좋으면서도 힘들고 버겁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럴 때 그만두고 싶기도 하고 화를 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힘듦 속에서도 재미있는 일은 있었다. 웃으며 즐겁게 보내다 보면 어느새 슬픔과 기쁨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그냥 현재에 꼭 재미있게 살자.
브런치작가 레이블 팀라이트에서 유쾌 발랄을 맡고 계신 영글음 작가님의 신간 <종이처럼 살고 싶어서>이다. 온라인숍에서 봤을 때 입이 떠억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퀄리티의 종이접기를 보며 놀랐었는데 그 속에 숨어 있는 스토리들을 들으니 더욱더 재밌기만 하다.
그들의 사연을 고이 접어 액자 소중히 담으니 누군가의 삶이 되고, 이야기가 되었다. 순간을 압축시켜 이 액자 안에서 다시 꽃 피우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재밌게 접고 펴고 오리고 붙이고 종이접기를 마음껏 한다. 한 번뿐인 인생 재미있게 살고 싶다. 딱 그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