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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Jun 22. 2022

세기의 결혼식

수요 매거진 6화

수요일마다 돌아오는 수유리의 수요 매거진입니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돌아보다 퇴사를 앞둔 동료가 전해준 소식을 듣고 깨달은 점을 쓰려합니다. 퇴사와 함께 결혼하는 담담한 그녀를 바라보며 결혼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요진 시작합니다.




결혼하는 동료가 퇴사 소식을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잘 못 만나다가 만나 새로운 소식을 전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퇴사하는 이유와 함께 전한 담담한 결혼식 소식. 그녀는 차분히 표정과는 달리 놀란 여러 개의 눈동자 속에 그녀는 묻는 말에 대답만 할 뿐 거창하지 않게 말했다. 


예전에 결혼을 준비하다 그만둔 다른 동료가 생각이 났다. 연애부터 점심시간은 그녀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외모는 어떻고, 어떤 사람이며, 둘은 어제 뭘 했고, 어디를 가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얘기하느라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연애가 순조로웠던 것도 아니다. 어느 날은 점심시간에 입이 뾰로통해서 '안 물어보면 물어볼 때까지 이럴 거야.'라는 표정으로 밥도 먹지 않고 있었다. 연유를 물어보니 사소한 다툼이 있었는데 그 남자분이 예전 기분 나빴던 것까지 다 끄집어내며 자신을 비난하는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는 것이다. 


장문의 카톡을 보여주는 그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어찌 내 남자 친구가 이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다. 온통 그녀의 카톡으로 점심시간이 채워졌고, 결혼한 동료나 안 한 동료나 조상신이 도운 거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했지만, 그녀는 헤어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듯하다.


그 이후로도 결혼 준비로 자주 연가를 내는 건 일쑤였고,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결혼 준비 일거수일투족을 사진 찍어 단체 창에 보내기 바빴다. '세기의 결혼식'에 적절한 호응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바쁜 동료들은 답장을 할 수조차 없었고 또 타인의 결혼식에 그다지 관심이 많진 않았던 것 같았다.


세기의 결혼식이라 생각한 그녀는 자신이 그려놓은 환상에 모든 걸 맞추길 바랐다. 사귀면 무조건 커플링을 해야 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인스타에 올릴 법한 멋진 레스토랑을 가야 하며, 기념일도 좋은 곳은 물론,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선물을 주고받아야 한다. 예단은 꼭 무슨 브랜드의 어떤 상품으로 해야 하고, 예비 신랑에게는 명품 브랜드의 시계를 선물한다. 신혼여행은 하와이에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가야 하는 등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어찌 상상한 대로만 될 리 만무하다. 자신이 그려놓은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 때마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고, 그려놓은 모습을 어떻게든 맞추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생각한 남편감의 모습이 아니어서 절망하더라도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을 갖추려고 부단히 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만나는 여직원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남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담담히 있다고 대답한 후 이후에도 잘 사귀는지 어떤지 아무 얘기가 없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있듯이 모두가 그녀는 남자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고 조용히 잘 사귄 결과, 결혼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청첩장을 내밀었다. 


앞으로 언젠가 결혼하겠지만 어떻게 처신해야 좋은지 깨닫게 되었다.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에게 얘기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점이다.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사소한 것도 알리고 싶겠지만, 일하러 만난 회사에서는 필요치 않다는 걸 느꼈다. 


아름다운 관계는 화려한 꽃다발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씨앗을 가져다준다. 그 씨앗을 어떻게 키워나가는지는 서로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한 번에 완성된 꽃다발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 노력, 인내의 과정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온화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꽃은 다양한 씨앗을 품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화려하게 피어나도 자랑한다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마치 오랫동안 숙성돼 풍미가 살아나는 포도주처럼 말이다. 성숙한 씨앗은 또 다른 씨앗이 되어서 되살아나고 비로소 인자한 모습을 띠며 활짝 피게 된다. 

우리 모두의 결혼식이 '세기의 결혼식'이다 @Sinitta Leune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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