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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Jun 29. 2022

보이는 대로 단순하게 보기

수요 매거진 7화 

한동안 내리지 않았던 비가 신나게 내리는 유월 말 수요일입니다. 강풍을 포함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터라 흔들리는 창문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네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창문이 날아가면 어쩌죠? 바깥에 설치된 에어컨 외기가 날아가면요? 폭우가 와서 주차되어 있던 차가 떠내려가면 어쩌죠? 10km 떨어진 한강이 범람해서 잠든 새 우리 집을 덮치면요?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늘어만 가는 걱정과 함께 수요 매거진 시작합니다.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걱정이 많다. 단순하게 '여행'이란 단어 하나를 내던졌을 뿐인데, 한 달 전부터 온갖 여행 캐리어를 다 꺼내기 시작한다. 편의용품, 우산, 손톱깎이 등 여러 가지를 잘 챙겼냐며 가기 전까지 걱정에 걱정을 이룬다. 비가 오면 어쩌냐고, 날이 추우면 어쩌냐고, 바람막이나 양산 같은 걸 가져가야 하지 않냐고, 소매치기라도 당하면 어쩌냐며 끝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가족 중 유일하게 걱정이 별로 없는 나는 그저 한마디만 외친다. 

알아서 잘 준비할게요. 

단어 한마디를 내뱉었을 뿐인데 사실은 사건이 되었다. 그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으로 이어지고 걱정으로 뻗어나간다. 결국 대비책을 마련하면 할수록 부정적 결론에 다다른다. 그게 대비책이라 생각하는데 생각이 커질수록 부정적인 결말을 내릴 수밖에 없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자기가 걱정이 많은 줄 모른다. 쓸데없는 걱정과 완벽주의는 걱정을 눈덩이처럼 불린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전지적 너무 참견 시점


매니저들의 거침없는 제보로 공개되는 스타들의 일상을 다룬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과 매니저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 그 매니저는 벌써 서른 번째 매니저였다. 연예인이 촬영하는 도중에 남는 시간에 매니저는 연예인이 추천한 식당에서 추천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연예인의 개인 카드로 먹는 식사이기에 그가 정한 음식을 먹어야 하며 이후에는 잘 먹었고 정말 맛있었다는 인사를 건네야 한다. 


그 연예인은 유독 먹는 거에 대해 예민했다. 매일 정해주는 식당과 정해진 메뉴를 먹는 매니저에게 제작진이 다른 것 먹고 싶지 않냐 물어보니 매니저는 자기가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추천해준 게 맛있다고 말한다. 천생연분이다. 누군가가 먹는 메뉴까지 정해주냐는 질문에 연예인은 자신이 예전에 실수한 점을 매니저한테는 일러주어 실수하지 말라 알려주고 싶다 했다. 자신이 겪은 실패는 거기에서 끝내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주변인이 안 좋은 건 시도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통제'일지도 모른 채 말이다. 



불필요한 가정은 면도날로 잘라내라


영국의 작은 마을 오컴에서 출생한 논리학자 윌리엄은 어떤 현상의 인과관계를 설정하면서 불필요한 가정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를 주장하는 가운데 가정이 많은 쪽을 피하라는 것이다. 가정의 수가 많아질수록 인과관계에 대한 추론이 진실일 가능성이 작아진다. 


예를 들어 타이어에 펑크가 났을 뿐인데 우리 아이들을 싫어하는 아랫집 사람이 층간소음 때문에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달아났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가정하는 것보다 타이어에 못이 박혔기 때문이라 가정하는 것이 단순한 가정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순간 촬영한 사진에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면 애초에 조작이라던가 외계인이 장난친다는 가정보다 진공상태에서도 착륙 충격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는 건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든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 어떤 사실 또는 현상에 대한 설명들 가운데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걱정을 달고 산다. 안 좋은 결말을 상상하며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시간에 쫓겨 다급한 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잘못되면 부정적인 예상이 맞았다 확신하며 부정성을 더 커지게 만든다. 그런 불안감은 자기 자신을 초조하게 할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쉬이 전염되어 모두를 걱정하게 만든다. 필요 없이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는 건 진리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시도하려 하지 않거나 변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변화만 추구한다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이가 쉽게 든다. 우리네 인생은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 살펴보면 그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다 도움이 된다. 과거의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긍정적인 경험이자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성숙과 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걱정을 다 담으면 소설로 만들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seonghojang95, Unsplash



<참고 자료><

- 오컴의 면도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84580&cid=58393&categoryId=58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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