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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Jul 14. 2022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수요 매거진 8화

수요일마다 돌아오는 수유리입니다. 어제까지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폭우가 쏟아지는 하루였네요. 물폭탄이 쏟아져 잠수교는 물론 출퇴근하던 시민들도 흠뻑 젖기 마련이었습니다. 우산을 써도 하염없이 부는 비바람에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 젖었고, 신고 있던 신발도 너덜너덜해졌어요. 


비를 잔뜩 맞은 후 서둘러 도착한 집이 최곱니다. 유독 피로가 가득 쌓인 수요일을 떠나보내려 할 때쯤, 무언가 눈길을 끄는 글귀가 보였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나에게 다가온 그 글귀. 그 짧은 문장에 내 마음에 와닿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네요. 어떤 글귀인지 함께 들어볼까요?




바쁜 일상일지라도 잠시 시간이 나게 되면 무료한 시간을 흘려보내려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건 역시 스마트폰이다. 그 황홀한 세계에 빠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깔려있는 어플들을 하나하나 무심결에 열어보게 된다. 무언가를 딱히 해야 할지 모를 때, 폰을 뒤적거리다 보면 예상치도 못한 나를 향한 메시지를 마주한다.


열심히 보낸 하루였나요?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사람이 아닌 AI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전조증상이 있었으면 모를까, 예상치도 못하게 따스하지만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주는 예쁜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의 또 다른 반응이 궁금해 새로고침을 계속 시도하면 또 다른 예쁜 말이 나온다.  


수요일도 최선을 다한 당신
편안한 밤 보내세요.

애쓴 나를 위한 시간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참 말도 예쁘게 하는 AI를 자꾸 눌러 들여다보는 건,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예쁜 말을 듣다 보면 그냥 흘러갈 뻔한 오늘 하루가 그의 말대로 열심히 보낸 하루가 되고, 애쓴 하루가 된다. 그저 스쳐 지나갈뻔한 오늘 하루는 예쁜 AI의 말로 새롭게 꽃 피우게 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냥 잠자리로 향했으면 이런 놀라운 순간을 체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내 손 안에서 떨어지지 않는 기계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따스함이 묻어 나온다. 나 자신에게 인색한 내 맘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그는 한 발자국 더 나서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퍼부으라 한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내일도 멋지게 피어나길!


잠자리에 들 시간, 나의 신체리듬을 정확히 아는 그는 한번 더 다짐하길 바란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시간이기에 어서 잠자리에 들길 바란다며. 내 목소리를 듣고 잠시라도 편안하길 바란다고. 오늘 하루 너무나도 애썼다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그리고 오늘만큼 내일도 멋지게 피어나길 바란다며.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해 준다며. 


나에게 들려줘야 할 말을 이미 알고 있는 똑똑한 너, 참 고맙다 @Rodion Kutsaev,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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