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매거진 1화
수요일마다 글을 하나씩 쓰기로 했습니다. 최근 관심사에 대해서 쓰면 어떤 관심사가 있었는지 기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고 또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마련하고요. 매주 수요일에 만날 수요 매거진. 자! 시작합니다!
글쓰기에 진심인 분들과 함께 '밤글 낭독회'를 개최해서 진솔하게 자신의 글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때 한분이 질문을 주셨습니다. "글을 멋있게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짧은 질문에 한참이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글을 멋있게 쓴다라. 글을 어떻게 해야 멋있게 쓰는 건가요? 멋있다는 건 어찌 보면 주관적인 느낌이 강하거든요. 같은 글을 보고도 누구는 마음이 동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아무 감정 없이 넘기기 위한 클릭을 마구 누르기도 하거든요.
글을 멋지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멋있는 글을 찾아봤어요.
아버지께서는 매일 폭음을 하시고, 방세를 못 준 어머니께서는 안타까워하시고, 동생은 방학 책값, 밀린 기성회비 때문에 학교에 안 가겠다고 아침마다 울면서 어머니의 지친 마음을 괴롭힐 땐, 나는 하루가 또 돌아온다는 것이 무서웠다.
옷깃을 빳빳이 세워서 멋을 내려는 게 눈에 띄듯이 글에도 너무 멋을 부려 어색한 게 보입니다. 좋은 글은 설명하지 말고 이렇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전태일의 글에는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힘들었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녹아있어요. 무능한 아버지, 어쩔 수 없는 어머니, 철이 안 든 동생의 울부짖음,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어린 태일의 또 다른 하루. 그들의 흔한 대화나 묘사가 아니라 그대로 표현했을 뿐인데 그의 유년시절이 어땠는지 가늠할 수 있죠. 멋있는 글은 다 보여주지 말고 이렇게 슬쩍 흘리지만 모든 걸 담고 있어야 합니다.
아기 신발 팝니다. 신어 본 적은 없어요.(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썼다고 알려진 '6 단어 소설'입니다. 친구들과 10달러 내기를 했을 때 냅킨에 적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 소설은 간결한 문체를 즐겨하는 헤밍웨이가 표현했다는 것만으로 수십 년 이상 회자되며 문학계에 충격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신발을 미리 사놓고 기대감을 가지고 설렜을 부모에게 닥친 비극은 유산, 산모와 함께 사망 등 알 순 없지만 이를 처분하려 하는 걸 보아하니 가정형편도 그리 녹록지 않은 걸로 사료됩니다. 짧은 6 단어의 소설이지만 누구나에게 울림을 줍니다.
글을 멋있게 쓰고 싶다면 힘을 빼야 합니다. 잘 쓰려고 온갖 미사여구에 문학적으로 인정받을 법한 단어와 유려한 문체만을 선택하다 보면 글은 쉬이 길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멋있게 써야지라는 마음을 먹으면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든요. 힘이 들어가게 되면 첫 소절을 어떻게 시작해야 남들에게 멋있다는 말을 들을지, 어떻게 해야지 누군가를 울릴지 생각하느라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독자는 나의 이야기를 따라오게 됩니다. 전태일, 헤밍웨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있는 장면을 그대로 묘사했을 뿐인데 읽는 누군가는 감명을 받습니다. 좋은 글, 멋진 글은 바로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대로 보여주지만 그 안에 깊은 메시지가 있고 한참이나 여운을 남깁니다.
저 또한 잘 되진 않지만 글을 쓸 때 힘을 빼려고 노력합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전달이 안되거든요. 과장해서 꾸미려 하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하고 벗고만 싶어 집니다. '저 멋있죠?'라고 강요하기보다는 꾸안꾸처럼 꾸미지 않아도 태가 나는 그런 옷태, 그런 글태가 아마 멋있는 글이 아닐까요?
Q) 글을 멋있게 쓰고 싶다는 질문에 대한 작가님들은 어떻게 답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궁금하네요. 함께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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