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드림 Jun 24. 2022

이번은 공동경제구역의 조폐국이다

넷플릭스《종이의 집: 공동 경제구역》파트 1

전 세계 드라마 순위 2위에 랭크된 넷플릭스《종이의 집》이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돌아왔다. 스페인판 《종이의 집》을 수십 번 보아온 애청자로 이번《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어떻게 한국적으로 스토리를 풀어낼지 궁금증이 가득했다.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지리적 상황을 고려해 통일 한국이라는 배경으로 조폐국을 강도단이 장악하는 플롯이다. 



내 이름은 도쿄다


스페인판 넷플릭스《종이의 집》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바로 첫 장면이 아닐까 싶다. 붉은 조명 아래 어딘가에 쫓기는 듯 매일 밤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도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장면을 보려고 몇 번이나 에피소드 1을 돌려보기도 했을 만큼 드라마를 압축하는 장면이며 다혈질이다 못해 파괴적인 그녀의 기질이 잘 나타내는 순간이다.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공동경제구역의 첫 장면은 어떨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BTS의 DNA 노래가 흘러나온다. 몰래 다운로드한 kpop에 몸을 맡겨 아랑곳하지 않고 온종일 춤을 추는 도쿄가 등장한다. 시사회를 본 후 첫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는 만큼 강력하게 남진 않았다. 남북이 종전을 선언한 후 경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 드라마는 시작된다. 원작만큼 강력한 첫 등장 장면은 아니었으나 끼 많은 도쿄가 종전 이후 남쪽으로 내려온다는 복선이 깔린다. 

내 이름은 도쿄다 ©넷플릭스, IMDb


웰컴 투 자본주의


- 교수: 현실은 어때? 가진 자들만 더 부자가 됐어. 
- 도쿄: 웰컴 투 자본주의
- 교수: 가진 게 없는 우리들은 이제 스스로 제 몫을 찾아야겠지.


종전을 선언한 뒤, 경제공동체를 건설을 약속하고 공동으로 화폐를 만들어 사용한다. 부푼 꿈을 가지고 남한으로 내려온 도쿄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고, 저당을 잡히고, 북에 있는 부모님을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악당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피로연장에서 일하던 다른 여직원은 이미 악당들의 꼬임에 속아 마약중독 상태다. 참지 못한 다혈질 도쿄는 그들을 응징하기 시작한다. 몇 년 동안 북 출신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 치는 사람을 벌하느라 인생을 허비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회한이 밀려와 자살을 시도하려 할 때, 우산을 쓴 누군가가 다가온다. 저승사자가 마중이라도 온 줄 알았던 그녀에게 전해지는 그의 색다른 제의. 4조 원을 함께 털자고. 이 사람이 바로 '교수'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교수는 범죄적 인재를 발굴하는 능력이 훌륭해 그들을 설득하고 한자리에 모은다. 신원을 밝히지 않기 위해 반말을 쓰며 실명 대신 지구본을 돌려 가장 가고싶은 도시 이름을 정해 가명을 만든다. 이렇게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단이 한자리에 모인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나한테 계획이 있어."라며 접근하는 정장을 갖춰 입은 한 남자. 원작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을 쓴 것과는 달리 공동 경제구역에서는 한국 전통의 하회탈이 등장한다. 천재 전략가인 교수는 조폐국 외부에서 강도극을 진두지휘하고 내부는 8명의 강도단에게 맡긴다. 단일 강도 역사상 최고액 4조를 향해. 


원작 덕분에 라인업도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난다. 인질강도극을 계획한 교수 역의 유지태, 남측 협상 전문가 선우진 역의 김윤진, 현장 지휘를 맡은 매력적인 베를린 역의 박해수, 분노가 가득한 도쿄역의 전종서, 각종 위조 전문가 나이로비 역의 장윤주, 천재 해커 리우 역의 이현우 등 연기력 넘치는 배우들이 전해주는 긴박감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푼돈을 훔친 강도는 쫓기다 죽거나 감옥살이를 하게 되지만 엄청나게 큰돈을 훔친 강도는 세상을 바꾸고 영웅이 되기도 하거든. 
-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교수


이들은 단일 강도 사건 역사상 최고액을 털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최대의 쇼를 공개할 계획을 짠다. 라이브를 보면서 환호성을 외칠 그들을 상상하며. 이 모든 걸 계획하는 건 천재적 두뇌를 가진 교수지만 4조 원이나 되는 금액을 혼자 털 순 없다. 강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부딪치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갇힌 공간에서 서로를 도우면 사랑이 싹트는 스톡홀름 신드롬을 볼 수 있다. 



제작진도 다 계획이 있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색다른 이유는 한국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강도단의 가면은 전통 하회탈이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대표적 한국 탈이자 해학성도 작품과 맞아 선택했다. 통일 조폐국 건축물도 눈에 띈다. 한옥 구조로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외부에는 소나무, 중정, 바위를 설치하고 내부엔 한국화로 벽면을 꾸몄다. 통일 화폐에는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가 삽입되어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인을 알린다.


대작을 리메이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작품 곳곳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계획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드라마의 시작인 첫 장면부터 BTS 노래를 들으면서 흥겹기 때문이다. 특수한 공간 설정과 더불어 죽음 앞에서 악랄해져만 가는 인간군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흥행한 원작과 비교하자면 공동경제구역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남북통일을 앞두고 있는 공동경제구역이 만들어졌고, 분단 이전의 전통성을 고수하면서 변화해가는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사투를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초반보다 에피소드 2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진다. 남북한 인질들의 견제와 예상치 못한 행동이 손에 땀을 쥐게 하기 때문이다. 기상천외한 변수가 가득한 공동경제구역 안의 종이의 집으로 빠져들어 보자. 


통일 조폐국 건축물은 한국의 미를 가득 담아냈다 ©넷플릭스



매거진의 이전글 너네 내가 누군지 알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