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의 미학 3화
자취라는 걸 처음 해본 터라 텅 빈 집을 마주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무엇부터 사야 하지? '공부해야 하니깐 책상부터 사자!'라는 마음에 비싼 완제품 책상보다 조립식 책상을 택했다. 낑낑 무거운 책상을 겨우 들고 와 하나하나 조립할 생각을 하니 벌써 땀이 흘렀다.
네 개의 다리를 포함한 부품들을 한눈에 펼쳐놓고 하나씩 조립하기 시작했다. '앗, 이거 생각보다 쉬운데?' 유학하러 와서 처음으로 무언가 쉽게 풀리는 게 생겼다. 뚝딱뚝딱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책상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드디어 완성. 완성된 책상을 세워보니 무언가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책상을 바라보니 삐딱한 게 느껴졌다. '왜 책상이 삐뚤지? 네 다리가 균형 있게 딱 서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왜 그런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고군분투하다 책상을 조금이라도 더 잘 알 것 같은 친구에게 SOS 전화를 걸었다.
설명서를 잘 읽어보았냐는 친구의 말을 듣다 보니 그제야 제품 설명서가 생각났다. 분명 그 친구도 이 집에 같이 들어오긴 했으나 처참히 버려진 그 종이. 그 종이의 행방조차 묘연했다. 찾고 찾다 보니 어딘가 구석으로 날아간 설명서를 찾을 수 있었다. 반갑게 다시 상봉하고 펼쳐보니 커다랗게 '주의'라고 쓰여있으며, 네 다리가 다 같지 않으니 번호를 보고 맞추라는 상세한 설명이 몇 장에 이어졌다. 그것도 여러 나라 언어로 자세히 말이다.
대충 알겠다는 생각으로 조립한 책상은 설명서를 읽지도 않고 맞추는 게 아니었다. 작은 부속품조차 다 그 자리에 맞는 쓰임이 있었다. 이렇게 세상에 주어진 어떠한 작은 것도 모두 다 쓸모가 있다.
이제 나보다 더 많이 삽질한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기로 한다. 나보다 훨씬 더 삽질을 많이 한 연구진이 이렇게 해선 안 된다며 상세히 설명해 놓은 매뉴얼이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삽질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간곡히 쓰여 있는 그 설명은 누군가에는 보물 지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