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 작성하기
아 정신없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뭘 먼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써본다. To-do 리스트를 만들어 보지만 할 일이 많으니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걸 먼저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놓고 다른 걸 하자니 마음만 찜찜하다.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먼저 커피를 내리고, 방을 구경하면서 서로 바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집에 도착해 티브이를 바로 트는 습관이 있는 친구는 이곳에서도 티브이나 음악을 먼저 틀고 전망을 중시하는 친구는 바깥 풍경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공간이지만 큰 침대는 누가 쓸지, 저녁 식사는 누가 어떻게 주문할지 등 짐을 풀고 해야 할 게 많아 바빠진다. 바삐 지나다니는 친구의 한마디가 들렸다.
내가 뭐할라 그랬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하루를 펼쳐보면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다지 마무리 한 건 없다. 정신없이 바쁜데 다른 게 걱정이 되어 쉬지 않고 또 다른 걸 들여다본다. 그 와중 전화나 알림은 나의 집중력을 방해해 내 혼을 더 쏙 빼놓는다. 이러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써놓은 To-do 리스트를 꺼내보지만 왠지 오늘 안에 이 리스트가 해결이 안 날 것 같아 머리를 식힐 겸 오락을 하기로 한다.
심심풀이로 오락을 시작했는데 알림이 자꾸 울려 집중이 쉽지 않다. 자꾸 지다 보니 화도 난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에 계속 도전하다 보니 게임을 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아니라 도로 쌓이고 있다. 이러다 취침시간을 훌쩍 넘길 것 같아 다음 세 판 만 더하기로 한다. 게임에서조차 내뜻대로 안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게 된다. 머릿속이 복잡하니 잠도 안 오고 더 피곤하기만 하다.
바쁘게 흘러가는 주가 있다. 그런 주는 왠지 쉬어야 할 것 같아 주말을 푹 쉬기로 한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잠 오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이러다 보니 벌써 주말 이틀이 훌쩍 지나갔다. 월요일이 다시 와 회사로 향하는데도 몸이 더 찌뿌둥하다. 쉬었는데도 왜 이러지??
반대로 열심히 주말을 놀기로 했다.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브런치를 먹으며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고 싶었던 전시회도 가고 코로나여서 쉽지 않았던 콘서트도 거금을 투자해 가본다. 새로운 곳으로 향해 새로운 풍경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즐거움이 부족하면 쉽게 피로해진다. 주말만 바라보는 직장인으로서 이틀간은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나 자신을 기쁘게 하려 한다. 혼자 맛있는 것을 먹고 충전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친구들이나 지인과 함께 떠들썩하게 교류하면서 즐겁게 웃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어떠한 방식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충전하면 내 몸안의 배터리도 어느새 가득 찰 수 있다.
바쁜 가운데 무언가를 하나하나 도장 깨듯이 해낸 날이 있다. 끼니도 거를 만큼 정신없이 바빴지만 To-do리스트를 마무리한 날이다. 하루 온종일 차 있는 스케줄 사이에 무언가를 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작은 성취부터 해내기로 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 손톱깎기조차 시간이 안 낼 때가 있다. 그럴 때 해야 할 목록에 '손톱깎기'를 넣고 실천하는 것이다. 벌써 하나를 해냈다.
그토록 미루고 있었던 글쓰기를 리스트에서 꺼내본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쓰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소재를 찾아야 하고 또 수많은 독자의 눈에 맞게 써 내려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누군가 내 어깨 뒤에서 째려보는 것 같기도 해서 잘 써지지 않는다. 그럴 때는 내 안의 검열관을 잠재워놓고, 소요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안에 발행하는 방법이 있다. 완벽보다는 발행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날을 생각해 보라.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쉬기만 한 날이 아니라, 할 일이 태산이었는데도 결국은 그것을 모두 해낸 날이다.
- 마거릿 대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해야 할 일을 해냈을 때 더 기분이 좋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마거릿 대처도 그런 모양이다. 매일을 모두 만족할 순 없지만 만족스러운 순간을 느끼는 것은 또 다른 성취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럴 땐 나를 기쁘게 하는 즐거운 순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고 또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쉬어야 즐거운지 잘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럼 이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을 적어보는 게 어떨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즐거운 순간
하루가 다 가기 전에 한강 가서 노을 바라볼 때
글 쓰고 나서 보상으로 녹차 아이스크림 먹을 때
여행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할 때
글 썼을 때
아침에도 제시간에 일어났을 때
운동가기 싫었는데도 갔다 와서 개운한 나를 발견했을 때
좋은 사람들과 대화했을 때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했을 때
전한 정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푹 자고 일어났을 때
책상 정리하고 깨끗할 때
해야 할 일을 다 마무리했을 때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볼 때
여행 갔던 곳의 사진을 보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때
조카와 통화할 때
산책하며 글쓰기 소재를 생각할 때
필라테스 하고 나서 샤워할 때
즐거움을 주는 영상을 찾았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