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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Sep 11. 2022

남는 우산은 공용일까?

우산 하나의 가치는?

 우산 못 봤어요?


책상 옆에 항상 있던 우산이 보이지 않자 부리나케 우산을 찾아다녔다. 사무실을 발칵 뒤집어서라도 말이다. 옆 동료, 옆 옆에 앉은 동료, 맞은편에 앉은 선배 등에게 내 우산의 행방을 물었다. 우산에게 칩이라도 달려있었다면 찾아 나설 텐데, '나 여깄소'라는 알람이라도 울리면 좋을 텐데.. 어제 퇴근 전까지만 해도 내 자리를 잘 지키던 그 우산이 없어졌다.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기분이 찜찜했다. 내 소중한 아이는 어딜 간 거지? 우산아, 어딨는 거니? 엄마가 애타게 찾고 있단다. 이 소중한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주인이 특히나 좋아하는 무민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쉬이 열리지 않는 무민 팝업스토어에 방문해 즐거움을 가득 안고 구매한 굿즈다. 나름 우산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치의 금액을 지불한 바로 그 우산이란 말이다.



이 우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체적으로 뽀얀 남색을 자랑하는 장우산으로 한쪽에는 새하얗고 해맑은 표정을 지닌 무민이가 꽃 한 송이를 손에 쥐고 향기를 맡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우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또 손이 지니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바로 그 우산이란 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있었던 무민이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실종신고를 해도 모자라다. 

아리따운 우리 아이는 어디 간 거지?

범인은 그다음 날 발견되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사무실에서 남는 우산을 찾다가 우연히 내 책상에서 장우산을 발견한 누군가가 빌려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직원이 어제는 연가여서 엉뚱한 범인만 찾는 수고를 범했다. 오자마자 물어본 무민이의 행방은 손쉽게 해결되었다. 사건 해결. 가해자는 다행히 무민이는 무사히 잘 있으며 차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니, 좀 있다 주겠다고 전했다. 


이내 궁금증이 생겼다. 왜 우산을 가져간 것인지? 빌려갔으면 문자 하나라도 보내줄 수 있지 않았냐며 궁금증이 가득한 나는 질문을 퍼부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가해자에게 변명의 시간을 주었다. 그의 말로는 비가 억수로 오는 날 그 자리에 우산이 여러 개 있었으며, 비 오는 날에 주인이 안 가져갔다면 그 우산은 남는 우산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그냥 잠시 빌린 게 되었다고. 


우산 많던데요?

자리에 우산이 두어 개 있어, 하나 빌려가도 괜찮다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우산이 몇 개 있었으면 그럴 수가 있지. 그런데 이 무민이 우산은 무민 전시회에 가서 이 순간을 간직하고자 마지막에 들른 기념품 샵에서 수많은 굿즈 중 세심하게 고르고 고른 물품이란 말이다. 그냥 남는 우산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내일 줄게'라는 거짓말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내 소유의 물건에 집착이 강했다. 누군가에게 그냥 펜 하나일 수 있지만, 펜을 빌려간 친구가 돌려주지 않으면 집요하게 물어봤다. 그런 펜 따위에 자기의 마음을 두지 않는 친구는 대수롭지 않은 듯 "내일 줄게."라 말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 학기가 지나고 새로운 학년이 되어 더 이상 같은 반이 아니게 되어도 말이다. 


화가 나는 이유는 '나라면 그러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강해서인 것 같다. 나라면 우산을 빌린다면 적어도 물어보고 빌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긴급상황에 펜을 빌리더라도 다음날 미안함을 전달해 바로 돌려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물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에 대해서 가치를 정하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래서 가치관이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잃어버릴 수도 있는 펜 하나, 우산 하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담고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물품일 수 있다. 나에겐 사소한 물품이지만 누군가에게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가치를 아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타인의 사소한 물품일지라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sixstreetunder,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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