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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Sep 13. 2022

작고 기특한 불행은 소확행보다 나을까?

제9회 브런치 북 대상 <작고 기특한 불행>을 읽고

작고 기특한 불행

오지윤


세상 사람들은 다들 나름대로 불행해


제9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인 오지윤 작가의 책이다. 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소확행 대신에 우리네를 성장하게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불행'을 따스하게 품어낸 기록을 담고 있다. 너만 그런 거 아니라는 의미 없는 위로보다는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는 일이지만 우리의 하루살이에 꼭 필요하다고 그녀의 솔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하루하루를 여과 없이 펼쳐 보이는 책이다. 


'소확불' 배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우리 자신들의 웃픈 현실에 "나도 거지 같아"라는 절친의 목소리가 품 안에서 울려 퍼진다. 사랑이 떠나면서 오복이라는 고양이를 남기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작고 기특한 불행>이 시작된다. 같이 입양했더니 일주일 만에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고양이가 좋다더니. 고양이가 그렇게나 좋다더니. 


어쩌면 나와 헤어지는 건 막을 순 없어도 오복이를 떠나보낸 건 참을 수가 없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오복이를. 나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외칠 수 있지만 오복이를 떠나보낸 건 정말 잘못한 일이라고. 오복이를 껴안고 "오복아, 우린 버려졌어."를 외치지만 체온이 높은 오복이를 껴안을 때 이상한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나에겐 오복이가 있다. 오복이도 없는 주제에. 오복이도 없으면서. 


불행 대잔치의 시작


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연대하며 행진하거나, 같은 ‘빡침’을 공유하는 팀원끼리 모여서 팀장을 욕하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다. 연대감은 서로의 불행을 확인하는 데서 오고 그 불행 대잔치가 행복의 시작이다. - p24 〈작고 기특한 불행〉 중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내가 겪는 이 고통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무언가 나와 비슷한 걸음을 한 사람을 찾게 되고 하소연을 하게 된다. 나조차 그들이 나와 같은 피해자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깊은 빡침을 공유하는 팀원끼리 모이는 것도 공감대 형성의 하나일까? 나만 겪은 거 아니라는 가벼운 공감, 그게 바로 불행 대잔치로 이어지고 행복으로 전해진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찾는 사람을 이제는 그만두기로 했다. 한 사람의 복잡한 인생을 고스란히 인정하고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고 많은 일들에 얽히고설켜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너무나도 다르게 살아온 우리는 어쩌면 똑같은 지문이 하낫도 없듯이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기에 불행 대잔치는 이제 접기로 한다. 누군가의 불행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불행의 전파는 나에게도 안 좋은 기운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않기가 정말 어려운 사람


“채소를 많이 먹을수록 내 몸에 사는 미생물들이 기뻐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수록 내 뇌에 있는 뉴런들이 반짝거린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잠깐이라도 산책을 나간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흘러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과학 유튜브를 보다가 깨달았다. 행복은 나의 일도 신의 일도 아니구나. 내가 게을러서 행복하지 못하고 부지런하다고 더 행복할 리도 없었다. 행복은 내 몸속 미생물과 호르몬의 일. 그렇다면 나는 행복하지 않기가 정말 어려운 사람이다.”<우리들의 세로토닌〉 중에서


건강이 나빠져서야 내 몸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수많은 장기가 내 몸을 지탱하고 있었던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관심을 보내지 못한 나를 원망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갈 때도 뉴런이 반짝거린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장소를 바꿔 본다. 산책을 해보는 것이다. 같은 길을 걷지만 매일 다르다. 날씨가 다르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다르고 또 공기가 다르다. 


하염없이 걷다 보면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를 곱씹어 보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무엇을 향해 가는지.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이 길이 맞는지.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 선택이라는 확신이 든다. 오늘의 기분도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 몸속의 미생물과 호르몬도 행복할 수 있다. 내가 오늘 행복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산문집이라니? 에세이와 뭐가 다른 거지? 의문으로 집어 든 책이었지만 이렇게나 재밌다니. 읽는 내내 흐뭇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슬퍼졌다. 나와는 다른 사람인 듯하면서도 비슷한 그녀를 보니 왠지 시샘하는 마음이 솟기도 하고 짠해지기도 했다.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도 건강 검진을 신청하고 관둬야지 하면서도 다니고 있는 회사의 복지혜택처럼 말이다. 

크고 작은 불행을 맞이하는 우리.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보다는 작고 확실한 불행에 기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part 1.

사랑이 떠나면서

고양이를 남겼다

너에게는 없는 복

오늘의 서식지

작고 기특한 불행

아버지, 정답을 알려 줘

안녕, 파킨슨 씨

바다 수영이 좋은 이유

코로나 시대의 사랑

F&B와 FWB라는 발명품

반대편 우주

칭찬에 춤춰도 괜찮아

N잡러의 역사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선비로 살면 망할까

나는 다른 민족이고 싶다

어느 투머치토커의 슬픔

암은 사람을 더 아름답게 만들까

절반의 세상

전설의 거북이

빵과 버터

자급자족하는 마음

part 2.

별것 아닌 것들이 모여

별것이 된다

부추의 비밀

가장 좋아하는 색에 대해 쓰시오

정희에 대하여

우리 동네 예찬

집안일의 지겨움

갖추고 살거라

연쇄 식물 살해범의 다짐

넘버링의 세계

맹목적 사랑

손오공의 마음으로

너의 알고리즘을 파괴하러 온 구원자

세상은 넓고 우린 참 달라

생각의 납골당에서

참조인

펑크족의 신념

피크닉 토론의 결말

오리너구리과科 오리너구리

글쓰기 모임에 대한 글쓰기

집요한 낙관주의자

기어이, 라는 변곡점

★에필로그★

우리들의 세로토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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