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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Dec 13. 2022

가이세끼, 온천과 맛의 만남 유모토칸에서 느끼는 여유

교토 근교 시가현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유모토칸' 료칸 추천

오사카, 교토를 바쁜 일정으로 둘러봤다면 하루쯤은 편안하게 료칸에서 대접받으며 쉬고 싶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후기가 좋은 료칸에서 푹 쉬고 온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교토가 생각보다 추워서 여행을 빨리 마치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료칸(일본에만 있는 전통적 여객과 숙박시설)으로 향했다. 인생 첫 료칸의 경험은 뜻깊었다. 전통 주택인 고민가와 화실을 제공하고 고급 일식 코스요리인 가이세키 요리와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유모토칸을 가기 위해서는 '오고토 온센'역으로 가야 한다. 복잡한 일본 지하철에 헤매고 있으니 친절한 일본인 이 열차를 타면 된다고 잘 알려주었다. 따뜻한 지하철에서 노곤노곤 잠이 들새라 긴장하고 있으니 자신이 깨워주겠다며 잠을 청하라 한다. 이 얘기 저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내릴 곳이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코토온센 역에 잘 도착했다. 여행을 할 때 만나는 그 나라 국민 누구나가 국가 홍보대사가 된다. 이렇게 흐뭇한 경험이 있은 후, 관광객이 두리번거리면 언제나 먼저 다가가서 알려주려고 한다.


© 유모토칸 공식홈페이지

역에 내리면 077-579-1111로 전화를 해서 픽업을 요청해야 한다. '피쿠 업 사비스오 오네가이시마스', '피쿠 업 사비스오 구다사이' 등 짧은 일본어로도 요청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미니버스가 역으로 도착하면 친절한 기사님이 짐을 실어다 준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지나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코를 지나면 로비에 도착한다.


저녁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료칸은 조용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안내를 받는 게 아니라 큼지막한 편한 소파에서 체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따스한 마음이 가득 들어간 손님을 맞이하는 차를 마시고 투숙객 정보를 작성하면 방으로 안내받는다. 저녁 가이세키와 조식 가이세키 포함 상품이므로 어떤 걸 고를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복도를 따라가면 방으로 이어진다. 투숙객 정보를 작성할 시 이미 짐을 방 안으로 갖다 놓아 너무나도 편하다. 방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침구와 함께 안내를 해준다. 다다미방(일본 전통식 바닥재) 형태를 갖추고 있고 정갈한 인테리어가 일본에 왔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일본 답게 커피보다는 다양한 차가 준비되어 있다. 차와 함께 즐길 카스텔라는 너무나도 부드러워 나중에 구매처를 따로 묻기도 했다. 커피포트와 함께 뜨거운 물을 내릴 수 있는 온수기도 설명을 잘해준다. 



가족단위로 방문을 많이 하기에 별도의 침구가 필요하면 장롱에서 꺼내 쓰면 된다. 너무 춥진 않은 날씨였기에 미리 마련해온 침구 만으로 충분했다. 료칸에 오는 재미 중 하나가 바로 기모노의 일종인 유카타를 입는 것이다. 목욕한 다음에 입는 유카타는 히로소데(袖)라 불리며 겨드랑이 부분을 꿰매지 않는다. 유카타를 입을 때는 맨발로 쪼리처럼 보이는 게타를 신는다. 유카타라는 명칭은 유카타비라, 즉 '목욕 후에 몸을 닦는 수건'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원래 천황이나 귀족들이 목욕한 후 입는 목욕 가운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사이즈의 유카타가 있어서 사이즈 고민할 필요가 없다. 


깔끔한 화장실을 구경해 보았다. 온천을 오면 욕조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깔끔한 욕조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샴푸와 헤어 컨디셔너, 샤워젤은 대용량으로 유모토칸 병에 따로 담겨 있으며 스킨, 로션이 구비되어 있어 피부가 예민하지 않다면 료칸 내 제품을 써보길 추천한다. 




일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라 하면 당연 일본 여행의 '가이세키'가 빠질 수 없다. 호사스러운 잔치 요리로 전해진 가이세키 요리는 국, 사시미, 구이, 조림으로 구성된 상차림이다.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는 작은 그릇에 다양한 음식이 조금씩 순차적으로 담겨 나오는 일본의 연회용 코스 요리이다.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의 코스 요리를 의미한다. 가이세키 요리는 1629년에 처음 등장했으며, 초기에는 연회장에서 주로 내던 술과 함께 먹는 요리를 뜻하였으나, 점차 다화회(茶話會) 요리로서의 의미가 사라지고 호사스러운 잔치 요리로 발전했다. 

1. 젠사이(前菜)
가장 먼저 제공되어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하며, 맛의 조화를 이루는 두세 종류의 귀한 음식이 술과 함께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쓰키다시(つき出し) 혹은 오토오시(お通し)라고 부르기도 한다.

2. 무코우즈케(向付)
사시미(회) 등의 날생선이나 스노모노(酢の物, 식초로 양념한 요리)가 제공된다. 오무코우(お向こう)라고도 한다.

3. 스이모노(吸物)
주로 맑은 장국을 말하며 무코우즈케(向付)와 거의 동시에 제공된다.

4. 쿠치도리/쿠치가와리(口取り/ 口代り)
산, 바다, 밭의 진미를 한 접시에 담아 제공하는 요리로서, 계절감을 나타낼 수 있도록 담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단맛, 짠맛, 진한 맛, 신맛 등)이 나는 음식들을 조화롭게 이용해 변화를 준다.

5. 하치자카나(鉢肴)
고기나 생선 구이 혹은 튀김이나 찜도 제공된다.

6. 니모노(煮物)
채소 2~3가지 만을 사용하거나, 채소를 주재료로 하고 육류를 더해 조린 음식을 말한다. 국물이 거의 없는 경우 납작하고 얕은 접시를 사용하고, 국물이 있는 경우에는 옴폭한 그릇에 담아낸다.

7. 차왕(茶碗)
담백하게 조리거나 쪄서 만든 음식에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추운 계절에는 따뜻한 음식을, 더운 계절에는 차가운 음식을 제공한다.

8. 코돈(小丼)
히타시모노(浸し物, 푸른 잎채소를 데쳐 간장으로 무친 것), 스노모노(酢の物, 식초로 양념한 요리), 아에모노(和え物, 무침)를 각각 작은 그릇에 담아서 함께 제공한다.

9. 토메왕(止椀)
밥과 쓰케모노가 미소시루와 함께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토메왕은 마지막 음식이라는 뜻으로, 가이세키 요리에서는 술과 안주를 먹은 후 마무리로 밥과 국, 쓰케모노를 제공한다. 식사 후에는 계절 과일을 낸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이세키 요리 [Kaiseki] (세계 음식명 백과, 마로니에북스)


방 이름도 예쁘기만 하다. 저녁 장소로 향하니 방마다 투숙객의 이름이 쓰여있어 들어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 예약 시, 영어로 이름을 적었던 터라 내 이름만 영어로 써져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잘 차려진 가이세키 요리를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벌써부터 여행의 노곤함이 풀리는 듯했다. 일본요리는 눈으로 먼저 먹는다 했던가? 예쁜 식기들과 잘 차려진 코스요리가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일본어를 잘하지 않아도 한국어로 된 코스요리 설명서와 나보다 더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인 직원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식욕을 돋기 위해 두세 종류의 음식과 술이 함께 제공되는 젠사이가 먼저 나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쓰키다시다. 사시미와 같은 날생선과 식초로 양념한 스노모노 요리가 제공되는 무코우즈케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맑은 장국인 스이모노는 무코우즈케와 동시에 제공된다. 석식에는 젠사이, 무코우즈케, 스이모노가 한꺼번에 준비되어 있다. 




이 지역의 재료로 준비되는 가이세키는 그야말로 건강한 맛이다. 매월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요리라 방문할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고기나 생선구이 또는 튀김과 찜도 제공이 된다. 1인용 불판에 마블링이 잘된 고기가 올려 잘 익힌다. 레몬으로 우선 고기의 잡내를 없앤 다음 불판에 올려놓는다. 단호박도 함께 구워 먹는다. 




뚜껑을 열어보니 차왕이 준비되었다. 담백하게 조리하거나 추운 계절 따뜻한 음식을 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다. 국물요리는 따로 준비되며 옴폭한 그릇에 담아 먹으면 추운 날 온몸을 데우기 딱 좋다. 일본 유부의 특징은 이렇게 부드럽다는 것이다. 국수로 먹을 만큼 부드럽고 질 좋은 유부는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잘 뜸 들여지고 있는 밥


밥과 쓰케모노, 미소시루가 마지막으로 제공된다. 토메왕은 '마지막 음식'이라는 뜻으로 가이세키 요리에서 술과 안주를 마무리한 후 먹는 밥과 국 그리고 이 짠지(쓰케모노)와 함께 한다. 식사 후에는 계절과일과 식후주로 마무리한다. 료칸 주변은 저녁이 되면 깜깜해진다. 밤 산책을 하기에는 어둡기 때문에 후레시 등을 빌려가는 게 좋다. 천장 없는 온천은 신선놀음을 하기에 충분하다. 옥상 온천은 한 군데 이므로 하루씩 번갈아 가며 남탕, 여탕이 나뉘기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엘리베이터 및 입구에 쓰여있다. 별도로 직원이 없기에 더더욱 유의해야 한다.




조식도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키위와 레몬을 갈아 넣은 주스로 우선 입맛을 돋운 다음에 지역 신선한 계란이 준비된다. 어떻게 먹는 지도 쓰여있어서 편하다. 그만큼 한국인이 믿고 많이 찾는 곳이다. 자신 있게 모든 재료가 시가현에서 나는 농산품이라고 자랑한다. 자부심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아침부터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이렇게 잘 차려져 있으면 매일 힘내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밥심이라고 했던가? 눈볼대 생선과 함께 제공되는 고시히카리는 너무나도 찰지고 맛있다. 일본 쌀은 한국 쌀보다 수분기가 더 많고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다. 계절 반찬과 된장국, 장아찌가 아침부터 입맛을 돋운다. 바쁜 아침을 건너뛰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한 일본 계란찜은 국물까지 다 마시니 너무나도 개운하다. 




오렌지와 망고가 들어간 요구르트에 아도베리 시럽이 얹어있다. 설명에는 '얻어'라 쓰여있지만 한국인 관광객의 오감 만족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니 귀엽게 봐야 한다. 



식사 후 료칸을 구경하며 비와호로 나가보았다. 한눈에 들어와 작아 보이지만 면적은 673.9 km2, 길이는 63.5km를 자랑하는 엄청나게 큰 호수다. 비가 내려 더 운치가 있는 비와호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관광자원이 풍부하여 예로부터 경승지로 알려졌고, 가장 먼저 국정공원으로 지정되어 유명하다. 체크아웃 후 부탁한 택시에 탑승하니 예쁜 자수 커버가 눈길을 끈다. 친절하게 일본어를 할 수 있냐고 기사분이 물었지만, 안타깝게 짧은 일본어로 못한다고 답했다.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전해져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평생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할 료칸을 간다면 교토 여행 후 고즈넉한 비와호 근처의 유모토칸을 추천한다. 픽업 서비스를 포함해 친절함을 갖추고 있고, 환상적인 가이세키와 온천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비와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아늑한 일본식 방이 갖춰져 있으며 역까지 무료 셔틀 서비스(송영버스)를 운행한다. 


다다미방부터 침대까지 구비되어 있어 선택 가능하며 7개의 넓은 실내 온천이 마련되어 있다. 옥상 노천탕에서는 인근 산과 오고토 마을의 탁 트인 전경까지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 나라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족과 연인과 또 친구와 교토 여행 후 푹 쉬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참고 자료>

- 유카타

- 가이세키


✈️ 여행 에세이 <나의 첫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 나의 첫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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