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의 미학 7화
여행을 할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지도에 의존해 걷기 마련이다. 어느 방향인지 지도를 요리조리 돌려보다 보면 방향을 잘못 찾을 때도 있고, 지도를 보고 있어도 길을 잘 못 찾는 일도 허다하다. 지도를 볼 줄 모르는 건가?
지도를 봐도 뭔가 이상하다. 바로 눈앞의 건물인 것 같은데 지도 어플에서는 건물을 빙 돌아가라 설명하기 때문이다.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찾고자 하는 건물을 눈앞에 두고도 한참을 지도를 쳐다본다. 이 건물이 내가 찾는 건물이 맞는지 한참을 쳐다보고 난 후 주변의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다 보면 바로 앞의 건물이 바로 내가 찾던 그 건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지도는 바로 앞의 건물을 두고 돌아가라고 했지? 왜 나한테 삽질을 시키는 거야?' 평소에 도움을 얻는 지도 어플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지만 또 이럴 때면 삽질을 했다는 생각이 화가 나기도 한다. 여행 중 지도를 보느라 버려진 내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으면 그 생각을 하느라 누군가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바라보지 않고 같은 장소지만 서로 다른 생각으로 소통이 불가능할 때 말이다. 그럴 때는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지 않았나, 내 편협한 생각을 주장하느라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눈앞의 그대로를 바라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떤 신문물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내 두 눈이 똑똑이 보는 걸 믿기로 한다. 그리고 눈앞의 것을 오롯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 자신을 또는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아 어플에 의존해 시간을 낭비했던 순간은 아쉽지만 그만큼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한 건 바로 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