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위치는 어디인가

삽질의 미학 5화

by 스윗드림

발표 수업이 많은 경영학 수업은 항상 떨리기 마련이다. 수많은 눈앞에서 떨리며 내가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는 건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타국의 언어로 한다는 열등감에 많은 사람들이 비판할 거라는 불안감에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안일함에 준비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으면 그동안 쌓은 노력은 쉬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연습했는데..'


대본을 만들고 혹시나 모를 질문에 대비하고 몇십 번이나 연습했는데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발표하기 위에 단상에 올라가면 내 머리는 금세 백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연습이 부질없다는 생각까지 밀려오면서 말이다. 순식간에 불안에 휩싸이고 떨리는 눈동자와 함께 준비한 연습은 다 날아가 버린다.


연습을 했는데도 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 많은 발표가 이어졌고 앞으로도 또 많은 발표가 펼쳐질 텐데 그때마다 이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이불속에 숨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 발표는 또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온다.


곱씹어보니 원어민처럼 무언가 멋있게 발표를 하길 꿈꿔왔던 내가 나의 위치조차 잘못 파악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딘가를 향해 가려면 현재의 위치가 중요한데 지금의 위치를 간과한 것이다. 지도를 펼치며 어디를 가야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를 향해 가느냐가 아닌 현재의 위치(You are here.)기 때문이다.


그 이후 완벽하고 자 원어민을 따라가고 자 하는 꿈을 접었다.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내가 갖고 있는 장비를 점검하고 할 수 있는 삽질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또 내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와 자료를 만들기로 했다. 또한 그들에게 나는 원어민이 아니라는 점을 가감 없이 인지 시켜 주는 용기를 가지기로 했다.


이후 만드는 발표 대본이나 자료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내 위치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거리의 양만 다뤘다. 떨림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지만 그 떨림 속에서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전달할 수 있었다. 조급함은 던져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 그 자리에서 조금 더 나아가는 것이 나의 위치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