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여자야구 입문기>
하다 보면 늘겠지, 야구. 살다 보면 알겠지, 인생!
김입문
제9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이다. 대한민국에는 1천 명의 여자 야구인이 있다고 한다. 야구장 근처에 살기에 야구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 종목인지는 잘 알고 있다. 여자 사회인 야구 동호회 이야기. 취미로 야구하는 여자들이라니, 그런 여자들이 모인 이야기가 얼마나 재밌을까 했는데 정말 재밌다. 바쁜데도 온갖 알람을 다 끄고 집중해서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야구 초보에서 전국 대회 우승까지 해버리는 그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자들이 쓸 수 있는 운동장 하나 갖춰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실 별로 내키진 않았다. 프로야구를 가끔 보는 나로는 야구는 무엇이며 또 여자 야구라니. 뭔가 재미와는 멀어 보이는 고군분투만이 느껴졌다. 그러나 웃음은 끊임없이 나오는 재밌는 책이다.
야구는 그런 적당함이 있다. 축구처럼 하나를 향해 몰려다니지 않고, 농구처럼 너무 가까워서 밀치거나 땀 냄새를 맡을 필요도 없다. 수비할 때는 글러브로 공을 잡을 때까진 온전히 혼자인 개인 스포츠다. 공이 구르기 시작하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 같이해야 하는 단체 스포츠다. 혼자서 할 때도 잇고, 가끔 같이하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적당한 거리감을 가진 운동이다. -p16
공을 가지고 하는 구기종목엔 영 흥미가 없다. 그나마 NBA를 보는 재미랄까? 재빠르지도 못하고 또 점프력이 좋지도 않다. 무언가 설렁설렁 걷는 건 잘하려나? 그래서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 재미가 없다. 그래도 야구장은 가는 편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때 있는 곳이 야구장이기 때문이다. 야구팬들은 야구장 가까이 사는 사람을 젤 부러워할 거다. 야구도 많이 알진 않지만 그 분위기가 재밌다. 치킨 먹으러 가고 삼겹살 먹으러 가고 응원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 전 세계에서도 이런 재미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자 야구란 말이다. 치어리더도 없을 테고 힘이나 파워도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아 재미없게 봤지만 찬찬히 이 책을 읽을수록 야구 용어에 빠지게 되었다. 야구를 꽤나 보면서 이런 용어 하나하나 몰랐구나. 엄청난 규칙이 있구나. 그냥 공을 던져서 맞추면 뛰고 또 달려서 다시 홈으로 들어오는 게 아녔구나. 취미로 시작한 야구알못 김입문이 야구팀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벤치에 앉아있다가 드디어 청바지를 벗고 주전에 나가기까지 그리고 지방을 다니며 전국 대회에 참여하기까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을 더 무서워하면 더 쫓아와요. 오지 말라고 하면 그쪽으로 와요. 피하지 않고, 기다리면 잡을 수 있어요."
p 61
지금 나가지 않더라도, 기회는 누구에게든 올 수 있다. 언제 교체되더라도 나갈 수 있게 준비하면 거짓말처럼 기회가 온다.-p118
와! 인생을 다시 재조명하는 책이다. 벤치만 지킨다고 그 사람이 필요 없는 게 아니다. 주전 선수로 불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 영원한 것도 아니다. 무언가 잘하던 사람도 내 달엔 고군분투할 수 있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눈 깜짝할 사이에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집중해서 봐! 공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른다!"
중요한 거는 항상 주변을 살피고 내 기회인가 보는 것이다. 기회를 모르는 사람은 옆에 기회가 와도 눈치채지 못하고 흘려보낸다. 그러나 꾸준히 갈고닦은 사람은 그 기회가 옆에 오면 말도 걸고 또 친근하게 물어보기도 해서 친해지기도 한다. 순식간의 기회는 잡힐 수도 있고 떠나갈 수도 있다. 주변을 집중해서 잘 봐야 하는 것이다. 어디서 공이 날아올지 모르기에.
브런치 북 대상작이라고 해서 단숨에 구입했다. 도대체 어떻게 글이 써야 당선이 되는 걸까?? 궁금증에 든 그 책은 내가 야구를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구나, 여자 야구는 이런 점이 있겠구나를 단숨에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여자 야구인은 천명, 그들을 대표하는 김입문이 당당히 쓴 글이다.
야구를 시작했을 뿐인데 무언가 자세도 올발라지고, 생각도 말끔해졌다. "알을 깐 뒤에 무너지지 말고, 그다음을 해야 해. 넥스트 플렌." 알을 까는 건 바로 스쾃 자세에서 내 두 다리 사이로 공이 굴러가는 것이다. 그때 당황하면 금세 다른 팀에게 점수를 내주고 만다. 알 까기만 기다리지 말고 그다음에 무언가를 해라. Just Do It. 스포츠 불변의 법칙이다.
[목 차]
프롤로그
아직 가을이 남아 있다
경기 전
선수입장 : 야구장에 가다
시구 : 언니, 캐치볼 해요!
애국가 : 포도당이 보우하사
양팀인사 : 야구하는 여자의 정체
경기 중
1회 : 동네리그 첫 경기
2회 : 닭도 아닌데. 알까기
3회 : 안경 끼고 첫 안타
4회 : 글러브, 얼마면 돼?
5회 : 생일을 축하하는 방법
6회 : 다음 타석을 위한 기도
7회 : 버스 타고 전국대회
8회 : 전국대회 벤치입문
9회 : 모자를 던지며
경기 후
경기중단 : 운동장에 구급차 오던 날
우천취소 : 그만두겠습니다
기념사진 : 그 많던 언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스토브리그 : FA, 이적
스프링캠프 : 그라운드, 가장 높은 그곳에
에필로그
다시 여름이 돌아온다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