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니고 다니는 핸드폰을 4년 만에 바꿨다. 오랜만에 바꾸니 새로운 핸드폰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화면이 더 커지고 기능이 많아져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또 왠지 고가라는 생각에 아끼며 다루기 시작했다. 업데이트를 하고 흠집이 날까 얼른 필름을 사서 씌우고 케이스도 예쁜 걸로 사서 꾸며줬다. 이 기분 좋음이 꽤 오래갈 것 같다.
새로 산 핸드폰인 만큼 가지고 다닐 때도 신경이 쓰였다.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카메라 렌즈에 흠집 나면 어쩌지?' 행복과 동시에 비싼 새로운 물건이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구매한 지 삼일째 되던 날, 살펴보니 보호 필름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벌어진 틈에 먼지가 들어가니 금세 더럽혀지고 있었다. 케이스도 자세히 살펴보니 벌써 군티가 났다. 거울대용으로 구매한 케이스도 흠이 여기저기 보인다.
마음이 아프네.
핸드폰에 흠집이 나니 마음이 아팠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어서 그런가? 고가의 물건이라 그런가? 흠집을 자꾸 쳐다보며 무언가로 메꿔보려 시도해보기도 하고 벌써부터 이렇게 흠집이 난 게 관리를 잘 못한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핸드폰은 이렇게 아끼면서 정작 내 몸과 마음에 흠집이 나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회사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언성을 높이는 전화 통화에 내 마음은 흠집이 나있었다. 마치 떨어뜨린 스마트폰의 액정이 깨진 것처럼 내 마음에도 그렇게 금이 갔나 보다.
공공장소에서 누군가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면 이목이 집중되고 자신의 일인 양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이 다친다면 어떨까? 내 마음이 다친 건 나만 알기 때문에 누군가가 알아채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음에 흠집이 나도 나 조차도 별생각 없이 보이지 않는 상처를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나려 했다.
핸드폰을 떨어뜨렸다면 이내 마음이 아프고 또 어떻게 고쳐야 할지 전전긍긍할 텐데 내 마음이 다친 건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 자신보다 백만 원짜리 물건을 더 귀하게 여기는 걸까? 내 마음이 다친 건 아무것도 아닐까? 마음에 흠집이 난 건 보이지 않으니 다치지 않은 걸까?
분명 나는 상처받았다. 그때의 상처로 몇 날 며칠 잠을 못 자기도 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비수로 꽂힌 말은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한두 번도 아닌데, 이런 걸로 그만 두면 지금까지 한 게 너무 아깝지. 이 나이에 어디 갈 곳도 없지 않아?'라는 얄팍한 자기 위로와 현실인정으로 이내 흠집을 슬쩍 닦아내고 있었다.
이제 내 마음을 돌보려 한다.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 누군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보호 필름은 씌웠는지, 어디 상처받지 않았는지, 어디든 매일 함께 다니는 나 자신에게 예쁜 케이스를 입혔는지 생각해 보며 말이다. 어쩌면 내 마음과 몸은 신형 스마트폰보다 더 대단하다. 매일 들여다보고 공감해 주며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더 많이 아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