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점차 잦아짐에 따라 부랴부랴 마스크만 하고 나가던 시절이 점차 사라지고 아침단장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화장대 깊숙이 숨겨놨던 파운데이션을 다시 한번 꺼내 기초화장 후 톡톡 피부에 얹는다. 눈썹펜슬을 꺼내 눈썹 모양에 따라 쓱쓱 그린 후 립스틱을 마른 입술 위에 얹고 출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터라 마스크 안의 내 피부는 건조한 얼굴에 얹어진 파운데이션이 입냄새를 머금은 수분과 함께 버무려져 환상의 부조화를 이뤄낸다. 회사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러한 참사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에 내 얼굴을 올바로 바라볼 겨를이 없다.
피곤하세요? 오늘 화장이 뜬 것 같아요.
점심시간이 되어 내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난 후 드디어 듣는 한마디가 피곤해 보인다는 말이라니. 피곤하긴 하지만 예전보다 얼굴에 무언가를 찍어 바르기도 하고 입술에 색깔을 입히기도 했는데 왜 그러지?? 당황해서 얼굴을 핸드폰 카메라에 비춰보니 입 주변이 모두 사막화가 되어있었다.
황량한 그 사막. 어딘가에 버려진 사막은 비 한 방울이 내리지 않아 견디다 못해 이내 입 벌림을 시발점으로 쩍쩍 갈라져 나간다. 한쪽에는 깊은 주름이 다른 쪽에는 희미하지만 미세한 여러 주름들이 조그만 웅덩이 하나라도 찾을세라 뻗어나가기 바쁘다. 물을 찾아 나서는 그 분주함 발걸음이 이내 실망으로 변해 이동을 멈추기 마련이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나서 화장실로 달려가보니 사막화가 된 내 얼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 때부터 화장을 많이 하지 않아 그 방법을 까먹은 것 같았다. 극건성인 내 피부는 다른 이들보다 수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빌어보니 건조한 겨울철에는 특히나 더 건조하기 때문에 스킨도 3번, 로션도 3번 바르라고 전했다.
이렇게 케어가 필요한 내 얼굴을 신경 쓰지 아니하고 사막에 모래를 뿌린 겪으니 더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내 피부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저 가리면 된다고 했던 그 안일한 자존심. 건조한 피부에 파운데이션을 덕지덕지 바르니 융화되지 못하고 갈라지니 화장이 결국 뜬 것이다.
출근길에 급히 가리면 된다고 착각해 화장의 기초를 무시해 마음이 뜨니 화장도 떴다. 기초화장으로 피부 속을 든든히 채우지 않으면 이내 소용없다. 사실 화장이 뜬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뜬 것이었다. 무엇이든 기초공사가 중요하다. 아무리 명품으로 치장해도 속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내 겉모습도 내 모습이 아닌 게 되고 조화롭지 못하며 이내 뜨게 된다. 사실 화장이 뜬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기초를 잊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