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드림 Feb 21. 2023

화장이 떴다, 마음도 떴다

코로나가 점차 잦아짐에 따라 부랴부랴 마스크만 하고 나가던 시절이 점차 사라지고 아침단장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화장대 깊숙이 숨겨놨던 파운데이션을 다시 한번 꺼내 기초화장 후 톡톡 피부에 얹는다. 눈썹펜슬을 꺼내 눈썹 모양에 따라 쓱쓱 그린 후 립스틱을 마른 입술 위에 얹고 출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터라 마스크 안의 내 피부는 건조한 얼굴에 얹어진 파운데이션이 입냄새를 머금은 수분과 함께 버무려져 환상의 부조화를 이뤄낸다. 회사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러한 참사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에 내 얼굴을 올바로 바라볼 겨를이 없다. 


피곤하세요? 오늘 화장이 뜬 것 같아요. 


점심시간이 되어 내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난 후 드디어 듣는 한마디가 피곤해 보인다는 말이라니. 피곤하긴 하지만 예전보다 얼굴에 무언가를 찍어 바르기도 하고 입술에 색깔을 입히기도 했는데 왜 그러지?? 당황해서 얼굴을 핸드폰 카메라에 비춰보니 입 주변이 모두 사막화가 되어있었다. 


황량한 그 사막. 어딘가에 버려진 사막은 비 한 방울이 내리지 않아 견디다 못해 이내 입 벌림을 시발점으로 쩍쩍 갈라져 나간다. 한쪽에는 깊은 주름이 다른 쪽에는 희미하지만 미세한 여러 주름들이 조그만 웅덩이 하나라도 찾을세라 뻗어나가기 바쁘다. 물을 찾아 나서는 그 분주함 발걸음이 이내 실망으로 변해 이동을 멈추기 마련이다. 

수분 한 방울 없는 사막 같은 내 얼굴 © Micaela Parente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나서 화장실로 달려가보니 사막화가 된 내 얼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 때부터 화장을 많이 하지 않아 그 방법을 까먹은 것 같았다. 극건성인 내 피부는 다른 이들보다 수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빌어보니 건조한 겨울철에는 특히나 더 건조하기 때문에 스킨도 3번, 로션도 3번 바르라고 전했다. 


이렇게 케어가 필요한 내 얼굴을 신경 쓰지 아니하고 사막에 모래를 뿌린 겪으니 더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내 피부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저 가리면 된다고 했던 그 안일한 자존심. 건조한 피부에 파운데이션을 덕지덕지 바르니 융화되지 못하고 갈라지니 화장이 결국 뜬 것이다. 


출근길에 급히 가리면 된다고 착각해 화장의 기초를 무시해 마음이 뜨니 화장도 떴다. 기초화장으로 피부 속을 든든히 채우지 않으면 이내 소용없다. 사실 화장이 뜬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뜬 것이었다. 무엇이든 기초공사가 중요하다. 아무리 명품으로 치장해도 속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내 겉모습도 내 모습이 아닌 게 되고 조화롭지 못하며 이내 뜨게 된다. 사실 화장이 뜬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기초를 잊은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써도 기초공사가 갖춰지지 않으면 소용없다 © Karly Jones


✈️ 여행 에세이 <나의 첫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 나의 첫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스윗드림의 순간의 순간


❤️ 종합 정보

☞ 스윗드림의 콘텐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