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질 때

<비긴 어게인>의 명대사

눈 감는 순간, 다시 여행하다 

음악은 그 음악을 들었던 일순간으로 우리를 순간 이동시켜준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 몇 년 전 길거리 연주가가 흥겹게 연주했던 뮌헨의 신시청사로 나를 삽시간에 데려간다. 그 겨울의 찬 공기가 얼마나 내 볼을 따갑게 했는지 지친 몸을 이끌고 물어물어 간 건물을 결국 못 찾았던 안타까움이라던지 불친절한 독일인으로 인해 마음이 상했던 순간이던지 이런 나쁜 기억들은 이내 음악으로 최면을 걸어 잊힌다. 그 기억들은 미화되어 음악과 함께 내 머릿속에서 새로운 장면으로 탄생해 맘껏 우아하게 춤을 춘다. 나는 음악을 통해 그 순간으로 돌아가 오롯이 좋았던 추억만 그리운 마음만을 간직하게 된다.

뮌헨 신시청사 앞에서 좋은 기억만 음악과 함께 고이 남기다  @sweet-dreams

도시의 소음과 음악이 만나면

스타가 된 남자 친구와 뉴욕에 온 이후 이별을 하게 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 한때 잘 나가던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하루아침에 해고된 댄이 도시에 홀로 남겨진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그녀의 자작곡을 듣고 반하게 된다. 돈도 부족하고 스튜디오도 없는 그들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 누구나 열망하는 트렌디한 뉴욕에서 모든 소음을 소재 삼아 길거리 연주를 시작한다. 이 밴드는 로망과 기대를 가득 담은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앞 옥상, 센트럴파크 호수의 보트 위, 차이나 타운을 오픈 스튜디오 삼아 도시의 소음이 흠뻑 담긴 노래를 신나게 녹음한다.

이래서 음악이 좋아!
네?
따분한 장면도 갑자기 음악이 들어가면 아름답고 기운 넘치는 보석들로 변하잖아?

따분한 장면도 음악을 한 스푼 넣으면

네온사인이 가득하고 북적이는 뉴욕 한가운데서 이어폰을 껴 흘러나오는 음악에 빠지만 일찰나에 그곳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으로 변하게 된다.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도 경찰에게 잡혀가는 사람도 혼자만의 멋에 취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그냥 거리를 걷는 사람도, 그저 음악 하나만 더해졌을 뿐인데 사랑스러운 장면으로 변한다. 모든 순간에 음악 한 스푼을 넣으면 보석처럼 반짝이고 달달한 순간으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다. 

허나 그 반짝이는 순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옅어진다. 어릴 적 친구와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으며 박장대소하던 그런 모습은 희미해지고, 더 이상 감흥도 없고 놀랄 것도 없이 그 웃음은 어렴풋이 도시 매연과 함께 사라져 간다. 천천히 음미해보면 매 순간이 반짝이는 진주였음에도 말이다.

있잖아, 나이가 들면서 그런 보석들이 자꾸 낯설어져.
이 순간이 보석이야 그레타.
맞아요!
모든 것이 보석이었어.
- 영화 <비긴 어게인> 그레타와 댄의 대화 중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

영화 '원스'의 감독이 만든 또 다른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은 환상의 도시 뉴욕에서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여러 장면을 읊는다. 스타가 된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그레타, 이혼당하고 삐뚤어진 딸과의 거리도 못 좁히고 아빠로서 창피한 모습을 보이는 댄, 이들은 변화와 시련의 도시인 뉴욕과 매우 닮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아픔을 주었던 뉴욕의 도시 소음을 배경으로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 슬픔과 좌절이 있더라도 다음 발걸음을 기다리고, 이어 그루브를 타고, 인생이란 긴 여정을 떠날 하나의 발걸음을 내디딜 용기만 있으면 된다. 오직 그 발걸음 하나만이 당신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줄 것이고 곱게 빛날 노래가 될 것이다. 당신의 다음 발걸음에 음악 한 스푼과 응원 한 스푼을 넣어 힘을 실을 테니 마음껏 용기 내어 나아가길 바란다.

Waiting for the next move, anticipating the next groove, and the road is long, and you're only as strong as your next move.

다음 행보를 기다려. 그 다음 행보를 기대해. 가야할 길은 멀지만 다음 행보를 내딛을 만큼의 용기만 있으면 되는거야.

#영화 #명대사 #비긴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