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드림 Aug 08. 2023

밤에 뛰어다니는 조카와의 뜻밖의 대화와 교훈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의 가치

평일 저녁 조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7살 여자아이는 평일 저녁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걸 처음 알았다. 밥 먹을 때도 계속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했으며, 쫑알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이 없으면 집이 좀 적막한데, 조카 덕분에 생기가 돈 것 같았다.


매일 아침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터라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쉬려고 하는데 배도 부른 조카가 오랜만에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있는 할아버지댁에 와서 가질 않으려 했다. 자기를 예뻐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 떠나기 싫나 보다. 


매일 밤 10시 정도에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것저것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보고 글을 읽는 나는 그 시간이 빨리 오기만을 바랬다. 신난 조카는 여전히 뛰어다녔고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신기한 물건을 보면 하나하나 들어 올리며 "이거 뭐야?"로 궁금증을 해결해 댔다. 그런데 갑자기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나 이모랑 잘래. 여기서 자고 갈래.


응? 자고 간다고? 나 내일 회사 가야 하는데?? 신나서 밤늦게까지 잠을 청하지 않으며 똘똘한 눈을 뜨는 그녀에게 차마 성숙한 어른에게 대하듯 말할 수 없었다. "그... 으... 래..." 밤늦게 술래잡기를 하며 신이 난 조카는 밤 11시가 훌쩍 넘어도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모 먼저 잘... 게.."라고 말하는 순간 눈이 감기고 스르륵 나도 모르게 잠이 들려는 그 찰나, "꺄~~~~~, 꺄꺄~~~" 끊임없는 술래잡기와 뛰어다님이 지속됐다. "시현아! 아랫집 할머니가 놀라셔. 빨리 자야 지. 이놈 한다." 애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아이를 협박하는 기술을 여기저기서 배워왔기에 아기 엄마들이 자주 하는 그 말을 계속했다. 


할머니가 놀아주는 터라 계속 술래잡기가 이어지는 찰나에, 비몽사몽 간에 눈을 뜬 내가 드디어 폭발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뛰어다녀? 아랫집 할머니가 놀라신다니깐. 그리고 이모 내일 회사 가야 하니깐 일찍 자야 해. 빨리 너도 누워서 자. 왜 안 자고 계속 뛰어다녀?

혼이 나서 주눅이 든 조카가 두 번째 손가락을 마주치며 민망한 듯 어쩌면 당연한 듯 말했다. 


시(현이)는 이모가 좋아서 그런 건데..


맨날 일하느라 바쁘다고 핑계 대는 이모를 오랜만에 봐서 신나서 자고 간다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것이다. '뭣이 중헌데. 일이 뭐라고, 잠을 못 자면 회사 가서 비몽사몽 간 일하면 될 것을.'이라 생각하니 왠지 밤에 아이에게 소리 지른 게 미안해졌다. 


더욱이 내가 좋아서 그런 거라고 하니 온몸이 설탕인 양 녹아내리면서 더 놀아주지 못한 내 잘못이 명백해졌다. 업무에 집중하느라 소중한 순간들을 놓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제야 아이의 순수한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구나 싶었다. 


이 순간의 경험을 통해 조카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다. 어른이 되어 업무와 책임을 갖고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은 인생에서 놓치면 안 되는 소중한 순간들 중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함께 논다는 것의 의미 ©Fabian Centeno


조카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서 "같이 놀자."라는 표현은 정말 의미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반대로 삐졌을 때 나오는 "너랑 안 놀아."라는 말 역시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7세의 조카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들은 그녀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쇠 같다. '함께 논다'라는 표현은 큰 가치가 있는 말이다.


어쩌면 인생은 업무를 수행하고 성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가치는 함께 놀며 보내는 순간에 있다고 느껴진다. 조카와의 만남을 통해 더 많은 웃음과 행복을 찾고, 그 과정에서 조카의 순수한 마음과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는 조카와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더 많은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가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행복과 교훈을 함께 나누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껴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각오를 다진 2023년 6월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