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의 가치
평일 저녁 조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7살 여자아이는 평일 저녁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걸 처음 알았다. 밥 먹을 때도 계속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했으며, 쫑알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이 없으면 집이 좀 적막한데, 조카 덕분에 생기가 돈 것 같았다.
매일 아침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터라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쉬려고 하는데 배도 부른 조카가 오랜만에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있는 할아버지댁에 와서 가질 않으려 했다. 자기를 예뻐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 떠나기 싫나 보다.
매일 밤 10시 정도에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것저것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보고 글을 읽는 나는 그 시간이 빨리 오기만을 바랬다. 신난 조카는 여전히 뛰어다녔고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신기한 물건을 보면 하나하나 들어 올리며 "이거 뭐야?"로 궁금증을 해결해 댔다. 그런데 갑자기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나 이모랑 잘래. 여기서 자고 갈래.
응? 자고 간다고? 나 내일 회사 가야 하는데?? 신나서 밤늦게까지 잠을 청하지 않으며 똘똘한 눈을 뜨는 그녀에게 차마 성숙한 어른에게 대하듯 말할 수 없었다. "그... 으... 래..." 밤늦게 술래잡기를 하며 신이 난 조카는 밤 11시가 훌쩍 넘어도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모 먼저 잘... 게.."라고 말하는 순간 눈이 감기고 스르륵 나도 모르게 잠이 들려는 그 찰나, "꺄~~~~~, 꺄꺄~~~" 끊임없는 술래잡기와 뛰어다님이 지속됐다. "시현아! 아랫집 할머니가 놀라셔. 빨리 자야 지. 이놈 한다." 애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아이를 협박하는 기술을 여기저기서 배워왔기에 아기 엄마들이 자주 하는 그 말을 계속했다.
할머니가 놀아주는 터라 계속 술래잡기가 이어지는 찰나에, 비몽사몽 간에 눈을 뜬 내가 드디어 폭발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뛰어다녀? 아랫집 할머니가 놀라신다니깐. 그리고 이모 내일 회사 가야 하니깐 일찍 자야 해. 빨리 너도 누워서 자. 왜 안 자고 계속 뛰어다녀?
혼이 나서 주눅이 든 조카가 두 번째 손가락을 마주치며 민망한 듯 어쩌면 당연한 듯 말했다.
시(현이)는 이모가 좋아서 그런 건데..
맨날 일하느라 바쁘다고 핑계 대는 이모를 오랜만에 봐서 신나서 자고 간다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것이다. '뭣이 중헌데. 일이 뭐라고, 잠을 못 자면 회사 가서 비몽사몽 간 일하면 될 것을.'이라 생각하니 왠지 밤에 아이에게 소리 지른 게 미안해졌다.
더욱이 내가 좋아서 그런 거라고 하니 온몸이 설탕인 양 녹아내리면서 더 놀아주지 못한 내 잘못이 명백해졌다. 업무에 집중하느라 소중한 순간들을 놓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제야 아이의 순수한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구나 싶었다.
이 순간의 경험을 통해 조카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다. 어른이 되어 업무와 책임을 갖고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은 인생에서 놓치면 안 되는 소중한 순간들 중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조카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서 "같이 놀자."라는 표현은 정말 의미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반대로 삐졌을 때 나오는 "너랑 안 놀아."라는 말 역시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7세의 조카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들은 그녀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쇠 같다. '함께 논다'라는 표현은 큰 가치가 있는 말이다.
어쩌면 인생은 업무를 수행하고 성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가치는 함께 놀며 보내는 순간에 있다고 느껴진다. 조카와의 만남을 통해 더 많은 웃음과 행복을 찾고, 그 과정에서 조카의 순수한 마음과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는 조카와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더 많은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가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행복과 교훈을 함께 나누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껴보고자 한다.